주간동아 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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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치는 끝나도 여운은 남는다

  • 편집장 김진수

    입력2008-02-25 18: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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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2월25일, ‘잔치’는 끝났습니다. 이젠 기쁨과 감축(感祝)을 나눈 사람들 모두 저마다의 자리로 되돌아가 차분함을 되새겨야 할 시점입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이날 취임식을 통해 마침내 ‘당선인’ 꼬리표를 떼어냄으로써 대한민국 제17대 정부는 명실상부한 출범을 알렸습니다. ‘함께 가요 국민성공시대!’ 이 취임식 슬로건만 보더라도 ‘함께 가야 할 우리’가 마땅히 축하해 마지않아야 할 경사(慶事)임은 틀림없겠지요.

    그런데, 그런데 말입니다. 한껏 기대감으로 충만해야 할 지금, 며칠 전 불거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자문위원들의 집단향응 파문에 대한 씁쓸한 뒷맛이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 건 무슨 연유일까요?

    이는 새 정부 공식 출범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튀어나온 시점상의 공교로움 탓이기도 하거니와, 유난히 도덕성을 앞세우며 공직사회 혁신을 주창해온 인수위 내에서 발생한 악재(惡材)라는 점 때문이기도 할 겁니다.

    요즘 장삼이사(張三李四)의 술자리 대화에 가만히 귀 기울이노라면, “‘국민께 부끄럽고 송구스러워’할 일이 이것뿐이겠느냐는 때이른 질책과 비관적 전망이 공존합니다. 집단향응 이전에도 언론사 성향 조사, 부동산정책 자문위원의 고액 부동산 컨설팅 등 이전 정부 때와 하등 다를 바 없는 구태(舊態)의 재연을 적잖게 목도한 국민들로선 지극히 당연한 반응일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곧 불신입니다. 여럿이 한데 모여 덕담을 주고받아야 할 이번 ‘여의도 대잔치’를 맞으면서도, 한편으론 혹여 향후에 생겨날지도 모를 ‘그들만의 잔치’에 대한 우려가 사라지지 않는 건 역대 정부들이 여태껏 그랬듯 ‘함께 가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일말의 불안감이 국민들에게 서려 있기 때문입니다.

    환경운동단체 ‘녹색연합’의 ‘우리말 달 이름 쓰기’ 운동에 따르면, 2월은 꽃샘추위가 있는 겨울의 끝달이라고 하여 ‘시샘달’이라 불립니다. 3월은 산과 들에 물이 오르는 달이어서 ‘물오름달’이랍니다. 시샘이 끝나고 만고강산(萬古江山)에 물이 오르길 기대하는 게 저만의 바람일까요?

    잔치는 끝나도 여운은 남는다
    시샘달의 스물닷새, 잔치는 끝났습니다. 아무쪼록 이번 잔치의 주인공은 과거 대통령들이 걸었던 전철을 다시 밟지 않았으면 합니다. 돌잔치든, 재롱잔치든, 회갑잔치든, 고희연(古稀宴)이든 그 어떠한 잔치도 한낱 빛바랜 사진 몇 장으로만 남지 않길 바라는 누구나의 소박한 마음처럼….

    5년 뒤 떠날 사람이 남겨놓을 ‘잔치의 여운’은 어떨까요? 뒷사람이 ‘재활용’하게끔 감동적인 울림을 남기는 것이 진정한 ‘실용’정신 아니겠습니까?

    편집장 김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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