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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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드에선 나이를 묻지 않는다

  • 이종현/ 골프칼럼니스트

    입력2005-07-01 10: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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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 한국과 중국의 녹색 테이블을 주름잡았던 안재형과 자오즈민이 결혼해 낳은 아들을 골프선수로 키우고 있다.

    부모 모두 세계적인 탁구선수였기에 아들이 탁구에 대한 소질을 타고났을 터인데 탁구 라켓 대신 골프채를 쥐어준 것이다. 이들이 골프를 택하게 한 이유는 딱 한 가지 때문이다.

    “탁구는 선수 생활이 너무 짧은데, 골프는 평생 동안 선수로 뛸 수 있잖아요.”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최근 골프 경기에서 노장들의 우승 소식이 쏟아지고 있다.

    올해 국내 첫 오픈대회로 열린 스카이힐 제주오픈에서 김종덕은 45세 최고령 우승 기록을 만들어내며 우승컵을 안았다. 이후 달포 만에 최상호가 매경오픈에서 질투라도 하듯 최고령 우승 기록을 50세로 갈아치웠다. 50세를 넘어 우승한다는 것은 사실 다른 운동 경기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노장 선수로서 자식 같은 20대 초반의 선수들과 겨뤄 국내 메이저 타이틀을 거머쥔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가 하면 신용진도 42세의 나이로 포카리오픈에서 3년 만에 우승하는 기쁨을 누렸다.



    노장 투혼은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49세의 구옥희는 일본 서클K 선크레이디스 오픈에서 우승하며 백전노장의 실력을 아낌없이 발휘했다. 구옥희가 JLPGA(일본여자프로골프협회) 통산 23승째를 기록하며 최고령 우승이란 새로운 금자탑까지 쌓은 것이다.

    미국에선 50세를 넘어 우승한 선수가 단 한 명에 그친다. 크레이그 스테들러가 2003년 50세 1개월에 우승한 것이 최고령 기록이다.

    50세 안팎에 우승한 것은 한 시대를 풍미한 잭 니클러스도, 아널드 파머도 이루지 못한 대기록이다.

    사실 축구나 야구, 농구 등의 운동에서 쉰 살은 경기력 면에서 환갑, 칠순을 넘어선 연령이다. 감독이나 코치를 해야 하는 나이에 선수로 뛰어 우승한다는 것은 경이로움 자체다.

    골프는 분명 연령을 뛰어넘는 또 다른 변수가 늘 존재한다. 골프는 성별과 나이를 초월하는 신기한 운동인 것이다.

    20대 초반의 육상선수와 40, 50대의 육상선수가 대결한다면 젊은 사람이 100% 이긴다. 그러나 골프는 그렇지 않다. 아무리 체력이 좋고 남성이라 해도 40대 여성선수에게 질 수도 있고, 50대 남성이 수많은 젊은 선수들을 제치고 우승을 거둘 수도 있다. 이것을 현실로 보여준 선수가 바로 최상호, 구옥희다.

    이것이 골프의 매력이다. 오랜 경험으로 쌓인 노련함과 정신력이 나이와 성별을 뛰어넘는 운동으로 만든 것이다.

    다른 운동의 경우에는 10대부터 20대 후반대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낸다. 그러나 국내 남자 프로골퍼들의 예를 볼 때, 최다 우승 연령은 35세 전후다. 이때가 승수도 가장 많고, 돈도 가장 많이 번다.

    바꿔 말해 골프는 김치나 술처럼 적당히 익어야 맛을 내고 실력을 발휘하는 것 같다. 50세를 넘어서도 우승할 수 있고, 단순히 힘만 가지고 하는 운동이 아니기에 21세기 최고의 운동으로 사랑받고 있는 것이다.

    또 어떤 선수가 최고령 우승 기록을 경신할지 지켜보는 것도 골프 경기를 보는 또 다른 재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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