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초 한나라당(hannara.or.kr) 의원 보좌진은 당 부설 여의도연구소 윤건영 소장이 보낸 A4 용지 한 장짜리 비공개 문건을 전달받았다. ‘집권의지 및 전략적 방향성에 대해 여의도연구소와 당 소속 보좌진 간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전략기획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기획자문단을 모집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문건이 눈길을 끈 것은 기획자문단의 활동 내용과 방법이 독특했기 때문이다. 윤 소장은 문서에서 ‘여야 및 정부와 관련된 정보(첩보 수준도 가능), 정책제안, 선거 기획 등’을 자문단이 해야 할 일로 규정했다.
이는 야당 8년차에 접어든 한나라당이 그동안 정보 부재에 시달려왔음을 시사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유전게이트’와 ‘행담도 개발 의혹’ 등과 관련 연일 언론에 의혹이 제기됐지만 한나라당은 무기력한 옵서버로 전락했다. 당 핵심 관계자 Y 씨는 ‘이슈 파이팅’ 실패 원인에 대해 “정보 부재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윤 소장은 정보 첩보전의 연결고리로 사이버 공간을 제시했다. 그는 문건에 e메일 주소를 제시하고, 확보된 정보 및 첩보 정책 등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정보 첩보를 수집, e메일로 보내라’는 문건을 본 한 보좌진은 “마치 내가 007 영화의 주인공이 된 기분”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 사이버 정보 첩보전 시대가 도래했음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정보·첩보 수집 007 된 기분”
2002년 대선과 2004년 총선 때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eparty.or.kr)과의 사이버전에서 참패했다. ‘2007년’을 준비하고 있는 한나라당이 가장 신경 쓰는 부분도 바로 사이버 공간이다. 요즘 한나라당 디지털정당팀(위원장 김희정 의원)에서는 ‘타도 우리당’을 위한 각종 방안이 제시되고 있고, 박근혜 대표는 수시로 이들을 찾아와 격려한다.
사이버전에서 만년 ‘넘버 3’였던 한나라당은 5월 우리당을 따돌리고 1위로 등극했다. 콘텐츠를 획기적으로 바꾼 김희정 위원장과 팀원들의 숨은 노력이 효과를 본 것. 김 위원장은 “지난해 11월부터 4대 법안 캠페인, 태극기 달기 운동, 자선경매를 통한 불우이웃돕기 캠페인 등을 벌였고 이것이 누리꾼(네티즌)들의 관심을 유도했다”고 평가했다.
김대원 디지털팀장은 “계도성 홍보를 담은 내용으로는 넷심을 불러들일 수 없다고 판단, ‘보고 읽히는’ 콘텐츠 개발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전여옥 대변인이 웨딩드레스를 입은 사진과 강재섭 원내대표가 선글라스 낀 결혼사진 등은 그 가운데 하나.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가정의 소중함을 일깨운다는 컨셉트로 소속 의원들에게 사진을 요청, 대박을 터뜨린 것.
‘인터넷 최강’을 자부했던 우리당은 한나라당의 이런 변화가 다소 부담스러운 눈치다.
5월 인터넷 검색순위 집계 사이트인 ‘피앙’ 등을 근거로 한나라당이 인터넷 1위로 등극했다는 기사가 나오자 즉각 반론 보도자료를 통해 “사이트 트래픽 1위에 대한 신뢰도에 심각한 오류가 있다”며 신경전을 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인터넷 전략을 재고해야 한다는 자성론이 많다. 1위를 질주하던 우리당의 인터넷 위상에 금이 간 것은 당이 처한 정치적 혼란과 갈등에서 연유한 바 크다. 지난해 말부터 당 홈피는 노선 투쟁과 관련된 극심한 대립과 반목이 연일 반복됐다. 실용주의와 개혁으로 갈린 누리꾼들은 서로 상대방 인사들에게 욕설을 날렸고, 당 지도부 경선이 있었던 4월 초까지 이런 현상은 이어졌다.
“특종 기사 내는 것도 적극 검토”
6월 초 우리당 전자정당위원장에 취임한 민병두 의원은 대대적으로 홈피를 개편할 예정이다. 민 위원장이 생각하는 개편 방안은 ‘읽히는 홈피’를 만드는 것이다. 뉴스 캠페인을 하거나 뉴스를 생산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 정당의 홈피가 뉴스를 생산하는 것은 새로운 시도로 볼 수 있다. 전자정당실 이원욱 실장의 보충 설명이다.
“정당의 홈피가 뉴스를 제공할 수도 있다고 본다. 이를테면 신문·방송에서나 나올 법한 특종 뉴스를 우리당 홈피에서 공개하는 것이다. 이슈를 몰고 다니는 정치인이나 사회 저명인사를 인터뷰해 스쿠프(특종 기사)를 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 실장은 현재 일시적으로 한나라당의 홈피가 관심을 받고 있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한다. 누리꾼들의 속성상 우리당의 경쟁력이 한나라당을 압도할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다. 민 위원장도 비슷한 생각이다. 그는 한나라당 홈피에 대해 “소프트하고 아기자기해 집중도가 높다”고 장점을 평가한다. 반면 “정치적 훈련을 강화할 수 있는 수준과는 거리가 있다”는 단점도 지적한다.
사이버전은 우리당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측면이 있다. 인터넷 사용자는 10대부터 30대가 80%가 넘고 이들 대부분은 우리당 지지 성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나라당도 공세를 멈추지 않는다. 한나라당 디지털팀은 매월 테마별 기획물을 쏟아내며 넷심을 사로잡을 계획이다. 요즘 한나라당 홈페이지는 푸른 제복을 입은 젊은 군인들 사진으로 가득하다. 마치 병영의 사진 콘테스트를 연상시킨다. 그 가운데 하나는 ROTC 소위 임관을 앞둔 교육생이 대표선서를 하는 사진이다. 흑백에다 새카맣게 그을린 얼굴이지만 자세히 보면 이윤성 의원(인천)이 주인공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이어 한나라당은 7월의 테마로 금연 등을 선정, 웰빙 캠페인을 벌여나가며 바람을 이어갈 계획이다.
의원들의 자발적 참여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6월8일 한나라당 홈피에는 영구 그림이 걸려 있었다. 이계진 의원이 그린 이 그림은 한때 ‘영구 없~다’를 유행시킨 코미디언 심형래의 유행어를 이용, 고영구 국정원장의 사퇴와 국정원의 어제와 오늘을 풍자한 것. 그림도 그림이지만 이 의원 특유의 맛깔스런 글 솜씨가 돋보여 누리꾼들의 인기가 한창이다. 사이버 지존 자리를 둘러싼 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신경전은 내년 지방선거를 놓고 더욱 첨예하게 전개될 예정이다.
이는 야당 8년차에 접어든 한나라당이 그동안 정보 부재에 시달려왔음을 시사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유전게이트’와 ‘행담도 개발 의혹’ 등과 관련 연일 언론에 의혹이 제기됐지만 한나라당은 무기력한 옵서버로 전락했다. 당 핵심 관계자 Y 씨는 ‘이슈 파이팅’ 실패 원인에 대해 “정보 부재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윤 소장은 정보 첩보전의 연결고리로 사이버 공간을 제시했다. 그는 문건에 e메일 주소를 제시하고, 확보된 정보 및 첩보 정책 등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정보 첩보를 수집, e메일로 보내라’는 문건을 본 한 보좌진은 “마치 내가 007 영화의 주인공이 된 기분”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 사이버 정보 첩보전 시대가 도래했음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정보·첩보 수집 007 된 기분”
민병두 의원. 김희정 의원.
사이버전에서 만년 ‘넘버 3’였던 한나라당은 5월 우리당을 따돌리고 1위로 등극했다. 콘텐츠를 획기적으로 바꾼 김희정 위원장과 팀원들의 숨은 노력이 효과를 본 것. 김 위원장은 “지난해 11월부터 4대 법안 캠페인, 태극기 달기 운동, 자선경매를 통한 불우이웃돕기 캠페인 등을 벌였고 이것이 누리꾼(네티즌)들의 관심을 유도했다”고 평가했다.
김대원 디지털팀장은 “계도성 홍보를 담은 내용으로는 넷심을 불러들일 수 없다고 판단, ‘보고 읽히는’ 콘텐츠 개발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전여옥 대변인이 웨딩드레스를 입은 사진과 강재섭 원내대표가 선글라스 낀 결혼사진 등은 그 가운데 하나.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가정의 소중함을 일깨운다는 컨셉트로 소속 의원들에게 사진을 요청, 대박을 터뜨린 것.
◁ 군 복무 시절의 이성권 의원 (맨 왼쪽).<br>▷ ROTC 시절의 이윤성 의원.
5월 인터넷 검색순위 집계 사이트인 ‘피앙’ 등을 근거로 한나라당이 인터넷 1위로 등극했다는 기사가 나오자 즉각 반론 보도자료를 통해 “사이트 트래픽 1위에 대한 신뢰도에 심각한 오류가 있다”며 신경전을 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인터넷 전략을 재고해야 한다는 자성론이 많다. 1위를 질주하던 우리당의 인터넷 위상에 금이 간 것은 당이 처한 정치적 혼란과 갈등에서 연유한 바 크다. 지난해 말부터 당 홈피는 노선 투쟁과 관련된 극심한 대립과 반목이 연일 반복됐다. 실용주의와 개혁으로 갈린 누리꾼들은 서로 상대방 인사들에게 욕설을 날렸고, 당 지도부 경선이 있었던 4월 초까지 이런 현상은 이어졌다.
“특종 기사 내는 것도 적극 검토”
6월 초 우리당 전자정당위원장에 취임한 민병두 의원은 대대적으로 홈피를 개편할 예정이다. 민 위원장이 생각하는 개편 방안은 ‘읽히는 홈피’를 만드는 것이다. 뉴스 캠페인을 하거나 뉴스를 생산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 정당의 홈피가 뉴스를 생산하는 것은 새로운 시도로 볼 수 있다. 전자정당실 이원욱 실장의 보충 설명이다.
“정당의 홈피가 뉴스를 제공할 수도 있다고 본다. 이를테면 신문·방송에서나 나올 법한 특종 뉴스를 우리당 홈피에서 공개하는 것이다. 이슈를 몰고 다니는 정치인이나 사회 저명인사를 인터뷰해 스쿠프(특종 기사)를 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 실장은 현재 일시적으로 한나라당의 홈피가 관심을 받고 있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한다. 누리꾼들의 속성상 우리당의 경쟁력이 한나라당을 압도할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다. 민 위원장도 비슷한 생각이다. 그는 한나라당 홈피에 대해 “소프트하고 아기자기해 집중도가 높다”고 장점을 평가한다. 반면 “정치적 훈련을 강화할 수 있는 수준과는 거리가 있다”는 단점도 지적한다.
장군인 아버지와 함께한 공성진 의원(왼쪽).
의원들의 자발적 참여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6월8일 한나라당 홈피에는 영구 그림이 걸려 있었다. 이계진 의원이 그린 이 그림은 한때 ‘영구 없~다’를 유행시킨 코미디언 심형래의 유행어를 이용, 고영구 국정원장의 사퇴와 국정원의 어제와 오늘을 풍자한 것. 그림도 그림이지만 이 의원 특유의 맛깔스런 글 솜씨가 돋보여 누리꾼들의 인기가 한창이다. 사이버 지존 자리를 둘러싼 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신경전은 내년 지방선거를 놓고 더욱 첨예하게 전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