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째가 다금바리(자바리)요, 둘째가 북바리요, 셋째가 돔바리 회다. 여기에다 우스개로 미식가들이 농을 한다면 비바리를 슬쩍 얹곤 하는데 현지에 가서는 쓰지 말아야 할 말이다. 술에 미색이 따르고 맛에 미인이 따르는 것은 동서고금의 풍월주들이다, 그렇게 말하고 간 바다. 어떤 이는 조선조의 기생(妓生)을 일러 ‘해어화’(解語花) 즉 ‘말하는 꽃’으로 그 역사를 정리한 바도 있지만, 술좌석에 하다 못해 귀명창이라도 없다면 답답할 노릇이 아니겠는가.
더구나 용담동의 ‘용두암’이 있는 횟집 거리에 나가 하늘로 승천하는 용머리를 깔고 앉으려면 농담 삼아 죽죽녀(竹竹女)쯤은 있어야 할 것 같다.
지난 2월 모슬포의 추사관(秋史官) 앞에는 제주 수선화가 몽알몽알 흰꽃을 터뜨렸다. 추사 김정희가 정을 붙이고 살던 그 꽃이 바로 이 꽃이었구나 싶었다. 또한 만인의 찬사를 지금까지 누려온 그 세한도(歲寒圖)라는 것도 이 울화병을 눈 속에 터뜨리다 피운 꽃이었구나 싶었다. 그 수선화에 몇 번이나 카메라를 눌러대고 용두암에 있다는 ‘전설의 섬’ 파랑도(김영해·064-711-1881)를 찾았다. 제주에서도 귀하다는 ‘바리’가 그 수족관 안에 있었다. 그것도 횟감이라기보다 관상용으로 놔두고 즐길 정도라는 것이다. 겨울에는 ‘바리’가 나오지 않고, 횟값도 금값이려니와 주문을 해도 이 희귀종들은 물동량이 없다는 것이었다. 1kg 단위로 북바리는 15만원, 다금바리는 18만원선이니 그 중에서 가장 흔하고 만만해 보이는 놈이 돌돔(갓돔, 줄돔, 이시다이) 같아서 그걸로 취재를 하기로 했다.

현지 사정이 이쯤 되면 갈수록 ‘바리’는 멸종 단계에 이르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특히 북바리는 전멸상태고 다금바리도 씨가 마를 날이 멀지 않았다고 김영해씨는 말한다. 그러고 보면 3바리 중 돔바리만 ‘하출’인 셈이다.
돌돔은 제주에서는 갓돔, 줄돔 등이라고 한다. 몸통에 검은 줄무늬를 7~8개 정도 감고 있어 보기에도 단단하게 생겼다. 횟살 또한 탄력이 있어 돔류에서는 최고의 희소 가치를 누린다. 겨울에는 움직이지 않는 반휴면상태로 돌 밑에 숨어 먹이활동을 활발히 하지 않기 때문에 서식하고 있는 제 포인트가 아니면 낚아올리기가 힘들다. 게다가 성깔이 난폭하여 소라, 고동의 껍질을 깨부수고 낚시를 물어도 줄을 금방 끊어버린다. 그래서 낚시꾼들은 여름에 소라나 게 같은 갑각류 미끼를 써서 이놈을 유혹한다.
‘자산어보’에는 4, 5월 초에 그물로도 잡히는데 겨울로 접어들면 자취를 감춘다고 했다. 맛이 좋기로는 돔류가 다 그렇듯이 이른 봄 3~4월경이며, 이 시기는 신체에 쌓인 영양분이 아직 생식선에 전환하지 않은 시기로 아미노산이 풍부하여 그렇다.
돌돔은 턱과 이빨이 발달해 박치기 선수로도 악명이 높다. 큰 놈은 수족관 유리를 금방 부수고 만다. 김영해씨도 몇 번이나 당했다는 경험담을 늘어놓는다. 육질이 바리 종류보다 단단하므로 씹히는 맛이 좋은 대신 탕은 어두육미로 가기 때문에 바리 종류에 비해 탕 맛은 덜한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