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대통령 공약 코드넘버 20 -07-29’.
3개 공화국을 이어온 ‘국책사업’ 새만금 간척사업엔 1조1385억원이 들어갔다. 사업시행자인 농업기반공사는 전북 부안군 현장에 건설된 새만금홍보관 전시물과 ‘2001년 2월 새만금사업추진현황’자료를 통해 앞으로 1조752억원 정도가 더 투입되면 간척사업은 완료된다고 밝혀왔다.
이 사업의 계속 여부를 3월 말 최종 결정할 국무총리실은 내부적으로 공사 재개방침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2월23일 총리실 수질개선기획단 관계자도 “장관들이 이미 뜻을 모은 분위기”라며 이같은 사실을 굳이 부정하지 않았다.
1조원이 이미 투자됐다는 사실, 사업이 백지화되었을 때 바다 위에 세워진 19.1km 방조제의 처리방법이 없다는 우려, 수질오염을 막을 수 있다는 자신감, 간척사업의 경제적 가치에 대한 기대가 합쳐져 ‘갈 때까지 가는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환경운동연합 장지영 간사는 “일면 수긍이 간다”며 “다만 앞으로 들어가는 돈이 정말 1조752억원뿐이라면”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국내의 대규모 개발사업 사상 환경보호론과 국토개발론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새만금간척사업. 이 사업은 도대체 얼마짜리 ‘판돈’이 걸린 ‘도박’인가.
환경운동연합은 새만금간척사업을 대상으로 한 감사원의 지난 98년 감사결과 자료를 2월23일 공개했다. 이 자료에서 감사원은 간척사업 완료 시(2011년)까지 ‘투입예측 예산’이 얼마인지에 대해 집중적인 감사를 벌였다고 밝혔다. 그 결과 감사원은 새만금 간척사업의 총 사업비를 5조9530억원으로 추정했다. 이는 경부고속철도건설에 투입되는 18조4000여억원의 3분의 1에 해당되는 엄청난 금액이다.
정부 공사재개 방침 확정한 듯
감사원 감사 당시 농업기반공사가 예상한 총 사업비는 2조510억원으로, 2001년 2월 현재 이 기관이 대외적으로 밝힌 2조2137억원과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없다. 장지영 간사는 “지금까지 별다른 상황 변화가 없었던 만큼 감사원의 감사결과는 현재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감사원이 예상한 총 사업비를 기준으로 했을 때 앞으로 새만금간척사업엔 4조8145억원이 추가로 투입돼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농업기반공사가 대외적으로 공개하는 추가 사업비규모 1조752억원보다 무려 3조7395억원이 더 많은 액수다.
농업기반공사의 새만금사업 관계자는 “완공시점에서 총 사업비가 6조원까지 올라간다는 것은 전혀 근거 없는 계산”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농업기반공사 스스로도 예상 사업비를 훨씬 높게 잡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농업기반공사는 2월23일 “새만금사업에 투입되는 사업비는 3조837억원에 이를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대외적으로는 2조2137억원이라고 밝혔지만 내부적으론 이보다 8700억원을 더 늘려 잡은 것이다. 따라서 추가로 들어가는 사업비는 1조752억원이 아니라 적어도 1조9452억원이 된다. 새만금사업이 처음 실시될 때(91년) 농업기반공사가 밝힌 총 예상사업비는 8200억원에 불과했다.
특히 예산 증가분은 앞으로 벌여나가야 할 토지조성 등 방조제 내부 시설사업부문에 집중돼 있다. 농업기반공사는 내부시설공사에 4800억원이 든다고 공개했지만 실제로는 1조3500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농업기반공사측은 이런 이유로 사업비 추가증가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여기엔 간척으로 생기는 새만금호 수질개선을 위한 환경기초시설 건설비 8200억원, 하수관거시설 공사비 6506억원, 간척지 배후에 들어서는 인구 2만명 규모의 농업도시 건설비용이 제외돼 있다.
전주환경운동연합 주용기 차장은 “농업기반공사는 새만금사업 백지화를 막기 위해 의도적으로 예상사업비를 축소해 알리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사업비 증가 추세로 봤을 때 새만금사업에 투입해야 할 국가재정은 눈덩이처럼 자꾸만 늘어날 것이 틀림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농업기반공사가 공언한 대로 새만금간척사업은 막대한 국가예산을 투자한 것 이상의 경제적 이익을 직-간접적으로 창출할 수 있을까. 농업기반공사는 이 사업에 대해 ‘오직 농지 확보가 목적’이라고 밝히고 있다. 공단이나 도시가 들어서는 것보다 환경오염 가능성이 적으며 식량증산, 국토확장 등 새롭게 발생하는 국가적 편익이 훨씬 크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에 대해 민-관 합동 조사반이 2년에 걸쳐 조사를 벌였지만 명쾌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현시점에서 새만금의 운명을 예단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국내에서 벌어진 간척사업들이 초래한 결과는 충분한 교훈이 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경기 의왕시 농업기반공사 본사의 관계자는 “한국 간척사업의 역사는 실패의 역사”라고 단언했다. 기자는 영산강, 시화, 서산, 김포 등 국내 최대 간척지 네 곳의 사업 진행과정을 추적해봤다.
89년부터 농업기반공사가 착수한 영산강개발 3단계사업. 대규모 간척의 결과로 탄생한 영암호와 금호호의 수질은 농업이 불가능할지 모르는 위험수위(2000년 조사)에 이르고 있다. 한국에서 가장 질 좋고, 수산물이 풍부하게 나던 영산강 하구의 갯벌도 자취를 감추고 있다. ‘해남포럼’ 관계자는 “목포 하면 세발낙지였다. 그러나 영산강 개발사업 이후 세발낙지 수확이 급격히 줄었다”고 말했다. 이 지역에서 회자되던 ‘갯벌이 아들 대학 보낸다’는 말은 먼 옛날 얘기가 됐다. 농지 간척은 농업보다 훨씬 더 큰 이익인 갯벌어업을 희생시키는 ‘바보 같은 짓’이라는 여론이 일었다. 영산강 4단계사업은 지난 98년 결국 철회됐다.
농지 간척은 투자비 회수 어려워
농업기반공사가 기술적 도움을 주고 수자원공사가 착공한 시화호간척사업은 8300억원의 예산을 낭비한 채 최근 폐기처분됐다. 방조제는 바다를 가로지르는 긴 ‘수치의 상징물’로 남아 있다.
국내 최대 간척지인 현대 서산농장은 그 웅장한 ‘스케일’이나 농업전용 용지라는 점에서 새만금과 유사한 데가 많다. 그러나 서산농장은 농지 간척사업에서 ‘투자비 회수’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현대건설이 유조선으로 바다를 막은 그 유명한 ‘정주영공법’까지 동원하며 3122만평의 바다를 땅으로 바꾸는 데 투입한 비용은 대략 6000억원. 그러나 지난해 말 유동성 위기에 빠진 현대건설이 이 농장을 내놓았을 때 공시지가는 3612억원에 불과했다.
그나마 한국토지공사는 이 농장의 가격은 2700억원 정도가 적당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십수년 동안의 금용비용까지 계산하면 서산농장 간척사업으로 인해 현대그룹은 막대한 손해를 본 셈이다.
동아건설이 조성한 김포매립지도 마찬가지다. 농지확보차원에서 간척했지만 농사로는 도저히 투자비를 건지지 못하게 되었다. 농업기반공사는 ‘울며 겨자 먹기’로 이 땅을 사들인 뒤 매년 이자만 수백억원씩 물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이곳에서 나오는 영농수입은 30억∼40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업기반공사는 지난 99년 이 간척지의 상당 부분을 주거-관광-물류유통-연구단지로 활용하자는 안을 내놓았다. 이는 하나의 상징적 사건이었다. 농지확보를 목적으로 설립된 공기업인 농업기반공사가 간척지에 농사만 지어서는 수지를 맞출 수 없다고 스스로 인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새만금간척지는 시화간척지(4304ha)보다 7배가 더 크며 사업비는 최소 네 배가 더 든다. 그리고 서산농장이나 김포매립지처럼 농업용지로만 쓰인다. 영산강 개발 때보다 훨씬 더 큰 갯벌을 희생해야 한다. “한국 간척사업들의 우울한 성적표는 새만금에 어떤 암시를 주는 것 같다”는 게 러시아 연해주에 진출한 농업전문가 이병구씨의 지적이다. “쌀은 지금도 남아돈다. 2003년 쌀 시장이 개방됐을 때 간척지에서 생산된 쌀은 값싼 캘리포니아 쌀에 밀릴 수밖에 없다. 가격 경쟁력이 없기 때문이다. 북한주민 먹여 살릴 땅은 연해주나 만주에 널려 있다. 첨단영농은 엄청난 돈을 바다에 쏟아부어 땅 넓히는 일이 아니다. 농업의 활로는 한정된 농지에서 효율을 극대화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데서 찾아야 한다.”(이씨)
2월22일 오전 9시 전북 부안군 불암리 새만금 갯벌에선 40, 50대 여성 10여 명이 갈고리로 바지락을 캐고 있었다. 새만금 갯벌은 100여 어패류의 보고다. 어민 배성곤씨가 막 잡은 굴을 까서 기자에게 건네주었다. 달보드레한 굴은 입에서 금세 녹아 내렸다. 이 동네 슈퍼에선 이렇게 싱싱한 굴 한 상자(많을 땐 1000여개가 들어간다)를 8000원이면 살 수 있다.
군산대 조사결과 방조제가 바다를 막은 뒤 새만금에서 어종은 158종에서 107종으로, 생산량은 5899t(89년)에서 978t(96년)으로 줄었다. 농업기반공사는 갯벌을 막으면 새로운 갯벌이 다시 생긴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배씨는 “이렇게 엄청난 규모를 일시에 메워버리는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 갯벌이 다시 생긴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반박했다.
새만금사업은 물린 돈보다 훨씬 크게 ‘베팅’해야 하는 사업으로 드러나고 있다. 정부와 농업기반공사는 이 사업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인 듯하다.
그렇다면 이들은 새만금을 환경친화적이고 풍요로운 농업기지로 만들겠다는 당초의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 새만금방조제가 내려다보이는 도로 변 석산은 병풍처럼 껍데기만 남은 채 흉물로 변했다. 주민 김혜영씨에게 그 이유를 물어봤다. 그녀는 “농업기반공사가 이 산을 깎아 방조제를 만든 뒤 ‘공원을 조성해 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3개 공화국을 이어온 ‘국책사업’ 새만금 간척사업엔 1조1385억원이 들어갔다. 사업시행자인 농업기반공사는 전북 부안군 현장에 건설된 새만금홍보관 전시물과 ‘2001년 2월 새만금사업추진현황’자료를 통해 앞으로 1조752억원 정도가 더 투입되면 간척사업은 완료된다고 밝혀왔다.
이 사업의 계속 여부를 3월 말 최종 결정할 국무총리실은 내부적으로 공사 재개방침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2월23일 총리실 수질개선기획단 관계자도 “장관들이 이미 뜻을 모은 분위기”라며 이같은 사실을 굳이 부정하지 않았다.
1조원이 이미 투자됐다는 사실, 사업이 백지화되었을 때 바다 위에 세워진 19.1km 방조제의 처리방법이 없다는 우려, 수질오염을 막을 수 있다는 자신감, 간척사업의 경제적 가치에 대한 기대가 합쳐져 ‘갈 때까지 가는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환경운동연합 장지영 간사는 “일면 수긍이 간다”며 “다만 앞으로 들어가는 돈이 정말 1조752억원뿐이라면”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국내의 대규모 개발사업 사상 환경보호론과 국토개발론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새만금간척사업. 이 사업은 도대체 얼마짜리 ‘판돈’이 걸린 ‘도박’인가.
환경운동연합은 새만금간척사업을 대상으로 한 감사원의 지난 98년 감사결과 자료를 2월23일 공개했다. 이 자료에서 감사원은 간척사업 완료 시(2011년)까지 ‘투입예측 예산’이 얼마인지에 대해 집중적인 감사를 벌였다고 밝혔다. 그 결과 감사원은 새만금 간척사업의 총 사업비를 5조9530억원으로 추정했다. 이는 경부고속철도건설에 투입되는 18조4000여억원의 3분의 1에 해당되는 엄청난 금액이다.
정부 공사재개 방침 확정한 듯
감사원 감사 당시 농업기반공사가 예상한 총 사업비는 2조510억원으로, 2001년 2월 현재 이 기관이 대외적으로 밝힌 2조2137억원과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없다. 장지영 간사는 “지금까지 별다른 상황 변화가 없었던 만큼 감사원의 감사결과는 현재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감사원이 예상한 총 사업비를 기준으로 했을 때 앞으로 새만금간척사업엔 4조8145억원이 추가로 투입돼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농업기반공사가 대외적으로 공개하는 추가 사업비규모 1조752억원보다 무려 3조7395억원이 더 많은 액수다.
농업기반공사의 새만금사업 관계자는 “완공시점에서 총 사업비가 6조원까지 올라간다는 것은 전혀 근거 없는 계산”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농업기반공사 스스로도 예상 사업비를 훨씬 높게 잡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농업기반공사는 2월23일 “새만금사업에 투입되는 사업비는 3조837억원에 이를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대외적으로는 2조2137억원이라고 밝혔지만 내부적으론 이보다 8700억원을 더 늘려 잡은 것이다. 따라서 추가로 들어가는 사업비는 1조752억원이 아니라 적어도 1조9452억원이 된다. 새만금사업이 처음 실시될 때(91년) 농업기반공사가 밝힌 총 예상사업비는 8200억원에 불과했다.
특히 예산 증가분은 앞으로 벌여나가야 할 토지조성 등 방조제 내부 시설사업부문에 집중돼 있다. 농업기반공사는 내부시설공사에 4800억원이 든다고 공개했지만 실제로는 1조3500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농업기반공사측은 이런 이유로 사업비 추가증가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여기엔 간척으로 생기는 새만금호 수질개선을 위한 환경기초시설 건설비 8200억원, 하수관거시설 공사비 6506억원, 간척지 배후에 들어서는 인구 2만명 규모의 농업도시 건설비용이 제외돼 있다.
전주환경운동연합 주용기 차장은 “농업기반공사는 새만금사업 백지화를 막기 위해 의도적으로 예상사업비를 축소해 알리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사업비 증가 추세로 봤을 때 새만금사업에 투입해야 할 국가재정은 눈덩이처럼 자꾸만 늘어날 것이 틀림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농업기반공사가 공언한 대로 새만금간척사업은 막대한 국가예산을 투자한 것 이상의 경제적 이익을 직-간접적으로 창출할 수 있을까. 농업기반공사는 이 사업에 대해 ‘오직 농지 확보가 목적’이라고 밝히고 있다. 공단이나 도시가 들어서는 것보다 환경오염 가능성이 적으며 식량증산, 국토확장 등 새롭게 발생하는 국가적 편익이 훨씬 크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에 대해 민-관 합동 조사반이 2년에 걸쳐 조사를 벌였지만 명쾌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현시점에서 새만금의 운명을 예단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국내에서 벌어진 간척사업들이 초래한 결과는 충분한 교훈이 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경기 의왕시 농업기반공사 본사의 관계자는 “한국 간척사업의 역사는 실패의 역사”라고 단언했다. 기자는 영산강, 시화, 서산, 김포 등 국내 최대 간척지 네 곳의 사업 진행과정을 추적해봤다.
89년부터 농업기반공사가 착수한 영산강개발 3단계사업. 대규모 간척의 결과로 탄생한 영암호와 금호호의 수질은 농업이 불가능할지 모르는 위험수위(2000년 조사)에 이르고 있다. 한국에서 가장 질 좋고, 수산물이 풍부하게 나던 영산강 하구의 갯벌도 자취를 감추고 있다. ‘해남포럼’ 관계자는 “목포 하면 세발낙지였다. 그러나 영산강 개발사업 이후 세발낙지 수확이 급격히 줄었다”고 말했다. 이 지역에서 회자되던 ‘갯벌이 아들 대학 보낸다’는 말은 먼 옛날 얘기가 됐다. 농지 간척은 농업보다 훨씬 더 큰 이익인 갯벌어업을 희생시키는 ‘바보 같은 짓’이라는 여론이 일었다. 영산강 4단계사업은 지난 98년 결국 철회됐다.
농지 간척은 투자비 회수 어려워
농업기반공사가 기술적 도움을 주고 수자원공사가 착공한 시화호간척사업은 8300억원의 예산을 낭비한 채 최근 폐기처분됐다. 방조제는 바다를 가로지르는 긴 ‘수치의 상징물’로 남아 있다.
국내 최대 간척지인 현대 서산농장은 그 웅장한 ‘스케일’이나 농업전용 용지라는 점에서 새만금과 유사한 데가 많다. 그러나 서산농장은 농지 간척사업에서 ‘투자비 회수’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현대건설이 유조선으로 바다를 막은 그 유명한 ‘정주영공법’까지 동원하며 3122만평의 바다를 땅으로 바꾸는 데 투입한 비용은 대략 6000억원. 그러나 지난해 말 유동성 위기에 빠진 현대건설이 이 농장을 내놓았을 때 공시지가는 3612억원에 불과했다.
그나마 한국토지공사는 이 농장의 가격은 2700억원 정도가 적당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십수년 동안의 금용비용까지 계산하면 서산농장 간척사업으로 인해 현대그룹은 막대한 손해를 본 셈이다.
동아건설이 조성한 김포매립지도 마찬가지다. 농지확보차원에서 간척했지만 농사로는 도저히 투자비를 건지지 못하게 되었다. 농업기반공사는 ‘울며 겨자 먹기’로 이 땅을 사들인 뒤 매년 이자만 수백억원씩 물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이곳에서 나오는 영농수입은 30억∼40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업기반공사는 지난 99년 이 간척지의 상당 부분을 주거-관광-물류유통-연구단지로 활용하자는 안을 내놓았다. 이는 하나의 상징적 사건이었다. 농지확보를 목적으로 설립된 공기업인 농업기반공사가 간척지에 농사만 지어서는 수지를 맞출 수 없다고 스스로 인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새만금간척지는 시화간척지(4304ha)보다 7배가 더 크며 사업비는 최소 네 배가 더 든다. 그리고 서산농장이나 김포매립지처럼 농업용지로만 쓰인다. 영산강 개발 때보다 훨씬 더 큰 갯벌을 희생해야 한다. “한국 간척사업들의 우울한 성적표는 새만금에 어떤 암시를 주는 것 같다”는 게 러시아 연해주에 진출한 농업전문가 이병구씨의 지적이다. “쌀은 지금도 남아돈다. 2003년 쌀 시장이 개방됐을 때 간척지에서 생산된 쌀은 값싼 캘리포니아 쌀에 밀릴 수밖에 없다. 가격 경쟁력이 없기 때문이다. 북한주민 먹여 살릴 땅은 연해주나 만주에 널려 있다. 첨단영농은 엄청난 돈을 바다에 쏟아부어 땅 넓히는 일이 아니다. 농업의 활로는 한정된 농지에서 효율을 극대화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데서 찾아야 한다.”(이씨)
2월22일 오전 9시 전북 부안군 불암리 새만금 갯벌에선 40, 50대 여성 10여 명이 갈고리로 바지락을 캐고 있었다. 새만금 갯벌은 100여 어패류의 보고다. 어민 배성곤씨가 막 잡은 굴을 까서 기자에게 건네주었다. 달보드레한 굴은 입에서 금세 녹아 내렸다. 이 동네 슈퍼에선 이렇게 싱싱한 굴 한 상자(많을 땐 1000여개가 들어간다)를 8000원이면 살 수 있다.
군산대 조사결과 방조제가 바다를 막은 뒤 새만금에서 어종은 158종에서 107종으로, 생산량은 5899t(89년)에서 978t(96년)으로 줄었다. 농업기반공사는 갯벌을 막으면 새로운 갯벌이 다시 생긴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배씨는 “이렇게 엄청난 규모를 일시에 메워버리는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 갯벌이 다시 생긴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반박했다.
새만금사업은 물린 돈보다 훨씬 크게 ‘베팅’해야 하는 사업으로 드러나고 있다. 정부와 농업기반공사는 이 사업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인 듯하다.
그렇다면 이들은 새만금을 환경친화적이고 풍요로운 농업기지로 만들겠다는 당초의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 새만금방조제가 내려다보이는 도로 변 석산은 병풍처럼 껍데기만 남은 채 흉물로 변했다. 주민 김혜영씨에게 그 이유를 물어봤다. 그녀는 “농업기반공사가 이 산을 깎아 방조제를 만든 뒤 ‘공원을 조성해 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