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성이 뛰어난 대형 뮤지컬이 여름 휴가철을 맞아 잇따라 무대에 올려지고 있다. 이번에 공연되는 뮤지컬들은 평소 쉽게 만날 수 없던 대작인 데다 장기간 준비 기간을 거친 수준 높은 작품들이어서 양보할 수 없는 한판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불볕더위에 축 처지기 십상인 요즘이지만, 뮤지컬 애호가들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도 신나는 여름이 된 것.
1996년 브로드웨이 첫 공연 후 전회 매진의 기록을 세워온 화제의 뮤지컬 ‘렌트’(7월5∼23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나, 1995년 체코 프라하에서 초연된 이후 현재까지 전세계 투어 공연을 이어오면서 한 해 2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끌어모으고 있는 뮤지컬의 블록버스터 ‘드라큘라’(7월7∼30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등은 이름만 들어도 뮤지컬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작품들이다.
‘렌트’는 푸치니의 진보적인 오페라 ‘라보엠’을 조너선 라슨이 뮤지컬로 재구성한 작품. 뉴욕 뒷골목인 이스트 빌리지에 사는 젊은이들의 꿈과 열정, 사랑과 우정, 죽음 등을 다루고 있다. 연출가 윤우영씨는 “에이즈 마약 등 현대 사회의 환부를 건드리는 사회성 짙은 뮤지컬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어떻게 살 것인가’의 문제를 절절하게 풀어내고 있어 전세계 모든 관객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작품”이라고 설명한다. 뮤지컬 간판스타 남경주 최정원이 주연을 맡았고 주원성 이희정 황현정 등 뮤지컬 전문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드라큘라’는 1998년 국내에서 초연된 이후 다시 무대에 올려졌다. 제목 때문에 으스스한 공포물로 오인되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완전한 러브스토리. 15세기에서 현대로 이어지는 잘 짜인 스토리, 다양한 색채감의 음악, 무대 구석구석을 활용하는 입체적인 연출이 브로드웨이 뮤지컬과는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연출가 강대진씨는 “유럽 예술의 전통을 보여주면서 웅장한 무대 세트, 열정적인 춤, 화려한 의상 등 볼거리에도 비중을 많이 두었다”고 말한다. 주인공 드라큘라는 록 싱어 신성우와 배우 김성기가 번갈아 맡고, 드라큘라의 연인 로레인 역에는 이소정과 임유진이, 아내 아드리아나 역에는 영화 ‘섬’의 주인공인 영화배우 서정과 김선경이 교체 출연한다.
‘렌트’가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드라큘라’가 유럽 뮤지컬을 대표한다면, ‘도솔가’(7월7∼22일 LG아트센터)는 ‘문화 게릴라’ 이윤택의 토종 뮤지컬. 국내 초연의 창작 뮤지컬 ‘도솔가’는 동양과 서양의 사상을 접합하고 국악과 테크노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새로운 힘을 만들어낸다.
‘동서양 사상과 상상력의 공존’이라는 새로운 문화적 지평을 탐색해보겠다는 것이 연출 의도. 뮤지컬 소재로는 다소 철학적이고 난해하다는 선입견이 있지만, 형식은 쉽고 흥겨운 편. 박철호 이정화 정동숙 박일규 서상권 등이 출연하고 ‘짜라밴드’ ‘댄스그룹’이 특색 있는 음악과 춤을 선사한다.
저마다 분명한 색깔과 개성을 표방하고 있는 이들 세 작품의 공통점은 음악에 많은 무게를 실었다는 점. ‘렌트’는 리듬 앤드 블루스, 탱고, 발라드, 록 등 90년대 대중 음악의 거의 모든 장르를 소화하고 있는데, 이들 장르가 하모니를 이루며 어두운 세상을 가슴 저리게 담는다. ‘드라큘라’의 음악 역시 브로드웨이 뮤지컬 음악에 견주어 손색 없는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체코 음악의 전통에 팝과 록이 뒤섞인 장중한 스타일의 음악이 고풍스러운 중세풍 세트들과 어울려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이에 비하면 ‘도솔가’의 음악은 오히려 낯설게 느껴진다. 양반층이 즐겼던 정가와 절에서 불렀던 범패 등 우리 전통 음악을 바탕으로 하면서 테크노와 힙합, 발라드 같은 서양적 리듬을 가미해 독특한 분위기를 엮어낸다. 다양한 창법이 요구되는 작품이다 보니, 연출가는 대목에 따라 여주인공인 이정화에게는 ‘이미자 창법’을, 남자 주인공 박철호에겐 ‘나훈아 창법’까지 주문했다는 후문이다. 작품을 보고 나면 ‘우리 가락이 뮤지컬에서 이렇게 달라질 수 있구나’ 하고 느끼게 된다.
지난 주말부터 불붙기 시작한 세 편의 뮤지컬 격돌에서 1회전 승자는 ‘렌트’로 판가름났다. ‘렌트’는 26회 공연 일정으로 4만3000장의 입장권 가운데 2만5000장이 예매로 팔리면서 사전 예매율 60%를 기록하고 있다. 개막 첫 주말 객석 점유율이 90%에 달했고 가장 비싼 VIP석과 R석은 매진된 상태. 이는 작년 6월 앙코르 공연을 가진 뮤지컬 ‘명성황후’의 기록을 뛰어넘는 수치.
이는 뮤지컬의 주고객인 20, 30대 여성들이 에이즈 마약 동성애 등의 작품 소재에 별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첫 세대라는 점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흔히 거부감을 일으킬 만한 소재를 주변의 이야기로 수용할 수 있는 관객층이 형성됐다고 볼 수 있다. 관객들의 취향도 변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주연급이 아닌 조연급 배우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뮤지컬 스타의 세대 교체를 예고하고 있다.” 예술의전당 홍보팀 이상미씨의 말이다.
국내의 뮤지컬 팬들은 그동안 새로운 작품 없이 앙코르 공연 작품들만 볼 수밖에 없었던 것이 사실. 따라서 ‘렌트’의 인기 비결도 ‘신선한 무대’에 대한 기대감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대작 뮤지컬들이 잇따라 만들어지고, 오페라처럼 협찬에 의존하는 방식이 아니라 매표로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가 정착되면서 우리 뮤지컬의 자생력이 커지고 안정적인 관객층이 형성되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창작 뮤지컬을 보면 안정적인 관객층이 형성돼 있다고 보기 힘들다. 96년 초연된 ‘명성황후’는 평균 객석점유율 70% 정도를 유지하면서 흥행에도 성공했지만, 다른 작품들은 흥행에 실패하는 등 그 편차가 심하다. 연극평론가 김미도씨는 “우리의 코러스 수준과 배우들의 역량은 세계적인 뮤지컬과 비교해 떨어지지 않지만 뮤지컬 전문 작가, 연출가, 음악가가 없는 것이 문제다. 일반적으로 브로드웨이식 뮤지컬은 통속적인 내용을 오락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내용이 교훈적이고 철학적일수록 쉽고 재미있어야 한다. 대중성을 무시한 뮤지컬은 성공할 수 없다”고 말한다. 여전히 창작 뮤지컬보다는 ‘수입 뮤지컬’에 관객이 몰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1996년 브로드웨이 첫 공연 후 전회 매진의 기록을 세워온 화제의 뮤지컬 ‘렌트’(7월5∼23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나, 1995년 체코 프라하에서 초연된 이후 현재까지 전세계 투어 공연을 이어오면서 한 해 2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끌어모으고 있는 뮤지컬의 블록버스터 ‘드라큘라’(7월7∼30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등은 이름만 들어도 뮤지컬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작품들이다.
‘렌트’는 푸치니의 진보적인 오페라 ‘라보엠’을 조너선 라슨이 뮤지컬로 재구성한 작품. 뉴욕 뒷골목인 이스트 빌리지에 사는 젊은이들의 꿈과 열정, 사랑과 우정, 죽음 등을 다루고 있다. 연출가 윤우영씨는 “에이즈 마약 등 현대 사회의 환부를 건드리는 사회성 짙은 뮤지컬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어떻게 살 것인가’의 문제를 절절하게 풀어내고 있어 전세계 모든 관객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작품”이라고 설명한다. 뮤지컬 간판스타 남경주 최정원이 주연을 맡았고 주원성 이희정 황현정 등 뮤지컬 전문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드라큘라’는 1998년 국내에서 초연된 이후 다시 무대에 올려졌다. 제목 때문에 으스스한 공포물로 오인되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완전한 러브스토리. 15세기에서 현대로 이어지는 잘 짜인 스토리, 다양한 색채감의 음악, 무대 구석구석을 활용하는 입체적인 연출이 브로드웨이 뮤지컬과는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연출가 강대진씨는 “유럽 예술의 전통을 보여주면서 웅장한 무대 세트, 열정적인 춤, 화려한 의상 등 볼거리에도 비중을 많이 두었다”고 말한다. 주인공 드라큘라는 록 싱어 신성우와 배우 김성기가 번갈아 맡고, 드라큘라의 연인 로레인 역에는 이소정과 임유진이, 아내 아드리아나 역에는 영화 ‘섬’의 주인공인 영화배우 서정과 김선경이 교체 출연한다.
‘렌트’가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드라큘라’가 유럽 뮤지컬을 대표한다면, ‘도솔가’(7월7∼22일 LG아트센터)는 ‘문화 게릴라’ 이윤택의 토종 뮤지컬. 국내 초연의 창작 뮤지컬 ‘도솔가’는 동양과 서양의 사상을 접합하고 국악과 테크노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새로운 힘을 만들어낸다.
‘동서양 사상과 상상력의 공존’이라는 새로운 문화적 지평을 탐색해보겠다는 것이 연출 의도. 뮤지컬 소재로는 다소 철학적이고 난해하다는 선입견이 있지만, 형식은 쉽고 흥겨운 편. 박철호 이정화 정동숙 박일규 서상권 등이 출연하고 ‘짜라밴드’ ‘댄스그룹’이 특색 있는 음악과 춤을 선사한다.
저마다 분명한 색깔과 개성을 표방하고 있는 이들 세 작품의 공통점은 음악에 많은 무게를 실었다는 점. ‘렌트’는 리듬 앤드 블루스, 탱고, 발라드, 록 등 90년대 대중 음악의 거의 모든 장르를 소화하고 있는데, 이들 장르가 하모니를 이루며 어두운 세상을 가슴 저리게 담는다. ‘드라큘라’의 음악 역시 브로드웨이 뮤지컬 음악에 견주어 손색 없는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체코 음악의 전통에 팝과 록이 뒤섞인 장중한 스타일의 음악이 고풍스러운 중세풍 세트들과 어울려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이에 비하면 ‘도솔가’의 음악은 오히려 낯설게 느껴진다. 양반층이 즐겼던 정가와 절에서 불렀던 범패 등 우리 전통 음악을 바탕으로 하면서 테크노와 힙합, 발라드 같은 서양적 리듬을 가미해 독특한 분위기를 엮어낸다. 다양한 창법이 요구되는 작품이다 보니, 연출가는 대목에 따라 여주인공인 이정화에게는 ‘이미자 창법’을, 남자 주인공 박철호에겐 ‘나훈아 창법’까지 주문했다는 후문이다. 작품을 보고 나면 ‘우리 가락이 뮤지컬에서 이렇게 달라질 수 있구나’ 하고 느끼게 된다.
지난 주말부터 불붙기 시작한 세 편의 뮤지컬 격돌에서 1회전 승자는 ‘렌트’로 판가름났다. ‘렌트’는 26회 공연 일정으로 4만3000장의 입장권 가운데 2만5000장이 예매로 팔리면서 사전 예매율 60%를 기록하고 있다. 개막 첫 주말 객석 점유율이 90%에 달했고 가장 비싼 VIP석과 R석은 매진된 상태. 이는 작년 6월 앙코르 공연을 가진 뮤지컬 ‘명성황후’의 기록을 뛰어넘는 수치.
이는 뮤지컬의 주고객인 20, 30대 여성들이 에이즈 마약 동성애 등의 작품 소재에 별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첫 세대라는 점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흔히 거부감을 일으킬 만한 소재를 주변의 이야기로 수용할 수 있는 관객층이 형성됐다고 볼 수 있다. 관객들의 취향도 변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주연급이 아닌 조연급 배우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뮤지컬 스타의 세대 교체를 예고하고 있다.” 예술의전당 홍보팀 이상미씨의 말이다.
국내의 뮤지컬 팬들은 그동안 새로운 작품 없이 앙코르 공연 작품들만 볼 수밖에 없었던 것이 사실. 따라서 ‘렌트’의 인기 비결도 ‘신선한 무대’에 대한 기대감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대작 뮤지컬들이 잇따라 만들어지고, 오페라처럼 협찬에 의존하는 방식이 아니라 매표로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가 정착되면서 우리 뮤지컬의 자생력이 커지고 안정적인 관객층이 형성되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창작 뮤지컬을 보면 안정적인 관객층이 형성돼 있다고 보기 힘들다. 96년 초연된 ‘명성황후’는 평균 객석점유율 70% 정도를 유지하면서 흥행에도 성공했지만, 다른 작품들은 흥행에 실패하는 등 그 편차가 심하다. 연극평론가 김미도씨는 “우리의 코러스 수준과 배우들의 역량은 세계적인 뮤지컬과 비교해 떨어지지 않지만 뮤지컬 전문 작가, 연출가, 음악가가 없는 것이 문제다. 일반적으로 브로드웨이식 뮤지컬은 통속적인 내용을 오락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내용이 교훈적이고 철학적일수록 쉽고 재미있어야 한다. 대중성을 무시한 뮤지컬은 성공할 수 없다”고 말한다. 여전히 창작 뮤지컬보다는 ‘수입 뮤지컬’에 관객이 몰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