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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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산업의 전통과 미래 보여준 ‘몬터레이 카 위크 2025’

[조진혁의 Car Talk] 세계 최대 자동차 축제… 하이퍼카와 클래식카 한자리에

  • 조진혁 자유기고가

    입력2025-08-27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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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설적인 페라리  모델들을 모아 전시한 ‘콩코르소 페라리(Concorso Ferrari)’ 10주년 행사장 전경. 페라리코리아 제공 

    전설적인 페라리  모델들을 모아 전시한 ‘콩코르소 페라리(Concorso Ferrari)’ 10주년 행사장 전경. 페라리코리아 제공 

    매년 8월이면 미국 캘리포니아주 몬터레이 반도에 특별한 자동차들이 모인다. ‘몬터레이 카 위크(Monterey Car Week)’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올해도 8월 16일과 17일 세상에서 가장 값비싸고 아름다운 자동차들이 이 도시 거리를 가득 메웠다. 수백만 달러를 호가하는 하이퍼카부터 경매장에 등장하는 클래식카, 미래 지향적인 콘셉트카까지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어 이 기간 몬터레이 반도는 자동차 애호가 사이에서 ‘성지’로 통한다. 

    올해 몬터레이 카 위크는 예년보다 화려했다. ‘초희소성과 초개인화’를 앞세운 하이퍼카들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고, 클래식카들은 예술품으로서 또 다른 차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콩코르소 페라리(Concorso Ferrari)’는 브랜드가 쌓아온 레이싱 헤리티지를 극적으로 드러내며 자동차가 이동 수단 그 이상임을 보여줬다.

    압도적 존재감 드러낸 페라리

    먼저 주목할 차량은 ‘하이퍼카’다. 부가티는 개인 맞춤형 하이퍼카 프로그램의 첫 모델인 ‘브루야르’를 선보였다. 람보르기니는 V12 하이브리드 슈퍼카 ‘페노메노’를 29대 한정 생산한다고 발표했다. 고든 머레이 오토모티브는 르망의 영광을 기리는 ‘르망 GTR’을 내놓으며 브랜드 정통성을 강조했다. 모두 트랙에서 뛰어난 성능을 보이는 차량이지만 퍼포먼스가 강조되진 않았다. 얼마나 빠른가보다 몇 대가 만들어졌는지, 얼마나 대단한 스토리를 담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게 여겨졌다. 고성능은 기본으로 하고, 차량에 담긴 희소성과 서사의 울림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한 것이다. 몬터레이는 그런 곳이다. 여기선 모든 자동차가 예술 작품처럼 여겨진다. 

    잔디밭에 도열한 클래식카들도 흥미를 자아냈다. 1961년식 ‘페라리 250 GT SWB 캘리포니아 스파이더’는 2000만 달러(약 280억 원) 이상에 거래될 것으로 예상됐다. 1993년식 ‘페라리 F40 LM’ 역시 900만 달러(약 125억 원) 가까운 추정가를 기록했다. ‘포르쉐 911R’ ‘메르세데스 AMG 560 SEC’ 같은 모델도 등장해 애호가들의 관심을 끌었다. 흥미로운 점은 클래식카가 미술품처럼 거래되는 금융자산이 됐다는 것이다. 희소성과 보존 상태, 역사적 레이스 기록이 가격을 좌우하고, 억만장자 컬렉터들은 클래식카를 포트폴리오의 일부로 삼는다. 올해 몬터레이 경매장은 미술 경매장 못지않은 열기를 뿜어냈다. 

    1950~1960년대를 대표하는 페라리 모델 ‘페라리 250 GTO’(왼쪽)와 ‘페라리 250 테스타로사’. 페라리코리아 제공 

    1950~1960년대를 대표하는 페라리 모델 ‘페라리 250 GTO’(왼쪽)와 ‘페라리 250 테스타로사’. 페라리코리아 제공 

    자동차로 선보인 다원적 미래

    특히 상징적인 장면은 ‘콩코르소 페라리’ 10주년 행사에서 만들어졌다. ‘페블비치 콩쿠르 델레강스’와 함께 진행된 전시에는 총 70대의 전설적인 페라리 모델이 모였다. 20세기 레이싱 아이콘부터 최신 하이브리드 슈퍼카에 이르기까지 페라리라는 이름이 걸어온 여정을 한눈에 보여줬다. 그 자리에서 압도적 존재감을 드러낸 건 1948년형 ‘166 스파이더 코르사-004 C’로 오리지널 섀시와 차체, V12 엔진, 변속기가 고스란히 보존돼 화제를 모았다. 탁월한 내구성으로 르망 24시에서 우승을 차지한 1965년형 ‘250 LM–6313’도 전시돼 브랜드 역사를 웅변했고, 최근 르망 24시 3연승을 기념해 제작된 ‘499P 모디피카타’에는 현 페라리 기술력이 그대로 담겼다. 나아가 ‘F80 슈퍼카’와 ‘296 스페치알레’를 통해 레이싱카를 위해 개발된 기술이 어떻게 일반 도로용 스포츠카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줬다. 



    하이퍼카와 클래식카가 주목받는 사이 럭셔리 브랜드들은 또 다른 가치를 선보였다. 벤틀리는 ‘옴브레 바이 뮬리너’를 공개해 50시간 넘는 수작업으로 완성한 그러데이션 페인트 기술의 정수를 보여줬다. BMW의 ‘M850i 헤리티지 에디션’은 1989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컬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모델로, 단 500대만 생산된다. 럭셔리 자동차의 가치가 개인 취향과 역사적 맥락을 담는 방식으로 확장되고 있는 셈이다.

    이번 몬터레이 카 위크가 던진 또 하나의 메시지는 전통과 미래의 공존이다. 아큐라는 전기 SUV ‘아큐라 RSX 프로토타입’을 선보였고, 리비안은 R1S 쿼드 에디션을 한정판으로 내놓았다. 반면 람보르기니는 내연기관의 상징인 V12를 유지하면서도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얹은 슈퍼카로 시선을 끌었다. 중요한 건 이 각각의 차량이 경쟁 구도에 놓여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클래식카 경매와 페라리의 헤리티지가 찬사를 받는 동시에, EV와 하이브리드 모델도 박수를 받았다. 몬터레이 카 위크는 과거와 현재, 미래가 겹쳐진 무대였고, 자동차산업이 다원적 미래로 향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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