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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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번식장의 동물 학대 끝내려면…

[이학범의 펫폴리]

  • 이학범 수의사·데일리벳 대표

    입력2023-09-20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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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려동물 인구 1500만 시대. 반려동물과 행복한 동행을 위해 관련법 및 제도가 점점 진화하고 있다.
    ‘멍냥 집사’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반려동물(pet)+정책(policy)’을 이학범 수의사가 알기 쉽게 정리해준다.


    번식장에서 태어난 강아지가 펫숍으로 팔려가는 경매장. [이학범 제공]

    번식장에서 태어난 강아지가 펫숍으로 팔려가는 경매장. [이학범 제공]

    얼마 전 경기 화성시 어느 개 번식장에서 대규모 구조 작전이 펼쳐졌습니다. 동물 학대 제보를 받은 경기도가 동물보호단체와 함께 1400여 마리 개를 구조한 것입니다. 경기도는 제보받은 당일 특별사법경찰관과 경기도청 반려동물과 직원들을 현장으로 보내 상황을 파악한 뒤 번식장 소유주에게 개 소유권 포기 의사를 확인하고 모든 개를 구조했습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직접 구조된 개들의 이송을 돕기도 했죠.

    현장에서는 안락사용 약물 등 각종 의약품과 다량의 주사기가 발견됐습니다. 그동안 수많은 불법 진료와 동물 학대가 있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심지어 불법 제왕절개 수술을 당한 것으로 보이는 모견 사체도 발견됐습니다. 이곳에서 구조된 개들은 현재 경기도와 여러 동물단체가 나눠서 임시보호하고 있습니다. 수의사 단체가 중성화수술 봉사를 하고 있는데, 수술을 마치는 대로 보호자를 찾을 것으로 보입니다.

    합법 번식장에서도 동물 학대 만연

    끔찍한 번식장 모습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이곳이 동물생산업 허가를 받은 ‘합법 업체’였다는 점입니다. 합법 업체가 이런 상황이니 다른 번식장은 어떨지 상상하기도 싫어집니다. 여기서 잠깐 모견이나 번식장(강아지공장), 동물생산업이라는 단어가 생소한 분들이 있을 것 같은데요. 개념을 한번 정리하고 가겠습니다.

    펫숍에 있는 작고 귀여운 강아지들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요. 대부분 번식장으로 불리는 동물생산업체에서 태어나 경매장을 거쳐 펫숍으로 오게 됩니다. 양돈농장에서 어미 돼지를 모돈이라고 하죠. 번식장에서 새끼를 낳는 암컷 개도 모견이라고 부릅니다. 이처럼 많은 강아지가 ‘번식장→경매장→펫숍’ 경로를 통해 우리에게 오는데, 이 과정을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번에 적발된 번식장의 개들은 모두 몰티즈, 포메라니안 등 펫숍에서 인기 있는 소형견 품종이었습니다.



    사실 번식장이나 강아지공장이라는 단어는 법적 용어가 아닙니다. 동물생산업이 정식 용어입니다. 다만 공장처럼 강아지를 찍어내듯이 생산하는 곳이 많아, 그런 곳을 번식장이나 강아지공장이라고 칭합니다. 번식장 모견들은 임신과 출산을 반복합니다. 태어난 새끼들은 경매장으로 가 경매에 부쳐지죠. 미술품 경매와 똑같습니다. 펫숍(동물판매업) 주인들은 마음에 드는 강아지를 보고 버튼을 눌러 가격을 흥정한 뒤 낙찰받아 펫숍으로 데려갑니다. 이런 상황이 안타깝지 않으신가요. 번식장에서 벌어지는 동물 학대를 끝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펫숍 대신 유기견 입양·브리더 분양

    먼저 반려동물 사육을 생각 중이라면 유기동물 입양을 고려해보길 바랍니다. 펫숍에서 강아지가 한 마리에 몇십만~몇백만 원에 팔려나가면 ‘번식장→경매장→펫숍’ 고리를 끊기가 어렵습니다. 일단 돈벌이가 되기 때문이죠. 유기견을 입양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번식장도 자연히 줄어들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두 번째로는 ‘브리더(Breeder)’ 분양을 고민해보길 바랍니다. 모든 사람이 유기견을 입양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비양심적인 번식장이 문제일 뿐, 동물생산업이 무조건 나쁜 것만도 아닙니다. 양심적으로 동물을 길러 판매하는 사람들의 대표적 예가 바로 브리더입니다.

    브리더는 견종 번식을 돕는 품종 전문가를 뜻하는데요. 각 견종에 맞는 환경에서 신념을 갖고 동물생산업에 종사하는 이들이죠. 문제는 아직 국내에 브리더를 인증하는 제도가 없다는 점입니다. 말만 브리더라 하고 실제로는 공장 형태의 번식장에서 강아지를 생산한 뒤 분양비만 비싸게 챙기는 업체가 많은 거죠. 브리더 정규 교육과정과 국가 차원의 인증제도가 절실한 이유입니다. 이런 틀이 마련되기 전에는 반려견을 기르고자 하는 사람들 스스로 좋은 브리더와 나쁜 브리더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합니다(상자 참조).

    다행스러운 점은 최근 정부도 동물생산업 관련 대책을 마련했다는 것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8월 발표한 ‘반려동물영업 관리 강화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하반기 동물생산업 내 부모견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2026년부터 부모견 등록제를 시행할 예정입니다. 중장기적으로는 브리더 중심의 생산·판매 구조로 전환한다는 방침도 세웠습니다.

    또한 모견과 자견에 각각 등록번호와 개체번호를 부여하는 이력관리 시스템(생산·판매·양육 전 단계 반려동물 이력관리 제도)도 구축합니다. 반려견을 입양할 때 어느 곳에서 어떤 모견이 낳은 강아지인지 확인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이런 대책들이 시행되면 동물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비양심적인 번식장도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좋은 브리더의 10가지 조건

    ● 브리딩을 하는 견종 수가 단일 혹은 소수이며, 각 견종의 특성을 잘 이해한다.
    ● 견종 체구에 따라 요구되는 충분한 공간을 제공한다. 좁은 공간에서 과도하게 동물을 사육하지 않는다.
    ● 자견이 없을 시 예약 리스트에 올리거나 책임감 있는 다른 브리더를 추천해준다.
    ● 견종 특성에 맞는 장난감을 제공하고, 사회화 활동 및 운동을 하게 한다.
    ● 자견이 부모견(최소한 모견)과 충분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준다.
    ● 입양 후 발생할 수 있는 유전적·후천적 건강상 문제에 대해 설명해준다.
    ● 유전질환이 있는 개체를 부모견에서 제외한다.
    ● 견사 공개를 허용하고, 전체 가족 구성원이 분양 전 견사에 와 직접 자견을 만날 것을 추천한다.
    ● 대면으로만 최종 분양을 하며, 온라인이나 펫숍을 통한 판매는 하지 않는다.
    ● 해당 견종에 맞는 관리법을 알려주고, 분양 후에도 지속적으로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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