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국내 4개 주요 시중은행은 1000억 원 안팎으로 ESG펀드에 출자했다. [GETTYIMAGES·각 은행 제공]
국내 주요 시중은행 역시 올해 ESG펀드 투자에 적극적이었다. ‘주간동아’가 6월 23일 4개 주요 시중은행의 올해 상반기 ESG펀드 신규 투자 현황을 조사한 결과 NH농협은행(이하 농협은행)이 1500억 원을 투자하며 선두를 달렸다.
다른 은행들 역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신한은행은 올해 645억 원을 신규 투자했다. KB국민은행은 그룹 차원에서 1031억 원을 ESG펀드에 투자했다. 하나은행은 올해 상반기 신규 투자가 없었다. 다만 하나은행 관계자는 “하반기 신규 출자를 할지 내부에서 논의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 측은 “ESG펀드 투자 관련 세부 내역을 공개하기 어렵다”고 해 조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우리은행은 그룹사 차원에서 지난해 11월 2000억 원 규모의 ‘인프라 뉴딜펀드’를 조성한 바 있다.
농협은행, 그룹 뛰어넘는 투자로 선두권
전반전을 마친 시점. 농협은행이 치고 나가고 여타 은행이 추격하는 형국이다. 계열사를 넘나드는 농협은행의 ESG펀드 투자 방식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농협은행은 올해 첫 ESG펀드 출자로 5월 17일 키움투자자산운용이 운용하는 ‘키움 그린뉴딜 인프라펀드’에 앵커 투자자로 참여했다. 금융권에서 논란이 된 ‘계열사 펀드 밀어주기’와는 반대 행보를 보였다. 출자 규모는 6개 참여 기관 중 최대 액수인 1000억 원. 해당 펀드 자금은 임대형 민간투자사업(BTL)에 활용된다.농협은행은 6월 10일 NH아문디자산운용이 운용하는 ‘NH아문디 그린뉴딜 인프라 ESG펀드’에도 500억 원을 투자했다. 해당 펀드는 신재생에너지 등 그린뉴딜 관련 사업시행법인에 대출 및 지분투자를 하는 방식으로 사용된다.
권준학 농협은행장은 “농협은행의 선제적 ESG펀드 투자를 통해 미래 신사업 분야를 선점하고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면서 “농협은행은 농업 정책 금융기관으로서 그린뉴딜 과제인 스마트팜 및 친환경 농업 지원 부분에 전문성과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활용해 친환경 농업 인프라 구축과 연계된 ESG펀드 발굴 및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은행업계의 ESG펀드 참여를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시중은행들이 ESG펀드 앵커 투자자로 나서면서 시장에 청신호를 보냈다는 이유에서다. 한화자산운용 ESG 위원장인 김솔 한국외대 경영학과 교수는 “은행이 ESG펀드에 앵커 투자자로 참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시장에 긍정적 시그널을 준다. 은행은 예금 등 안전을 지향하는 보수적인 투자를 한다는 인식이 있다. 은행이 투자하는 모습을 보면서 여타 투자자들 역시 열린 마음으로 투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SG펀드, 유행 아닌 패러다임 이동”
권준학 NH농협은행장. [사진 제공 · NH농협은행]
시중은행들은 그 나름 고민이 있다. 주요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ESG펀드의 경우 간접투자 형식으로 이뤄진다. 은행 입장에서는 자칫 예상 수익률을 밑돌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있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외에도 여러 직접투자 방식으로 ESG 투자를 늘리며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ESG펀드의 수익을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ESG펀드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ESG펀드에 유입되는 자금은 증가 추세다. 사회적 책임투자 전문기관 ‘서스틴베스트’가 5월 17일 발간한 ‘2021년 1분기 ESG 펀드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ESG펀드는 89개로 지난해 1분기(53개) 대비 21.9% 늘었다. 올해 1분기 ESG펀드에 유입된 자금 규모도 1조9354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서스틴베스트에 따르면 6월 18일 기준 ESG펀드 수는 102개로 더 늘었다.
정다솜 서스틴베스트 선임연구원은 “국내외에서 주식형 ESG펀드의 수익률은 일반 펀드 및 지수 추종 ETF(상장지수펀드)와 비슷하거나 높은 수준이다. 더욱이 ESG펀드는 운용 기한을 늘릴수록 시장 대비 초과 수익을 얻도록 설계된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 ESG펀드가 등장한 역사가 오래되지 않아 투자에 대한 확신이 부족할 수 있으나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김솔 교수 역시 “ESG펀드가 유행이냐 아니냐를 두고 한때 논란이 있었다. 패러다임 이동으로 바라보는 것이 옳다”고 설명했다.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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