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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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0만 학생 예방 주사 맞으러 동네병원 가라’는 교육부에 의료계 “분산 대책 세워라” 경고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입력2020-08-17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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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3 이하, 62세 이상’ 무료 접종 확대로 가을 동네병원 문전성시 우려

    • 의료계, “N차 확산 속도 무서워…올 가을엔 학교 단체접종 허용해야”

    • 질본, “사전 예약 권고하고 연령별 집중접종시기 나눠 밀집도 낮출 것”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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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행성 독감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전국 543만 명 모든 학생에게 인플루엔자(독감) 예방접종을 무료로 실시하겠다.” 

    지난 11일 유은혜 교육부총리는 2학기 등교 확대에 따른 교육안전망 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방역안전망’의 일환으로 고3 학생까지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을 실시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종전에는 초등학교 5학년까지 무료 접종하던 것을 고3으로 확대해, 증상이 유사한 독감과 코로나19가 겹쳐 발생해 방역 혼선이 빚어지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교육부 방침에 따라 고등학생(134만 명)은 9월 22일부터, 중학생(132만 명)은 10월 5일부터 일주일 내에, 초등학생(268만 명)은 10월 19일부터 2주 내에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을 마칠 것이 권고된다. 

    예방접종을 하려면 보건소나 보건복지부로부터 예방접종 업무를 위탁 받은 ‘동네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이에 짧은 기간 많은 인원이 일선 병·의원에 몰려 코로나19 확산 위험이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어린이와 청소년 외에도 어르신 무료접종 대상이 65세 이상에서 62세 이상으로 확대되고, 무료접종 대상이 아니더라도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을 하려는 수요가 올 가을에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이번 코로나19 시국에 한해 학교에서의 단체접종 허용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복지부의 ‘예방접종 실시 및 방법에 관한 고시’에 따라 예방접종은 보건의료기관 주관 하에 보건의료기관 내에서만 실시된다. 학교 등에서 단체 예방접종을 실시했다가 쇼크 등 응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환자의 평소 지병이나 특이체질을 지나친 채 접종하는 문제 때문에 보건의료기관 외 접종이 금지됐다. 다만 해당 고시는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보건의료기관 의외의 장소에서도 예방접종을 실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해외에선 약국·마트 접종 논의도 있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아래 중대본) 주관 생활방역위원회 소속 위원이자 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19 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는 “지금까지 동네병원에서 코로나19 감염 사례가 거의 나오지 않은 것은 의심 환자를 선별진료소로 보내고, 국민이 동네병원 방문을 최소화했기 때문”이라며 “무증상 감염 사례가 적지 않고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깜깜이 환자 비율이 10%가 넘는 데다, 순식간에 N차 감염으로 확산되는 상황에서 학생, 어르신, 만성질환자가 동네병원에서 밀접하게 접촉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 교수는 “짧은 기간 많은 사람이 예방접종하는 것이 독감 확산 방지에 유리하다는 점을 감안해 미국 등 해외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약국과 마트 등에 의료진이 상주하며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을 실시하자는 논의가 이뤄져왔다”며 “우리도 올 가을 학교에서 단체접종을 실시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해봐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은 2학기 ‘전면 등교’를, 수도권은 주 3일 등교(초등학교 1·2학년은 주 4일)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각 학교가 단체 예방접종 일정을 세우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6월 8일 마스크를 쓴 채 등교하고 있는 대구의 초등학생들. [뉴시스]

    6월 8일 마스크를 쓴 채 등교하고 있는 대구의 초등학생들. [뉴시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와 교육부는 학교에서의 단체접종을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질본 예방접종관리과 관계자는 “과거 신종플루 사태 때 예외적으로 학교에서 단체접종을 실시했다가 학생들이 주사 공포감 때문에 기절하는 일이 발생한 바 있다. 또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으로 드물게 이상 반응이 나타나는 사례가 있어 보건소나 의료기관에서 접종하는 게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질본은 동네병원의 밀집도를 낮추기 위한 조치를 시행할 예정이다. 사전예약을 한 뒤 예약한 날짜와 시간에 병·의원을 방문하도록 권고하고, 의료기관에도 의사 1인당 하루 100명 이하 환자만 수용하도록 한다는 것. 질본 예방접종관리과 관계자는 “무료 접종 대상을 5개 집단으로 나눠 각 집단마다 집중접종기간을 달리할 계획”이라며 “이달 말까지 자세한 방안을 마련해 안내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전예약이 어려울 경우 혼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학생 자녀 둘을 둔 학부모 김모(45·서울 강남구) 씨는 “아이들의 학교, 학원 스케줄 때문에 토요일 오전에나 동네병원에 갈 짬이 나는데, 과연 그 시간에 예약이 가능할까 싶다”며 “그간 인플루엔자 예방주사를 맞고 부작용이 난 적 없는 학생들만이라도 학교에서 접종받을 수 있도록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질본 예방접종관리과 관계자는 “특정 요일과 시간에 예약이 몰리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수업시간 중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을 하러 병원에 다녀올 때는 결석에서 제외해주는 방안을 교육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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