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븐으로 요리할 수 있는 푸짐한 가정식(위)과 피카에 빠질 수 없는 시나몬 롤.
휴식을 주제로 한 이국의 낯선 단어들이 익숙해진 지 오래다. 누구에게나 삶의 균형, 마음의 안정, 좋은 사람들과 갖는 시간, 사소한 데서 오는 기쁨, 건강한 몸에 대한 갈망과 갈증이 있다. 하지만 이를 누리기 위해 노력하는 일은 마음처럼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먼 나라에서 오랜 시간 일상적으로 행해온 휴식 가이드가 우리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인지도 모른다.
언급한 4개 단어 가운데 2개가 스웨덴에서 온 말이다. 라곰은 너무 적지도 많지도 않은 적당함, 즉 균형을 의미한다. 이 말은 바이킹 시대부터 내려온 스웨덴 사람의 덕목이라고 한다. 피카는 좀 더 가볍다. ‘커피 브레이크’ 또는 ‘티타임’ 정도의 시간을 뜻한다. 단순히 차를 마시는 게 아니라 좋은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짧지만 행복한 순간이다. 피카는 스웨덴에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당연한 여유이자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공백으로, 종교만큼 강력한 신념하에 지켜지는 휴식법이다. 이 휴식에는 달콤한 쿠키, 케이크, 심플 샌드위치, 그리고 시나몬 롤이 빠질 수 없다.
시나몬 롤은 버터와 우유를 넣고 부드러운 반죽을 만들어 1차 발효시킨 다음 시나몬, 설탕, 버터를 바르고 다시 한 번 발효시켜 구운 빵이다. 2번의 발효를 거치면 달콤하고 향긋한 재료를 듬뿍 넣고 달걀물을 바른 뒤 견과류와 우박설탕까지 뿌린다. 맛, 향, 식감, 모양 면에서 남녀노소 모두 사로잡을 만한 달콤한 빵이다. 스웨덴 사람들이 1년 내내 즐겨 먹는 간식이며, 10월 4일은 시나몬 번의 날이기도 하다.
도시 가까이 광활한 자연이 있는 스웨덴에는 ‘알레만스레텐(allemansrätten)’이라는 근사한 권리가 있다. ‘공동접근권’으로, 보호 또는 멸종위기만 아니라면 누구나 야생 먹을거리를 채집할 수 있다는 말이다. 사냥, 낚시 같은 전문 활동을 포함해 블루베리, 링곤베리, 라스베리 등의 열매를 따고 야생 버섯과 즐겨 먹는 쐐기풀 등을 손수 채취해 요리할 수 있다.
또한 ‘편안한 금요일’이라는 의미로 ‘프레닥스뮈스(fredagsmys)’도 중요히 여긴다. 바빴던 한 주에 마침표를 찍으며 주말을 잘 시작하는 때다. 금요일엔 푸짐한 음식이 어울릴 것 같지만 휴식이 시작되는 시간인 만큼 간단한 요리를 즐긴다. 예를 들어 닭가슴살에 밑간을 하고 베이컨을 감아 오븐에 넣어 천천히 굽는 요리라든지, 마리네이드한 고기를 오븐에 구워 페스토나 잼을 발라 먹는 요리가 포함된다. 감자, 가지, 토마토, 파프리카 등 곁들이는 채소 역시 소금, 후추로 간해 오일을 뿌리고 오븐에 가볍게 구워 완성한다.
스웨덴에서는 어둡고 춥고 긴 겨울에 대비해 농작물이 풍성한 계절이면 다양한 먹을거리를 갈무리해둔다. 과일은 잼으로 만들고, 채소나 버섯은 말린다. 고기와 생선은 염장, 훈제, 발효 과정을 거쳐 보관 기간을 늘리는 동시에 맛도 깊게 한다. 자연의 맛이 살아 있는 풍미 좋은 음식에는 호밀빵, 러스크 비스킷, 크네케브뢰드 등과 같이 순하고 투박한 빵을 곁들인다.
스웨덴 음식을 먹어보면 특별히 맛있지는 않다. 그러나 음식에 자연의 힘이 꽉 찼다는 것을 누구나 느낄 수 있다. 풍성한 자연의 그림자처럼 피할 수 없는 길고 혹독한 겨울이 존재하지만 스웨덴은 누구나 인정하는 행복한 나라다. 견디는 대신 받아들이고, 바꾸는 대신 활용하는 지혜가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