끓일수록 맛있는 매운 등갈비찜, 얇지만 쫄깃한 메밀배추부침(왼쪽부터).
등갈비에 맛깔스러운 양념을 골고루 발라 불에 구워 먹는 한국식 구이가 한창 유행한 적이 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저마다 뼈를 움켜잡고 살코기를 발라 먹는 맛이 일품인 음식이다. 서양 요리의 바비큐포크립과 비슷한데 단, 오븐 대신 직화를 이용한다. 우리 입맛에 맞는 특별한 양념에 불의 기운까지 더해져 바비큐포크립보다 인기는 한 수 위다. 그렇지만 내가 손꼽는 등갈비 요리는 찜, 조림, 찌개, 탕처럼 주로 푹 끓여 맛을 우리는 것이다.
등갈비가 맛있는 이유는 등심과 갈빗살의 특징을 골고루 갖췄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기준으로 분류하면 등갈비는 삼겹살에서 분할되며 등심, 갈비, 안심과 맞닿아 있다. 등심 부위에 속하는 갈비뼈와 늑골 사이 살코기를 모두 등갈비라 한다. 기름기가 적당해 육즙이 풍부하고 부드러운 갈빗살과, 도톰하고 씹는 맛이 구수한 등심의 매력을 잘 섞어놓은 부위가 바로 등갈비다. 게다가 뼈에 붙은 고기의 쫄깃쫄깃한 맛과 등뼈를 끓이면 우러나오는 감칠맛까지 있으니 등갈비 요리는 맛이 없기가 힘들다.
등갈비를 푹 끓여 만든 요리 가운데 충북 제천에서 먹은 것이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정수리까지 열기가 오를 정도로 대차게 매운 등갈비찜이었는데, 매워도 숟가락을 놓을 수 없는 마력이 있다. 일곱 가지 한약재와 과일을 넣어 양념장을 만들고 여러 고춧가루를 섞어 매운맛을 낸다. 매운 양념 국물을 떠 먹어보면 고춧가루 특유의 달고 구수한 맛이 스며들어 있다.
등갈비는 냉장 상태의 것만 사용한다. 냉장 고기로 만들어야 특유의 돼지 냄새가 덜 나고, 양념도 골고루 잘 배어들며, 육질이 부드러워지고, 양념에 물기가 생기지 않아 조리할 때도 맛이 좋기 때문이다. 깨끗하게 씻어 물기를 없앤 등갈비를 양념에 재워 반나절 이상 냉장 숙성시킨다.
양념한 등갈비는 양푼 냄비에 푸짐하게 담고 대파, 새송이버섯, 통마늘 한 주먹을 넣은 뒤 바글바글 끓인다. 처음에는 국물이 흥건해 보이지만 물이 아닌 양념 국물이라 끓기 시작하면 금세 졸아 먹음직스럽다. 이때 대파와 마늘이 익으면서 양념에 맛을 더한다.
매운 등갈비찜을 먹기 전 심한 공복 상태라면 메밀가루 반죽에 배춧잎을 넣은 부침개 한두 입으로 먼저 속을 달랜다. 얇지만 쫄깃한 부침개는 등갈비찜 양념에 푹 찍어 먹어도 맛있으니 조금 남겨두면 좋겠다. 등갈비찜처럼 매운 요리는 맨밥보다 감자나 말린 나물을 넣어 지은 밥과 잘 어울린다. 말린 나물 가운데 유난히 구수한 맛과 향이 좋은 곤드레밥에 등갈비찜 양념 국물과 살코기를 넣어 쓱쓱 비벼 먹으면 매운맛이 어느새 감칠맛으로 다가온다.
등갈비는 무엇보다 깨끗한 물에 충분히 씻어 물기를 잘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리하기 전에는 표면의 얇은 근막을 벗겨야 음식을 먹었을 때 부드럽고 고기를 바르기도 좋다. 먹기 좋게 뼈 사이를 가르거나 고기에 칼집을 넣으면 양념이 골고루 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