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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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맹녕의 golf around the world

고집이 낳은 옥튜플 보기

마스터스 디펜딩 챔피언의 몰락

  • | 골프칼럼니스트 26567088@naver.com

    입력2018-04-18 16: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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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의 유명 골프평론가 버나드 다윈은 “골프만큼 플레이어의 성격을 여실히 드러내는 것도 없다. 18홀을 돌다 보면 상대방의 몸속 깊숙이 감춰진 속성이 낱낱이 드러나버리니 골프는 참으로 정신력이 좌우하는 스포츠다. 더구나 골프에서는 그것이 최선이나 최악의 형태로 나타난다”고 했다. 

    4월 8일 막을 내린 제82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디펜딩 챔피언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는 중간 합계 15오버파(159타)를 기록해 컷 통과 기준인 5오버파에 한참 못 미처 탈락했다. 참가자 87명 가운데 85등을 한 것.
     
    가르시아가 컷 탈락을 한 주요 원인은 1라운드 15번 파5 홀에서 그린 앞 연못에 공을 다섯 번이나 빠뜨렸기 때문이다. 그는 결국 기준 타수보다 8타 많은 옥튜플 보기(octuple bogey)인 13타로 홀아웃을 했다. 

    투어 프로 경력 19년 차에 PGA투어 통산 10승, 국제대회 21승의 세계적 선수가 옥튜플 보기를 기록한 것은 치욕스러운 일이다. 옥튜플 보기는 80년 역사의 마스터스에서 가르시아를 포함해 세 번 나왔다. 1978년 토미 나카지마(일본)가 13번 홀에서, 1980년 톰 와이스코프(미국)가 12번 파3 홀에서 각각 옥튜플 보기를 기록했다. 

    가르시아는 공을 연못에 빠뜨리는 첫 실수를 한 후 화가 치밀어 이성을 잃었다. 그는 클럽 웨지(w)를 가지고 똑같은 샷을 반복했다. PGA투어 역사상 치명적인 스코어를 낸 선수들의 공통된 특징은 고집이다. 나상욱은 2011년 4월 발레로 텍사스 오픈 1라운드 9번 홀(파4)에서 공이 숲에 들어간 뒤 16타 만에 홀아웃을 했다. 존 댈리는 1998년 베이힐 인비테이셔널에서 파5 홀을 18오버파로 마쳤다. 

    골프코스 설계자가 페어웨이 중간중간에 연못과 러프, 그린 주변에 벙커 등을 만들어놓은 것은 골퍼들이 심리적 변화를 일으켜 실수하도록 유도하기 위함이다. 



    조금 여유를 가지고 상황에 맞는 골프를 해야 하는데 무모하게 위기를 돌파하려다 보면 더욱 곤경에 처하고, 그럼 화가 치밀어 자신을 제어할 수 없게 된다. 

    아널드 파머는 “골프에는 영원한 승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과거에도 그랬고 미래에도 그럴 것이다(There is no king of golf. Never has been, never will be)”라고 했다. 가르시아는 전년도 챔피언으로 연속 우승을 하겠다는 욕심 때문에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었을 것이다. 

    ‘과욕이 문제를 부른다(Greedy calls troubles).’ OB(Out of Bounds)를 3번 연속 낸다든지, 벙커에서 4번 만에 탈출한다든지, 그린에서 4퍼트를 한다든지, 그린을 향해 친 공이 연못에 연속으로 빠진다든지, 숲속에서 친 공이 나무에 맞아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면 골퍼는 감정을 자제하기 어려워진다. 화를 누르지 못하면 미스 샷을 연발해 말도 안 되는 스코어를 기록하게 된다. 

    스코틀랜드 골퍼들은 어려서부터 골프장에서 화가 나더라도 ‘이성을 잃지 말라(Don’t lose your temper)’고 배워왔다. 

    필드에서 화를 다스리는 방법도 많다. 심호흡을 크게 하고 하늘이나 먼 산을 바라보며 ‘하나, 둘, 셋’ 하고 숫자를 세다 보면 어느 정도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다. 이번 마스터스에서 가르시아의 치명적 실수와 컷 통과 실패는 본인은 물론, 일반 골퍼에게도 큰 교훈을 주었다. ‘항상 겸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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