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저브 시리즈 샴푸이 와인과 키오나 와인, 그리고 파워스 와이너리 정문에 놓인 구조물(왼쪽부터). [사진 제공 · ㈜비니더스코리아]
세계 와인 매체들이 파워스(Powers) 와이너리에 보내는 찬사다. 파워스는 미국 북서부 워싱턴주의 와인 발전을 이끈 선구자다. 파워스 와인은 미국 와인 특유의 화려함보다 순수하고 강건한 맛이 매력적이다. 이 같은 저력은 과연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파워스 와이너리는 오클라호마주 출신인 빌 파워스(1926~2014)가 설립했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18세에 농사를 시작한 빌은 1957년 워싱턴으로 이주해 과수를 재배했다. 포도에 애착이 강했던 그는 82년 아들 그레그와 함께 배드거 마운틴에 포도밭을 일구고 와인산업에 뛰어들었다.
1990년 파워스는 워싱턴 최초로 유기농 인증을 받았다. 환경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던 80년대 중반, 사람들은 미친 짓이라며 비웃었지만 빌은 “농사는 원래 유기농이었다. 우리는 뿌리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빌이 추구한 친환경 농법은 단순히 화학물질을 쓰지 않는 수준이 아니다. 와이너리에 필요한 전력을 태양광에서 조달하고, 식당의 폐식용유를 모아 만든 친환경 연료로 농기계를 운용했다. 그는 환경을 보호하는 것이 가족과 와이너리 임직원, 나아가 이웃과 사회에 대한 책무라고 믿었다. 그는 사회공헌 프로젝트로 제3세계 식수 부족 국가에 수익금 전액을 기부하는 몽드 오(Monde Eau) 와인을 출시하기도 했다.
빌은 ‘워싱턴 와인의 전설’로 불렸다. 자신의 이익보다 늘 워싱턴 와인산업 전체의 성공을 추구했기에 파워스에 대한 워싱턴 포도 농가의 신뢰도 대단하다. 특등급 밭을 보유한 농가들이 파워스에 기꺼이 포도를 공급했다. 이런 파트너십으로 만든 와인이 파워스의 리저브(Reserve) 시리즈다. 이 와인들은 워싱턴 최고의 포도와 파워스의 양조 실력이 탄생시킨 걸작이다.
‘파워스’ 와이너리를 설립한 빌 파워스(왼쪽)와 아들 그레그. [사진 제공 · ㈜비니더스코리아]
키오나는 수령이 55년 이상인 늙은 나무에서 수확한 카베르네 소비뇽과 고지대의 젊은 나무에서 자란 카베르네 소비뇽을 섞어 만든 와인이다. 탄탄한 보디감과 상큼한 신맛이 세련미 넘치는 구조감을 이루고, 농익은 베리향은 진하고 맛깔스럽다. 키오나를 맛보면 파워스가 왜 미국 최고의 카베르네 소비뇽 생산자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지 이해가 가고도 남는다.
파워스 와인은 빌을 닮아 소박하면서도 강하고 순수하면서도 알차다. 이제 아들 그레그가 와이너리를 이끌고 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아버지는 행복한 분이셨습니다. 이웃과 함께했기 때문이죠. 바뀌는 건 없습니다. 아버지의 뜻을 이어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