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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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미 현실이 됐을지도…

던:중력의 낙원

  •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입력2015-03-30 13: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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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면 이미 현실이 됐을지도…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이영미 옮김/ 문학동네/ 600쪽/ 1만5800원

    “2033년 11월 6일 오전 10시 17분, 인류가 마침내 화성에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우주인 6명을 태운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우주선 ‘던(Dawn)’이 인류 최초로 유인 화성 탐사에 성공한다. 이 우주선에 탑승한 일본인 사노 아스토는 평범한 외과 의사였으나 도쿄 대지진으로 외아들 ‘태양’을 잃고 제2 인생을 위해 던의 우주비행사에 지원한 인물. 소설은 던이 2년 반의 임무를 마치고 지구로 귀환한 뒤 벌어지는 거대한 스캔들을 다룬다.

    화성 탐사 성공으로 영웅이 된 우주비행사들에게 쏟아진 과도한 관심은 이내 정치적 의혹으로 바뀐다. 먼저 그들이 화성에서 수행한 모든 미션은 무인 탐사로도 충분히 가능한데 1조 달러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예산을 쓰며 유인 탐사를 한 진짜 이유가 무엇이냐는 것. 대통령선거(대선)를 코앞에 두고 공화당 정권의 제국주의적 팽창을 위해 동원한 정치적 쇼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공교롭게도 던에 승선한 생물학자 릴리언 레인은 공화당 부통령 후보의 딸로, 귀환하자마자 NASA를 그만두고 아버지의 선거 유세에 나선다.

    얼마 후 누군가에 의해 유출된 우주선 내에서의 수술 동영상이 더 큰 파문을 일으킨다. 수술대 위에 누운 사람은 릴리언, 수술을 집도한 사람은 외과 의사 아스토. 릴리언이 선내에서 임신한 후 중절수술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주영웅 아스토의 이미지에도 흠이 가기 시작한다. 이 동영상 유출로 대선에서 한참 열세였던 민주당 후보가 단숨에 전세를 역전한다. 한편 전쟁 중인 동아프리카에서 발병한 신종 말라리아가 미군과 관계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데, 이 프로젝트에 릴리언이 관련돼 있었다. 후반부로 갈수록 각각 개별적으로 진행되던 사건과 수많은 등장인물이 얽혀 들어가면서 던 프로젝트 이면에 깔린 이해관계가 하나씩 드러난다.

    그러나 작가는 등장인물들에게 선과 악의 배역을 나눠주고 종국에 누가 이기고 지느냐를 지켜보는 데는 큰 관심이 없는 듯하다. 오히려 이 소설의 묘미는 2033년, 가까운 미래 모습을 마치 영화처럼 보여준다는 데 있다. 인간처럼 행동하고 사고하는 홀로그램의 등장, 거리 곳곳에 있는 폐쇄회로(CC)TV로 자신의 행적이 실시간 모니터링되는 사회에서 인간의 분열된 내면을 들여다보는 데 더 많은 공을 들였다. 특히 ‘분인주의’(개인이 실은 무수한 분인 집합체로 이뤄져 있으며 상대와 상황에 따라 분인의 정체성이 달라진다는 개념)라고 명명한 새로운 정체성에 대한 개념이 어떻게 개인 삶에 영향을 미치고 정치적으로 이용되는지 보여주는 대목에서는 뒷골이 서늘해지기도 한다.

    ‘던’은 17년 전 소설 ‘일식’으로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던 히라노 게이치로가 쓴 첫 SF 소설이라고 하나, 작가 스스로 2008년 발표한 소설 ‘결괴’와 함께 ‘던’을 ‘분인주의 시리즈’로 이름 붙인 만큼 ‘결괴’의 연장선상에서 읽는 게 바람직하다. 아무리 그래도 던 프로젝트의 진실이 궁금해 안달이 나는 독자라면 6장 ‘나와 너’ 마지막에 나오는 릴리언의 증언부터 읽으시라.



    어쩌면 이미 현실이 됐을지도…
    혐오와 수치심

    마사 너스바움 지음/ 조계원 옮김/ 민음사/ 728쪽/ 3만3000원

    법철학과 정치철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저자가 약자를 비정상으로 규정하고 배척하려는 심리의 근원을 밝히고 우리 안에 내재된 폭력성에 대해 경고한 책. 차이를 비정상으로 간주하는 ‘혐오’와 낙인찍는 문화를 조장하는 ‘수치심’ 등 법과 제도 뒤에서 작동하는 감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우리 삶의 복잡성을 이해하려면 인문학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어쩌면 이미 현실이 됐을지도…
    영머니

    케빈 루스 지음/ 이유영 옮김/ 부키/ 416쪽/ 1만4800원

    “월가 새내기가 된다는 것은 화려함과 자기학대의 기이한 조합체가 된다는 것이다.”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7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월가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뉴욕타임스’ 기자 출신 저자는 ‘파티’가 끝난 뒤 월가에 입성한 1년 차 애널리스트 8명을 밀착 취재해 주당 100시간 근무, 연봉 15만 달러짜리 비정규직 삶을 파헤친다. 부제는 ‘나는 욕망의 월스트리트로 출근한다’.

    어쩌면 이미 현실이 됐을지도…
    기차는 꽃그늘에 주저앉아

    김명인 지음/ 민음사/ 88쪽/ 9000원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보며 ‘오늘은 극빈’(‘살청밖에 없는’ 중에서)을 떠올리고, 눈꽃 활짝 피운 산책길 화창한 하늘을 날아오르는 까마귀를 보며 ‘쾌청은, 한둘 오(烏)점이 있어야 아뜩한 것’(‘쾌청’ 중에서)이라 노래한다. 2001년부터 써온 10행 안팎의 짧은 시를 근년에서 원년 순으로 엮었다. 긴 호흡의 산문시가 대세인 요즘, 열 줄짜리 짧은 형식에 담긴 자칭 ‘골몰의 시학’이 오히려 새롭다.

    어쩌면 이미 현실이 됐을지도…
    아트 마켓 홍콩

    박수강·주은영 지음/ 아트북스/ 260쪽/ 1만8000원

    “홍콩 미술은 에너지가 가득 넘치는 어린 소년이다.” 소더비 홍콩의 수장 이블린 린이 말한 대로 오늘날 홍콩 미술시장은 생동감이 넘치고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보여준다. 1장에서 2013년 열린 ‘아트 바젤 홍콩’ 등 아트페어와 경매시장을 살펴보고, 2장에서는 주요 갤러리들을 탐방한 뒤 3장에서는 건강한 미술 생태계를 만들려는 비영리기관들의 활동을 소개했다.

    어쩌면 이미 현실이 됐을지도…
    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

    김혜남 지음/ 갤리온/ 288쪽/ 1만4000원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로 60만 독자 마음을 움직였던 저자가 30년간 정신과 의사로 일하고, 15년간 파킨슨병을 앓으며 비로소 깨달은 인생의 지혜를 들려준다.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후회하는 일’에 대해 “누군가 내게 삶의 즐거움을 포기한 대가로 얻은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할 말이 없다는 것”이라며 “더는 고민하지 말고 그냥 재미있게 살라”고 조언한다.

    어쩌면 이미 현실이 됐을지도…
    괴물

    이외수 지음/ 해냄/ 656쪽/ 1만5800원

    “한쪽 눈으로 바라보아도 소나무에는 소가 열리지 않고, 한쪽 눈으로 바라봐도 개머리에는 개뿔이 돋지 않는다.” 곳곳에서 이외수식 촌철살인이 드러난다. 태어날 때부터 왼쪽 안구가 함몰된 주인공 전진철의 비틀린 욕망, 초생성서(超生聖書)에 담긴 인류 멸망의 메시지, 독침 연쇄살인사건 등 스릴과 반전이 긴장감을 자아내는 소설. 2002년 70만 부가 팔린 베스트셀러를 재출간했다.

    어쩌면 이미 현실이 됐을지도…
    철부지 사회

    가타다 다마미 지음/ 오근영 옮김/ 이마/ 240쪽/ 1만3000원

    참을성과 저항력 부족, 책임 전가 경향, 의존증. 이 3가지는 고도 성장기에 나고 자란 철부지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다. 정신과 의사인 저자는 이와 같은 현상을 ‘성장을 거부하는 사회’라 명명하고 다음과 같이 처방했다. 상실감을 받아들일 것. 현실의 나 자신을 받아들일 것. 막연한 공상이 아니라 현실 감각을 기반으로 삶의 비전을 그려나갈 것.

    어쩌면 이미 현실이 됐을지도…
    징비록의 그림자

    이희진 지음/ 동아시아/ 304쪽/ 1만2000원

    신입(책에서는 신립) 장군은 임진왜란 때 충주 탄금대에 배수진을 치고 왜군과 대결하다 패하자 스스로 강물에 뛰어들어 자결했다고 알려져 있다. 신입은 왜 조령을 막지 않았을까. 탄금대전투는 탄금대에서 벌어졌을까. 유성룡의 회고록 ‘징비록’은 반성일까, 변명일까. 전쟁사 전문가인 저자가 이러한 의문을 품고 ‘징비록’의 이면을 파헤치고 신입 장군을 재조명해 쓴 역사 팩션.

    *만보에는 책 속에 ‘만 가지 보물(萬寶)’이 있다는 뜻과 ‘한가롭게 슬슬 걷는 것(漫步)’처럼 책을 읽는다는 뜻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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