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66

2014.12.08

삼성·LG 경영진 재편 숨은 뜻은?

세계 스마트폰 시장과 가전 시장 대응 전략 담겨 있어

  • 권건호 전자신문 기자 wingh1@etnews.com

    입력2014-12-08 10: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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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LG 경영진 재편 숨은 뜻은?

    삼성전자는 핵심 3개 사업부문장인 권오현 부회장(부품·DS)과 윤부근(소비자가전·CE), 신종균(IT모바일·IM) 사장을 모두 유임했다(왼쪽부터).

    세계 IT(정보기술)·전자산업을 이끌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경영진을 재편했다. 최근 삼성그룹과 LG그룹이 각각 인사를 단행하면서 수장들도 변동이 있었다. 당초 실적 하락으로 큰 변화가 예고됐던 삼성전자는 예상과 달리 변화폭이 작았다. 반대로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했던 LG전자는 의외의 변동이 있었다.

    두 회사 경영진의 변화는 단순한 인사 이상의 의미가 있다. 양사 인사에는 글로벌 기업이 세계 스마트폰 시장, 가전 시장을 보는 시각과 이에 대응하는 전략이 담겨 있다. 두 회사가 앞으로 보여줄 방향성을 점칠 수도 있다. 특히 이번 인사는 삼성전자가 이재용 부회장 체제에서 선보인 첫 인사라는 의미도 있다.

    삼성전자, 안정 속 변화

    삼성전자는 핵심 3개 사업부문장인 권오현 부회장(부품·DS)과 윤부근(소비자가전·CE), 신종균(IT모바일·IM) 사장을 모두 유임하며 안정을 택했다. 특히 이번 인사의 최대 관심사였던 신종균 IM부문 사장의 거취가 유임으로 결정된 것이 눈에 띈다.

    인사를 앞두고 업계에는 신 사장 퇴진설이 퍼졌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을 세계 1위로 올려놓은 성과는 있지만, 지난해 급격한 실적 부진을 겪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전자 IM부문 영업이익은 1분기 6조4300억 원에서 2분기 4조4200억 원으로 감소했고, 3분기 1조7500억 원으로 떨어졌다. 매분기 2조 원 이상의 영업이익이 사라졌고, 삼성전자 전체 실적도 휘청댔다. 그동안 삼성의 인사 스타일을 보면 급격한 실적 악화에 따른 문책성 인사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하지만 삼성전자 수뇌부는 ‘미스터 갤럭시’ 신 사장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주는 선택을 했다. 스마트폰 1위 신화를 만든 신 사장이 변화된 시장 환경에서 다시 역량을 발휘해달라는 주문이다. 이준 삼성그룹 미디어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전무)은 사장단 인사 관련 브리핑에서 “신 사장은 삼성전자가 글로벌 모바일 회사로서 1등에 올라서는 데 많은 기여를 했다”며 “앞으로 변화된 환경에서 새로운 도약을 시도할 기회를 가질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신 사장의 새 임무는 변화된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주도권을 되찾는 것이다. 애플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탄탄한 입지를 지키고 있고 샤오미를 비롯해 화웨이, 레노버 등 중국 제조업체들은 빠르게 추격해오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의 트렌드도 중저가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다.

    신 사장은 유임됐지만, 삼성의 ‘신상필벌’ 원칙은 유지됐다. 7명에 이르던 IM부문 사장단 중 이돈주 무선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사장), 김재권 무선사업부 글로벌운영실장(사장), 이철환 무선사업부 개발담당 사장 3명이 물러났다. 홍원표 미디어솔루션센터(MSC)장(사장)도 본사 소속 글로벌마케팅전략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IM부문 사장은 신 사장을 포함해 김종호 글로벌제조센터장(사장), 김영기 네트워크사업부장(사장) 3명만 남았다. 사장들의 이동으로 비대하다는 지적을 받던 IM부문의 조직 축소도 불가피해졌다.

    IM부문과 달리 DS부문과 CE부문은 각각 반도체, TV 사업의 성과를 수장 유임과 승진으로 인정받았다. 예년에 비해 사장 승진자가 크게 줄었지만, 성과를 낸 곳은 확실하게 챙겼다. 삼성전자 전영현 부사장(메모리)과 김현석 부사장(TV)은 각각 사장으로 승진했다. 두 사람의 승진은 사업 실적이 뒷받침한 결과다. 삼성전자의 TV 사업은 3분기까지 글로벌 평판TV 시장 점유율 28.9%를 기록하며 9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메모리사업부도 3분기 D램 시장 점유율 41.7%로 1위를 고수했다. 특히 반도체 부문은 3분기 영업이익 2조2600억 원을 기록해 2011년 2분기 이후 13분기 만에 IM부문 영업이익(1조7500억 원)을 넘어서는 성과를 냈다.

    삼성·LG 경영진 재편 숨은 뜻은?

    LG전자는 핵심 사업부인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과 홈엔터테인먼트(HE) 사업본부장을 모두 교체했다. MC사업본부장은 조준호 ㈜LG 대표(왼쪽)가, HE사업 본부장은 권봉석 ㈜LG 시너지팀장이 부사장으로 승진해 맡는다.

    LG전자, 변화로 도약 노려

    LG전자는 핵심 사업부인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과 홈엔터테인먼트(HE) 사업본부장을 모두 교체했다. 두 사업부 모두 성과가 좋았다는 평가를 받아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전략적 차원의 변화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MC사업본부장은 조준호 ㈜LG 대표가 맡았다. 조 대표 자리는 HE사업본부를 이끌던 하현회 사장이 맡는다. HE사업본부장은 권봉석 ㈜LG 시너지팀장이 부사장으로 승진해 맡게 됐다.

    MC사업본부장 교체는 스마트폰 사업의 무게중심을 기술 개발에서 영업으로 옮기는 것으로 해석된다. 전임 박종석 사장은 2010년 MC사업본부장을 맡아 흔들리던 스마트폰 사업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정상 궤도로 올려놓았다. ‘G 시리즈’로 세계 시장에서 존재감을 입증했고 ‘후면버튼’ ‘노크코드’ 등 혁신적인 기술도 개발했다.

    이번 수장 교체는 기술력은 갖췄으니, 이제부턴 영업력을 강화해 판매 확대에 주력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조 사장은 전략, 영업 전문가다. 2004년엔 LG전자 북미 법인장을 맡아 휴대전화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도 했다. 따라서 조 사장은 북미 시장 공략에 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LG전자는 ‘G3’ 출시 이후 북미 시장 점유율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여기에 북미 시장을 잘 아는 조 사장이 힘을 더해 판매량 신장 극대화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수익구조 강화와 브랜드 가치 증진도 조 사장이 맡을 주요 임무로 꼽힌다.

    한편 LG전자는 박종석 사장이 건강 등 일신상 사유로 신설되는 최고기술자문역(CTA)으로 옮긴다고 설명했다. TV를 총괄하는 권봉석 부사장은 ㈜LG 시너지팀장 출신으로 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는 계열사 간 협력을 통한 시너지 창출에 힘써왔고, 이는 성과로 연결됐다. 대표적인 것이 개발 단계부터 계열사와 협력해 만든 커브드 스마트폰 ‘G플렉스’다.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과 협력해 개발한 G플렉스는 비슷한 시기 출시된 삼성전자의 커브드 스마트폰 ‘갤럭시 라운드’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권 부사장은 내년에 올레드(OLED)TV 시장 확장에 나서고, 이를 위해 계열사와 공조해 제품 가격을 낮추는 데 힘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신사업을 발굴하기 위한 ‘이노베이션사업센터’와 B2B(기업 간 전자상거래) 사업을 본격 추진하고자 ‘B2B부문’을 신설했다. 또 태양광, 조명,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에너지 관련 사업을 추진하는 ‘에너지사업센터’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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