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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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양준욱 서울시의회 의장

“현장 뛰는 지방의원에게 권한줘야 분권 실현된다”

생활 밀착형 복지와 인프라는 시의원이 주도…유급 보좌관 도입 필요

  • 노지현 동아일보 기자 isityou@donga.com

    입력2017-06-28 10: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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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지방자치단체(지자체)들의 기대도 커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6월 14일 취임 후 세 번째로 개헌 구상을 밝히며 2018년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지방선거)에 맞춰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전국 17개 광역지자체장과 간담회를 갖고 “연방제에 버금가는 강력한 지방분권제를 만들겠다”며 “개헌 때 헌법에 지방분권을 강화하는 조항들과 제2국무회의를 신설할 헌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지방자치제는 1995년 6·27 지방선거를 통해 본격적으로 시작됐기 때문에 지방의회를 기준으로 하면 26년, 지자체장까지 포함하면 22년 역사를 갖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의 권한이나 재정권은 중앙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과 중앙정치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고 권한도 많이 갖지 못한 지방의회의 위상 역시 그렇다.

    6월 15일 양준욱 서울시의회 의장(더불어민주당·강동3선거구·사진)을 만나 새 정권에서 지방자치의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양 의장은 지난해 6월 제9대 서울시의회 후반기를 이끌어갈 의장으로 선출됐다. 강동구의회 의원을 두 차례 지낸 양 의장은 2008년 제7대 서울시의회에 들어와 내리 3선에 성공한 지방의회의 산증인이다.

    ‘이번에야말로 지방분권, 지방의원 강화가 이뤄질 것’이라며 기대하는 목소리가 크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최초로 봄에 치른 이번 ‘장미대선’은 단순히 날짜 변경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다. 대한민국의 변화를 열망하는 국민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고 생각한다. 지방분권 강화가 곧 정부와 대립을 뜻하지는 않는다. 공동목표를 향한 중앙과 지방의 동행은 국민 행복과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다. 서울시의회 의원들의 각오도 남다르다. 국민이 개혁과 혁신을 바라는 만큼 제9대 후반기 시의회는 안전, 민생, 청년을 시민행복 3대 과제로 삼고 그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미국처럼 큰 연방제 국가도 아닌데, 지방의회를 키울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도 있긴 하다.
    “지방자치는 주민 참여를 통해 주민을 위한 정치를 만드는 일이다. 주민이 주인인 사회를 열어간다는 점에서 풀뿌리 민주주의의 핵심이다. 또한 지방자치는 중앙집권 체제 아래서 만들어지는 비민주적 요소들을 민주적으로 바꾸는 기능을 한다. 중앙정부의 단편적이고 획일화된 정책으로는 지속가능한 국가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지역에는 각각의 고유한 역사와 문화, 지역주민 간 특수한 공감대가 있다. 지방자치가 잘돼야 국가 경쟁력이 올라간다는 연구 결과는 이미 유럽에서 충분히 축적됐다.”



    양 의장은 전남 강진군에서 태어났지만 군 제대 후 1980년대 초 서울로 올라오면서 강동구에 자리를 잡았다. 강동구가 제2의 고향이라 할 수 있다. 당시 ‘민주연합청년동지회’ 강동회장을 맡았던 그는 뜻하지 않은 일을 겪으면서 시민운동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1990년대 중반까지 대규모 공장들이 있던 땅이 시민을 위한 공원으로 탈바꿈했다. 서울 영등포역 뒤 OB맥주 공장터, 성수동 삼익악기 공장터 등이 대표적이다. 천호동의 빠이롯드사 땅 역시 서울시가 구매해 97년 10월 공원조성공사 기공식을 가졌다.

    그런데 불법으로 매립한 다량의 폐기물이 계속 발견됐다. 폐기물 위에 6억 원을 들여 꽃과 나무를 심는다면 문제가 생길 것이 뻔했다. 양 의장은 책임 규명과 폐기물 처리를 위한 ‘시민환경감시단’ 단장으로 활동했다. 결국 강동구는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폐기물을 치웠다. 현재 ‘대표 철쭉공원’으로 지역주민의 사랑을 받는 천호공원 이야기다. 



    국회의원이 지방의원보다 소위 ‘파워 있다’고 생각하는 유권자가 많은데….
    “시민이 느끼는 복지와 인프라, 생활 밀착형 제도는 시의원의 손을 거친 것이 더 많다. 음악분수를 설치하고 돗자리영화제를 개최해 천호공원이 복합문화공간이 될 수 있게 한 것이 그 예다. 배드민턴장과 족구장 등을 설치해 생활체육 동호인이 마음껏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고, 장소 대여료도 저렴하게 낮췄다. 지역주민의 숙원사업이던 천중로(천호공원~천일초~천동초) 확장을 구의원 때부터 추진해 시의회 부의장 재임 시 이뤄냈다. 주민 실생활에 필요한 시내버스 노선 분할도 현장에서 듣는 주민의 목소리를 반영해 추진했다. 매일 주민을 만나기 때문에 국회의원보다 더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다.”

    양 의장은 주민의 바람이나 기대 자체가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주민을 위해 현장에서 뛰는 지방의원들에 대한 평가와 권한 부여가 필요하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중앙정부의 권한 중 특히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국가사무의 지속적인 이양에 따른 지방사무의 증대에도 세입 배분은 8 대 2, 세출 배분은 4 대 6의 기형적 재무구조가 여전히 유지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지방자치의 중심인 지방의회를 혁신하기 위해 자치입법권 강화도 중요한 과제다.”

    문재인 정부가 누리과정 관련 예산 전액을 국고로 부담하기로 하면서 갈등이 봉합되긴 했지만, 그동안 중앙정부의 갑작스러운 복지정책 실시 발표에 없는 돈을 쥐어 짜내야 했던 지자체들은 불만이 컸다.

    정책 지원 전문인력 확보 역시 지방의회의 오래된 숙원이다. 서울시의원의 경우 의원을 돕는 유급 전문인력이 한 명도 없다. 서울시의회 의원들은 “38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예산심의, 행정사무감사, 본회의 시정 질문, 상임위원회 토론회, 지역 행사 등에서 주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청취할 수 없다”고 항변한다. 국회의원은 유급 보좌관 9명을 두고, 인당 1조2866억 원을 심의한다. 인당 3585억 원을 심의하는 서울시의원은 정책 지원 전문인력이 ‘0’인 것을 납득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지방분권, 지방의회 강화는 새로운 정치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까. 양 의장은 “과거에는 중앙의 정책이 지방으로 전달되는 형식이었지만, 요즘은 시민 의견을 반영한 지자체의 정책이 중앙정부의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고 말했다. 저소득층 여자아이들에게 생리대를 지급하자는 복지정책은 현재 서울시와 자치구 대부분이 참여하고 있다. 언론 보도에 지자체들이 먼저 반응하자, 중앙정부도 도입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보건복지부와 서울시가 갈등을 빚다 시행된 청년수당 역시 ‘어떤 청년실업정책이 더 효과가 좋은가’라는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양 의장은 “지자체의 권한 늘리기에 그칠 것이 아니라 지방자치의 중심인 지방의회가 제구실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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