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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FTA 10년…기회와 위험을 따져라

총 12개 FTA 체결 9개 발효 중…손익계산서보다 미래 보는 눈 키워야

  • 김형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hjkim@lgeri.com

FTA 10년…기회와 위험을 따져라

FTA 10년…기회와 위험을 따져라

2003년 2월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서명식. 양국 외무부 장관이 서명하는 가운데 김대중 대통령과 리카르도 라고스 칠레 대통령이 지켜보고 있다.

2004년 4월 1일 우리나라 최초 자유무역협정인 한·칠레 FTA가 발효된 지 만 10년이 흘렀다. 1990년대 후반까지 세계무역기구(WTO) 차원의 전 세계 무역자유화를 주장하며 1개의 FTA에도 참여하지 않던 한국은 지난 10년간 극적인 변화를 만들어냈다. 미국이나 유럽연합(EU) 같은 거대 경제권을 포함해 총 12개 FTA를 체결했고 그중 9개는 이미 발효 중이다. 통상당국이 FTA 추진 목표를 허브(hub) 전략에서 린치핀(linchpin·핵심 축) 전략으로 바꿨다고 선언할 만큼 자신감도 넘친다.

정부가 통상정책의 무게중심을 바꾼 가장 큰 이유는 세계 통상환경의 변화 때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무역 질서는 GATT(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와 WTO 체제 중심의 다자간 무역자유화를 기본 목표로 발전해왔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다자체제의 더딘 진전 속도와 한계를 극복하려는 유럽과 미주 국가들이 지역별 통합 움직임을 본격화했고, 이후 20여 년간 다양한 지역무역협정(RTA)이 급증했다. 특히 90년대 후반부터는 그동안 지역주의에 소극적이던 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도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다음 이유로는 성장을 견인해온 기존 주력 산업이 한계를 드러내면서 새로운 성장 잠재력 확충이 필요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FTA는 크게 세 가지 경로를 통해 경제 성장에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첫 번째 경로는 무역 확대다. 무역이 늘어날수록 두 나라의 생산요소는 점점 더 효율적으로 배분된다. 각 나라가 비교우위를 가진 상품과 서비스를 중심으로 생산을 늘리면 자본, 노동, 기술 같은 생산요소들이 숙련이나 규모의 효과 등을 통해 집약적으로 활용될 수 있고, 이는 곧 경제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세계 통상환경 급변과 한계

FTA 10년…기회와 위험을 따져라
두 번째 경로는 투자 촉진이다. FTA로 무역량이 늘어나면 생산 전문화에 따른 규모의 효과로 자본의 한계생산성이 개선돼 투자 기대수익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는 곧 투자 확대로 이어져 경제 성장에도 기여한다. 세 번째 경로는 생산성 제고 효과다. FTA가 체결되면 일차적으로 무역량 확대와 투자 촉진을 통해 생산성이 개선된다. 그뿐 아니라 직접적으로 무역 증가를 초래하지 않는 제도의 개선, 기술 협력 같은 비(非)교역 요인도 생산성 향상에 기여한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외국인 직접투자가 경쟁을 촉진해 기술 혁신을 유도하거나, 자본재와 중간재 수입이 자본 축적의 효율성을 높인다거나, 경험에 의한 학습(learning by doing) 효과로 생산성이 향상되는 경우 등이 좋은 예다.



그렇다면 지난 10년간 한국이 추진해온 FTA 정책은 과연 성공적이었을까. 이 질문에 제대로 답하려면 두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성공 여부를 판단할 ‘기준 변수’와 이 변수의 움직임을 제대로 보여줄 ‘데이터’가 그것이다. 문제는 FTA 성과를 평가할 경제 성장, 무역, 투자, 생산성 같은 기준은 대체로 명확한 반면, 이를 뒷받침할 데이터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우리나라가 체결한 FTA는 12개나 되지만 그중 현재 발효 중인 FTA는 9개, 그나마 5년 이상 관측치가 쌓인 FTA는 3개에 불과하다.

이 정도 데이터로는 신뢰할 만한 분석 결과를 얻기 쉽지 않으므로 FTA 성과에 대해 확정적인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각각의 FTA 발효를 전후해 나타난 교역이나 투자의 변화 추이는 FTA가 우리 경제에 어느 정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는지 짐작게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먼저 FTA가 발효된 이후 상대국과의 교역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보자(그래프 참조). 해당 국가와 FTA가 발효된 해의 실적을 100으로 환산해 추이를 관찰하면, 인도와 EU를 제외하고는 FTA가 체결된 후 상대국에 대한 수출이 전체 수출보다 빠른 속도로 늘어났음을 알 수 있다. 그중에서도 대(對)칠레 수출이 상대적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각 FTA가 발효된 후 우리나라 총교역에서 해당국과의 교역 비중 역시 인도를 제외한 모든 파트너에서 긍정적이었던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투자 측면에서는 아직 효과가 불분명해 보인다. 2002년 이후 미국과 EU 등 주요 FTA 파트너와의 해외 직접투자 및 외국인 직접투자가 같은 기간 우리나라의 전체 해외 직접투자 및 외국인 직접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살펴보면 FTA 발효를 전후해 별다른 차이가 발견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FTA 발효 여부보다 EU 불안 등 투자자를 둘러싼 경제 여건이나 투자 대상지의 위험도 등 다른 변수가 더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짐작된다.

끝으로 생산성이다. 대상 범위가 너무 제한적이라는 한계가 있지만, 대외경제정책연구원(배찬권 외, 2012)이 2001~2009년 기업 데이터를 이용해 고정효과모형과 이중차분모형을 이용해 분석한 결과를 참고할 만하다. 그에 따르면 FTA 발효와 한국 기업의 생산성에는 대체로 긍정적인 상관관계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FTA에 참여함으로써 우리나라는 특히 교역 부분에서 긍정적이라고 할 만한 변화가 나타났지만, 섣부른 결론은 아직 위험하다. 올해로 20년째를 맞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좋은 예다. 멕시코의 경우 첫 10년은 성공적인 변화가 많이 나타났지만, 외부적 충격을 지속가능한 성장엔진으로 변환하는 데 실패하면서 최근에는 오히려 부정적인 사례로 자주 소개된다. 다시 말해 지금 시점에서 한국 경제가 신경 써야 할 과제는 FTA가 우리에게 얼마나 큰 효과 혹은 피해를 가져다줬는지를 논쟁하는 게 아니라, 앞으로 다가올 기회와 위험을 활용하고 극복할 방법을 찾는 데 에너지를 모으는 일이라는 것이다.

FTA 활용도 높이기 시급

한국을 둘러싼 세계 경제환경은 점점 더 빠르게 변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제조업이 고용과 경기 변동의 충격을 줄여주는 효과가 크다는 점이 부각된 이래, 각국은 일률적인 상품시장 개방에 나서기보다 제조업 가치사슬(value chain)의 고부가가치 단계를 국내에 유지(retain)하려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선진국 간 무역협정이나 대규모 경제권을 포괄하는 무역협정이 본격적으로 논의되면서 새로운 형태의 ‘사다리 걷어차기’가 나타나거나 동아시아 내 주도권을 차지하려고 미·중·일 간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통상당국의 혜안과 외교적 유연성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다.

미래지향적인 협상 전략이 부족해 보인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그동안 FTA 협상은 주로 상대국과의 과거 수출입 데이터를 바탕으로 민감 품목, 초민감 품목 등을 선정하는 형태로 진행돼왔다. 하지만 중국처럼 산업구조 변화 속도가 빠른 나라와 협상하려면 앞으로 경쟁력 구도가 바뀔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나 새롭게 생겨날 산업 등 미래 발전 방향도 함께 분석해야 한다. 한국과 중국 간 농업이나 제조업의 경쟁력 변화가 그 좋은 예다.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FTA의 활용도를 높이는 일도 시급하다. 양자 간 FTA 확대가 한계점에 도달한 만큼 신규 FTA를 발굴하기보다 기존 FTA를 더 효과적으로 활용할 방안을 마련하는 일에 힘써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FTA 지원 대책도 중요하지만 기업 스스로 국내 비즈니스 관행과 경쟁 환경을 업그레이드하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마지막으로 시장과 정부의 책임, 소임 분담에 대해서도 새로운 검토가 필요하다. 민간 부문과 해외 부문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계속 커지는 상황에서 산업정책, 금융정책 등 정부 소임에 대한 각 기업의 기대가 과도해지는 것을 막고 스스로 경쟁력을 키우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적절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주간동아 2014.04.14 933호 (p24~26)

김형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hjkim@lge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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