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52

2012.08.27

사면초가 오바마, 문제는 실업률이야!

경제실적 좋았던 美 현직 대통령 모두 재선 성공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l.com

    입력2012-08-27 10: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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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면초가 오바마, 문제는 실업률이야!

    8월 15일 오바마 대통령이 부인 미셸 여사와 함께 아이오와 주 대븐포트를 방문해 유세하고 있다.

    ‘사상 첫 흑인 대통령의 재선 성공이냐, 사상 첫 모르몬교도 대통령의 탄생이냐.’

    11월 6일 미국 대통령선거(이하 대선)가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민주당 후보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 후보인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예측 불허의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공화당은 8월 27∼30일 플로리다 주 탬파에서 전당대회를 열고 대통령 후보에 롬니 전 주지사를, 부통령 후보에 위스콘신 주 하원의원 폴 라이언을 각각 선출한다. 민주당도 9월 3∼6일 노스캐롤라이나 주 샬럿에서 전당대회를 열고 오바마 대통령과 조 바이든 부통령을 다시 한 번 지명한다. 오바마(51)-바이든(70) 대 롬니(65)-라이언(42) 공식 대결의 신호탄이다.

    2000년 부시-고어에 버금가는 접전

    오바마와 롬니 두 후보의 정면대결은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벌어질 전망이다. 미국 대통령후보토론위원회는 세 차례 토론회 일정을 확정했다. 첫 토론회는 10월 3일 콜로라도 주 덴버에 있는 덴버대학에서 국내 정책을 주제로 열린다. 두 번째는 같은 달 16일 뉴욕 주 헴스테드에 있는 호프스트라대학에서 타운 홀(Town Hall·시민 참여 자유토론) 방식으로 진행한다. 이어 22일에는 플로리다 주 보카레이턴에 있는 린대학에서 외교·안보 정책을 주제로 세 번째 토론회를 연다. 두 부통령 후보를 대상으로 한 토론회도 한 차례 열리는데, 10월 11일 켄터키 주 댄빌의 센터칼리지에서 열린다.

    오바마와 롬니, 두 후보 가운데 어느 누구도 상대를 큰 격차로 앞서지 못하는 상황이라 박빙 승부가 예상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바마가 롬니보다 다소 우세한 편이지만, 압도적으로 높은 지지율을 얻지는 못하고 있다. 특히 유럽 재정위기와 전 세계적인 경기 둔화 및 미국 경제 악화가 악재로 작용하면서 ‘현직 프리미엄’이 무색한 처지다. 일각에선 롬니의 막판 역전 가능성을 전망하기도 한다. 그만큼 두 후보 간 경쟁은 역대 가장 치열하다고 볼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2012년 대선이 2000년 연방 대법원 판결까지 갔던 공화당 조지 W 부시 후보와 민주당 앨 고어 후보 간 대접전에 버금갈 것으로 예상했다.



    두 후보의 최대 승부처는 이른바 ‘경합주들(스윙스테이트·swing states)’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대선은 간접선거라 50개 주마다 선거인단을 뽑고 이 선거인단이 대통령을 선출한다. 전통적으로 민주당과 공화당 후보를 선호하는 주가 있는데, 이런 주에선 이미 승부가 갈렸다고 볼 수 있다. 반면 대선 때마다 지지하는 후보가 달라지는 주도 있는데, 이를 경합주라 부른다. 지금까지는 오하이오, 버지니아, 콜로라도, 플로리다, 아이오와, 미시간, 네바다, 뉴햄프셔, 뉴멕시코, 노스캐롤라이나,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등 12개 주가 경합주로 분류된다.

    사면초가 오바마, 문제는 실업률이야!

    8월 11일 공화당 밋 롬니(오른쪽)와 폴 라이언이 버지니아주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CNN 방송이 이들 지역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등을 감안한 최신 추세를 보면 오바마는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뉴멕시코 주에서 우세를 보이고 롬니는 노스캐롤라이나 주에서 앞선다. 오하이오, 버지니아, 콜로라도, 아이오와, 플로리다, 네바다, 뉴햄프셔, 위스콘신 등 8개 주에선 두 후보에 대한 지지도가 그네처럼 왔다 갔다 한다. 이들 8개 주는 인종 구성이나 실업률 등에서 공통점이 없고 표심도 어느 쪽으로 기울지 모르는 상황이다. 그 때문에 두 후보 모두 경합주를 직접 방문해 유세를 벌이는가 하면 집중적으로 광고를 하는 등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롬니가 러닝메이트로 라이언을 선택한 것도 경합주에서 승리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라이언은 위스콘신 주 제임스빌 출신으로 1998년 연방 하원의원 위스콘신 주 제1번 선거구에서 28세 젊은 나이에 당선한 이후 지금까지 7차례 선거에서 승리했다. 롬니가 가진 전략은 라이언의 위스콘신 주 인지도를 활용해 위스콘신, 오하이오, 미시간 등 경합주에서 승기를 잡으려는 것이다. 1984년 대선 이래 위스콘신 주에선 공화당 후보가 이겨본 적이 없다. 미시간 주는 대통령 선거인단 수가 18명이라 당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오하이오가 가면 미국이 간다”

    오하이오 주는 경합주 가운데 가장 중요한 곳으로 꼽힌다. 미국 역대 대선을 보면 에이브러햄 링컨 이후 지금까지 공화당 후보가 오하이오 주에서 승리하지 않고 대통령이 된 적이 없다. 최근 세 차례 대선에서도 오하이오 주에서 승리한 대선후보가 백악관에 입성했다. 2000년과 2004년 부시, 2008년 오바마 모두 오하이오 주에서 승리해 대통령이 됐다. 따라서 “오하이오가 가면 미국이 간다(As Ohio goes, so goes the nation)”라는 말까지 있다.

    미국 중서부에 자리한 오하이오 주는 인구가 1154만 명으로 미국에서 일곱 번째로 많고, 전체 인구 가운데 85%가 백인이다. 이 지역은 제조업에 종사하는 도시지역 인구 비중이 높은데, 특히 주도인 콜럼버스를 비롯해 클리블랜드, 신시내티 등 3대 도시에 전체 인구 절반인 600만 명이 거주한다. 그 때문에 백인 노동자와 중산층의 표심 향방이 오하이오 주 민심을 좌우해왔다. 오하이오 주의 심판자 구실은 올해 대선에서도 변함없으리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 대선에서 승패를 가를 중요한 변수는 선거자금이다. 선거자금이 많이 모이면 아무래도 선거운동이나 광고를 대대적으로 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NBC 방송과 미디어그룹 델타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8월 17일 기준 두 후보의 TV와 라디오 광고비는 5억1200만 달러(약 5807억 원)로, 이는 2008년 선거 전체 광고비와 맞먹는 규모다. 롬니가 2억7300만 달러, 오바마가 2억3900만 달러를 각각 광고에 퍼부었다.

    롬니는 6월 이후 두 달 연속 1억 달러 넘게 선거자금을 모으는 등 오바마를 압도했다. 오바마는 6월에 7100만 달러, 7월에 7500만 달러를 모으는 데 그쳤다. 롬니 캠프는 이번 대선에서 선거자금으로 8억 달러를 모을 계획이다. 오바마는 2008년 대선 당시 선거자금으로 7억5000만 달러를 모아, 당시 공화당 존 매케인 후보(3억600만 달러)보다 훨씬 앞섰다.

    선거자금으로만 보면 롬니가 상당히 유리한 상황이다. 현재 선거자금을 무제한 모금할 수 있는 공화당 지지단체들이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특정 정치인을 후원하는 단체를 만들어 모금운동을 펴는 것이 합법이다. 우리나라 후원회격인 ‘정치활동위원회(Political Action Committee·PAC)’는 1974년 제정된 선거자금법에 따라 개인에게서는 연간 5000달러까지 기부받을 수 있으나 기업이나 노조로부터는 일절 자금을 받을 수 없었다. 그런데 2010년 1월 정치활동위원회가 특정 후보와 직접 연계하지 않을 경우 기업이나 노조를 대상으로 무제한 모금운동을 벌일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났다. 이후 엄청난 자금을 모금할 수 있는 슈퍼 정치활동위원회(Super PAC)가 속속 만들어졌다.

    이번 대선은 슈퍼 정치활동위원회들이 선거자금을 모금해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첫 번째 장이다. 상공회의소, 전미총기협회, 대형 석유회사, 월가의 대형 금융기관, 각종 기업들이 슈퍼 정치활동위원회를 만들어 입맛에 맞는 후보를 위해 돈을 퍼붓고 있다. 롬니를 지지하는 슈퍼 정치활동위원회가 현재 가장 많은 자금을 모아 후원에 나선다.

    오바마, 흑인 몰표 얻을까

    사면초가 오바마, 문제는 실업률이야!

    2010년 2월 25일 양당의 건강보험 개혁 토론회를 앞두고 오바마 대통령(오른쪽)과 라이언 의원이 얘기를 나누고 있다.

    인종과 종교별 지지성향도 중요한 변수 가운데 하나다. 특히 최근 히스패닉계 인구가 크게 늘어 2012년 대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히스패닉은 미국 전체 인구에서 16.6%, 전체 유권자에서 8∼9%를 차지한다. 오바마가 2008년 대선에서 승리하는 데 히스패닉 유권자가 기여한 바가 크다. 강경한 이민정책을 주장해온 롬니는 4년 전 매케인 후보보다도 히스패닉 유권자의 지지를 얻지 못하는 상황이다. 중요한 사실은 뉴멕시코, 콜로라도, 플로리다, 네바다 등 경합주에 히스패닉이 많이 산다는 점이다.

    또 하나 주목할 인종은 아시아계다. 아시아계는 전체 인구에서 5.2%를 차지하지만, 경합주인 버지니아에 5.9%, 네바다에 8.4%나 산다. 아시아계는 전통적으로 공화당 후보를 지지해왔으나 최근 민주당으로 바뀌는 추세다. 흑인의 투표성향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 전체 인구에서 12.6%를 차지하는 흑인 가운데 95%가 지난 대선에서 오바마에게 표를 던졌지만, 이번 대선에선 이 정도 수준은 안 될 것으로 보인다. 흑인 실업률이 미국 평균 실업률보다 훨씬 높기 때문이다.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오바마가 흑인 대통령으로서 사상 최초로 재선을 하려면 흑인에게 몰표를 받아야 한다.

    그동안 대선에서는 기독교 복음주의자도 상당한 변수였다. 보수적인 기독교 신자인 복음주의자들은 전통적으로 공화당의 강력한 지지 세력이다. 전체 유권자 가운데 22%를 차지하는 이들은 2000년과 2004년 대선에서 부시에게 몰표를 안겼다. 그런데 이번 대선을 앞두고는 이들이 아직 마음을 정하지 않았다. 롬니가 모르몬교도이기 때문이다. 롬니로선 복음주의자의 표심을 얻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러닝메이트도 대선 승패에 영향을 미친다. 롬니는 강경한 보수주의자 라이언을 회심의 카드로 선택했다. 라이언은 낙태와 동성결혼에 완강히 반대한다. 또 하원 예산위원장으로 일하면서 감세, 예산 삭감, 복지정책 수정 등 보수적 색채가 강한 공화당의 예산안을 주도했다. 따라서 온건한 중도 이미지를 가진 롬니에게 지지를 보내지 않는 전통적인 공화당 보수층을 한데 모으는 데 라이언이 상당히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라이언은 오바마의 건강보험 개혁안(오바마케어)을 강력히 반대해 ‘오바마 저격수’라는 얘기까지 들었다. 공화당이 이번 대선에서 내세우는 경제 회생 정책의 핵심인 ‘부유층 세금 감면, 중산층 증세, 정부 지출 대폭 삭감, 작은 정부’ 골격 또한 라이언이 내놓은 작품이다.

    젊고 준수한 외모를 가진 라이언은 롬니의 가장 큰 단점으로 지적되는 ‘카리스마 없고 따분한 이미지’를 보완하기에 적합하다. 고령인 민주당 부통령 후보 바이든과도 대비된다. 라이언이 어린 시절 아버지가 심장마비로 숨진 뒤 맥도날드에서 일하며 생계를 유지한 서민 출신이라는 점은 부자인 롬니와 균형을 맞추기에 더없이 좋은 조건이다. 다만 라이언에게 전무한 외교 경력은 상당한 약점이다.

    이번 대선에서 최대 변수는 경제가 될 것이 분명하다. 1992년 대선에서 당시 빌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내건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It’s the economy, stupid)’라는 선거구호가 20년 만에 다시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경제 문제 중에서도 특히 실업률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7월 미국 평균 실업률은 8.3%로 6월보다 0.1%포인트 높아졌다. 1970년 이후 실업률이 7.2%를 넘는 상황에서 현직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사례가 없다. 오바마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7월 실업률 일제히 상승

    사면초가 오바마, 문제는 실업률이야!

    8월 14일 조 바이든 민주당 부통령 후보가 버지니아주 지지자 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더욱이 경합주의 7월 실업률이 일제히 상승했다. 12개 경합주 가운데 오하이오의 7월 실업률만 7.2%로 전달과 변함없다. 반면 석 달째 하락 또는 불변이던 네바다의 실업률은 6월 11.6%에서 7월 12%로 뛰면서 전국 최고치를 기록했다. 플로리다도 8.6%에서 8.8%로 3월 이후 처음 올랐다. 콜로라도(8.3%), 아이오와(5.3%), 뉴햄프셔(5.4%), 펜실베이니아(7.9%), 버지니아(5.9%), 미시간(9.0%), 뉴멕시코(6.6%), 노스캐롤라이나(9.6%), 위스콘신(7.3%)도 6월보다 0.1%∼0.4%포인트까지 실업률이 높아졌다.

    미국 역사상 20세기 이후 재선에 성공한 대통령은 모두 8명이다. 재선 대통령을 정당별로 보면 공화당은 조지 W 부시, 로널드 레이건, 리처드 닉슨,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시어도어 루스벨트 등 5명, 민주당은 빌 클린턴, 프랭클린 루스벨트, 우드로 윌슨 등 3명이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집권 후반기 경제 성적이 전반기보다 좋았던 현직 대통령은 예외 없이 재선에 성공했다. 아이젠하워, 닉슨, 레이건, 클린턴 등 4명은 후반기 경제 실적이 전반기보다 좋았다. 반면 1970년 이후 현직 대통령으로 재선에 실패한 대통령인 제럴드 포드(공화), 지미 카터(민주), 아버지 부시(공화)의 후반기 경제 실적은 전반기에 비해 좋지 않았다.

    오바마가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인 2009년 2월부터 실업률이 8%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다. 7월 실업률은 역대 대선이 실시된 해 실업률로는 최고치다. 오바마로선 실업률이 내려가지 않는 한 현재 판세로는 꽤 불리한 처지다. 대선투표일을 나흘 앞두고 발표되는 10월 실업률이 어떨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

    미국 대선과 관련한 징크스가 몇 가지 있다. 이 가운데 다우존스 산업 평균지수(다우존스지수) 징크스가 지금까지 선거 결과와 비교적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10월 말 다우존스지수가 7월보다 높으면 집권당 후보가 승리하고, 반대 경우엔 야당 후보가 이기는 징크스다. 다우존스지수는 뉴욕 증권시장에 상장한 우량기업 주식 30개를 표본으로 산출하는 주가지수를 가리킨다. 주가가 오르면 경제가 좋다는 뜻이니 집권당 후보가 유리한 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예외도 있다. 다우존스지수가 생긴 1896년부터 지금까지 이 징크스가 깨진 적이 네 번 있다. 1956년 아이젠하워 재선, 1984년 레이건 재선, 2000년 앨 고어 후보 패배, 2004년 부시 재선 등이다. 오바마가 이 징크스의 다섯 번째 예외가 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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