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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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양자컴퓨터’, 2030년 내 실용화 전망

연산처리 능력 비약적 향상으로 IT 산업에 혁명적 변화… IBM·구글·MS 3파전

  • 김지현 테크라이터

    입력2023-10-04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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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텔 공동 창립자 고든 무어는 1965년 ‘무어의 법칙’을 발표하면서 “미래에 트랜지스터 수가 18개월마다 2배로 증가하고 이에 따라 컴퓨팅 계산 능력도 2배로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1975년 발전 주기가 18개월에서 24개월로 수정되긴 했으나, 무어의 법칙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반도체 산업의 발전상을 설명하는 유효한 틀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가까운 미래 컴퓨터의 계산 능력은 무어의 법칙을 뛰어넘어 더 빠르게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양자컴퓨팅 기술의 발전 덕분이다.

    양자컴퓨팅은 양자역학 원리를 활용해 정보를 처리하는 기술로, 기존 컴퓨터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복잡한 계산을 할 수 있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인류는 무어의 법칙을 넘어선 어마어마한 연산처리 능력을 가진 차세대 컴퓨팅 기술을 확보하게 된다. 양자컴퓨팅과 관련된 이론적 연구는 1980년대에 시작됐고, 1990년대 들어 실험적 연구가 본격화돼 간단한 계산 수행이 가능한 양자컴퓨터가 개발됐다. 2000년대에는 양자컴퓨터를 상용화하기 위한 연구가 시작되면서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가세했다.

    IBM의 양자컴퓨터. [뉴시스]

    IBM의 양자컴퓨터. [뉴시스]

    의료 시뮬레이션부터 금융 리스크 분석까지

    현재 양자컴퓨팅 분야의 연구개발을 주도하는 기업은 IBM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다. IBM과 구글은 2030년 내 양자컴퓨터 실용화를 목표로 내세웠고, 올해 6월 개발 로드맵을 발표한 MS는 10년 안에 개발을 완료하겠다고 나섰다. 양자컴퓨팅이 적용될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기존 슈퍼컴퓨터와 인공지능(AI), 초거대 언어 모델(LLM)처럼 컴퓨팅 기술이 적용된 영역이라면 양자컴퓨터를 접목해 구동 속도를 비약적으로 높일 수 있다. 의료·제약 분야에 필요한 생물학 실험 시뮬레이션, 금융업계의 리스크 분석도 양자컴퓨터를 적용하면 비용과 시간은 크게 줄고 효율은 높아진다. 현재 기업들이 진행하는 양자컴퓨팅 연구는 알고리즘과 하드웨어의 안전성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은 기술 개발 초기라 양자컴퓨터를 구축하고 운영하는 데 상당한 비용이 든다. 양자컴퓨터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극저온 환경이 조성돼야 하는데, 여기에 필요한 냉각 시스템을 유지하기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구글의 양자컴퓨터(왼쪽). 마이크로소프트의 양자컴퓨터. [구글 제공, 마이크로소프트 제공]

    구글의 양자컴퓨터(왼쪽). 마이크로소프트의 양자컴퓨터. [구글 제공, 마이크로소프트 제공]

    최근 국내외 과학계를 뒤흔든 상온 초전도체 개발 이슈에 양자컴퓨팅 분야에도 관심이 쏠렸다. 상온 초전도체가 실제로 개발된다면 저항이 없는 물질적 특성을 활용해 양자컴퓨터의 오류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에너지 손실도 적어지기에 양자컴퓨터의 단점인 막대한 전력 소모량도 감소하게 된다. 양자컴퓨팅 기술이 상용화되려면 향후 5~10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데, 상온 초전도체가 등장하면 그 기간이 훨씬 단축될 테다. 다만 국내 연구진이 발표한 상온 초전도체 기술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는 분위기라서 양자컴퓨팅 기술의 ‘퀀텀 점프’는 당분간 어려워 보인다.

    양자컴퓨터 등장, 블록체인에는 도전

    한편 양자컴퓨팅 도입이 독으로 작용하는 정보기술(IT) 분야도 있다. 바로 블록체인 기술이다. 블록체인 암호화 기술이 양자컴퓨터의 높은 성능으로 해킹에 취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암호화 기술은 공개키와 개인키를 이용해 데이터를 복호화하는 게 뼈대다. 양자컴퓨터는 소인수분해를 빠르게 수행하는 ‘쇼어 알고리즘’으로 이 같은 공개키-개인키 암호를 쉽게 돌파할 수 있다. 블록체인 업계가 양자컴퓨터를 이용한 암호 해독에 대비해 ‘양자암호화 기술’을 도입하고 있는 이유다.



    양자컴퓨팅 기술의 발전은 IT 산업을 매개로 모든 산업 분야의 획기적인 도약을 가능케 할 것이다. 인력과 우마(牛馬)에 의존하던 전통 모빌리티가 내연기관을 탑재한 자동차로 비약적으로 발전한 것에 비견되는 혁신이다. 컴퓨팅이라는 도로 자체는 진작 개발돼 사용되고 있었지만, 도로 위를 달리는 속도는 양자역학 기술로 급격히 빨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3대 빅테크가 앞다퉈 개발하고 있는 양자컴퓨터가 인류 미래를 어떻게 바꿀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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