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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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주택 착공 실적 반토막, 향후 2~3년 집값 급등 뇌관 우려

심상찮은 집값 상승세… 정부 주택 공급 대책에 이목 집중

  • 안명숙 루센트블록 부동산 총괄이사

    입력2023-09-29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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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 집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올해 들어 거래된 수도권 아파트 최고 가격은 전고점의 85%에 육박했다. 재건축 등 호재가 있는 서울 요지의 아파트는 전고점을 뛰어넘는 거래가를 기록했다.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시작된 아파트 값 반등은 최근 들어 지방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집값 상승세에 정부는 부동산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추석 전 발표할 예정인 부동산 대책의 핵심은 안정적 주택 공급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급격하게 위축된 각종 주택 공급 지표가 향후 2~3년간 집값 상승의 불쏘시개가 될 우려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뉴스1]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뉴스1]

    PF 재연장 막혀 착공 못 하는 아파트 늘어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월까지 주택 인허가 실적은 20만727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9% 감소했다. 입주 물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착공 실적은 10만2299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54.1% 급감했다. 주택 인허가와 착공 실적이 크게 감소한 이유는 높은 금리와 자재비 인상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분양 부담으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이 급격히 위축된 점도 작용했다. 만기가 돌아오는 PF 재연장이 막히면서 인허가를 받고도 착공하지 못하는 현장이 늘고 있다.

    주택 공급 감소는 결국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 집값 상승세는 특례보금자리론 등 대출 완화에 따른 유동성 확대가 직접적 원인으로 보이나, 공급 감소가 장기화하면 집값 급등 뇌관이 될 수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주택 인허가 물량은 2018년 55만4000채, 2019년 48만8000채, 2020년 45만7000채, 2021년 54만5000채, 2022년 52만1000채로 연평균 50만 채 안팎이었다. 그러나 올해 주택 인허가 물량은 7월까지 약 20만7000채에 불과하다.

    아파트(분양 승인 대상인 30채 이상 단지)는 전체 인허가 주택 물량의 약 60%를 차지한다. 인허가 후 분양까지 1년가량 시차를 두고 부동산시장에 영향을 끼친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올해 분양을 통해 공급되는 주택이 30만 채에도 못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미분양 부담이 적은 서울 등 수도권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나, 지방의 경우 PF 조달 실패로 착공 및 분양에 나서지 못하는 사업장이 늘어나는 실정이다. 시간이 갈수록 지역별로 공급 감소 편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신도시 개발을 통한 주택 공급이 당분간 어려운 점도 문제다. 지난 정부에서 적극 추진하던 3기 신도시 개발은 사업이 지연되면서 입주 시기가 예정보다 1~2년 미뤄진 2026년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시장에서는 한때 대규모 신도시 개발로 공급이 확대되면 서울 등 수도권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지만, 상황이 크게 바뀐 것이다.



    ‘주거 필터링 효과’ 주목해야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인 중 핵심은 수요와 공급이다. KB국민은행이 서울 아파트 매매 및 전세가와 입주 물량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2001~2022년 입주 물량 증가가 시차를 두고 전세가·매매가 하락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 확인된다(그래프 참조). 2000년대 들어 서울 아파트 순입주 물량(입주 물량-멸실 가구 수)이 7만8587채로 가장 많았던 2003년 전세가는 3.21% 하락한 데 이어 이듬해 4.39% 내렸다. 전세가 약세 속에 2004년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1.02% 하락해 10% 이상 상승한 전년과 대비를 이뤘다. 주택 공급량이 두 번째로 많았던 2008년 전세가는 1.75% 낮아졌고 매매가는 3.2% 오르는 데 그쳤다. 물론 집값 하락의 원인은 다양하다. 가령 2008년 부동산시장은 순공급 물량 증가보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크게 작용했다. 그러나 1기 신도시가 입주한 1990년대 초반과 2기 신도시가 들어선 2000년 중반 집값이 장기 안정세를 보인 핵심 배경은 늘어난 주택 공급이었다.

    주택 공급에는 집을 새로 짓는 방법과 기존 보유자가 매물을 시장에 내놓는 방법이 있다. 기존 보유자가 집을 팔게끔 유도하는 정책은 조세제도, 금융정책 등 변수가 많아 일시에 공급을 늘리기가 쉽지 않다. 한편 부동산 수요는 시장 상황은 물론, 소비자 심리도 큰 영향을 끼친다. 정부가 각종 규제책을 내놔도 시간이 지나면 충격 효과가 미미해진다. 집값이 한번 오르기 시작하면 매물은 줄고 매수자는 늘면서 급등세를 보인다. 지난 정부가 수요에 기반한 가격 통제로 장기 주택 정책을 끌고 가다 곤란을 겪은 이유이기도 하다. 이 같은 점을 고려하면 집을 새로 짓는 게 확실한 공급 확대 방안이지만, 상당한 시간과 돈이 들어가기에 정부 차원의 중장기 대책이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공급 확대를 통한 집값 안정 정책이 부동산의 부익부 빈익빈만 키운다고 비판한다. “공급을 아무리 늘려도 돈 많은 사람이 더 소유하려 들기 때문에 무주택자가 기회를 잡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필자는 ‘주택 필터링 효과’에 주목해야 한다고 본다. 주택 필터링 효과는 주택 공급이 늘면서 고소득층이 새집으로 이사하기 시작하면 점차적인 주거 이동이 일어나 모든 계층의 주거 수준이 향상된다는 이론이다. 이 같은 주거환경의 선순환을 위해 정부는 지속적으로 주택이 공급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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