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64

2020.11.13

한 달도 남지 않은 수능, 수험생 집중력 높이는 소리를 찾아서

주파수 추종 반응 이용하면 기억력 증진, 음악과 소리 활용하면 치매 완화도 가능

  • 김수빈 유튜브 크리에이터

    mail@subinkim.com

    입력2020-11-11 14: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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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날짜(12월3일)가 바짝 다가왔다. 그동안 쌓은 지식을 재점검하고 평정심을 찾는 기간이다. 심리적 안정을 위해 많은 이들이 이어폰으로 음악을 감상하며 피로에 지친 심신을 달래곤 한다. 이처럼 불안할 때 안정을 주거나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음악은 어떤 게 있을까. 과학적 분석 자료를 토대로 알아본다.
    [Getty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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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선 좋아하는 장르가 다를 순 있어도 음악 자체를 싫어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지금은 역사상 어느 때보다도 음악으로 가득한 시대다. 시간이나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거의 어디서나 음악을 들을 수 있기에 요즘 음악을 듣는 행위는 순수한 감상보다는 어떤 행동을 보조하는 기능적인 측면도 많이 갖는다.
     
    선호하는 음악들을 모아놓고 일할 때 듣는 사람도 많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에서도 운동할 때 듣는 음악, 집중해야 할 때 듣는 음악, 친구들과의 파티 때 듣는 음악 등 다양한 플레이리스트를 제공한다. 엘리베이터나 상점 안에서 어색한 정적을 피하기 위해 장식처럼 깔리는 음악도 있으니 그야말로 음악 과잉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때 기분이 좋은 건 당연하다. 그런데 그렇게 개인적인 취향을 떠나서 음악, 혹은 어떠한 소리가 인간에게 특정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이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연구가 이뤄졌다.

    클래식을 들으면 머리가 좋아진다?

    소위 ‘모차르트 효과’로 알려진 연구는 이에 대해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다. 1993년 ‘네이처’에 게재된 논문에서 연구진은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를 들려주었더니 특정 부문의 작업 능력이 향상됐다고 보고했다. 

    당시 연구진이 테스트한 능력은 공간추론에만 한정돼 있었고 피실험자는 테스트 당시에만 일시적인 향상을 기록했을 따름이었으나 이 실험 결과는 ‘모차르트의 음악을 들으면 더 똑똑해진다’는 식으로 널리 오해를 받았다. 

    게다가 1993년의 연구 결과 자체도 후속 연구에서 재현이 되지 않았다. 한 연구에서는 모차르트를 들려주거나 스티븐 킹 소설의 한 대목을 들려주거나 작업 능력 향상이 있긴 했지만 미미한 수준이었으며 심지어 이것도 자신이 들은 걸 좋아했던 피실험자에게서만 관찰됐다. 임영웅 노래를 들은 어머님도 같은 수준의 능력 향상을 기대할 수 있으리라. 



    이런 연구 결과에 대한 이야기는 몇 년 전부터 종종 거론됐지만 ‘모차르트 효과’의 영향은 아직까지도 많이 남아있다. 특히 어린이의 교육에서 그렇다. 여전히 ‘모차르트 효과’를 언급하는 클래식 음반 추천을 온라인에서 읽을 수 있으며 아직도 유아 시절의 음악 교육이 지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 사람들은 많다. 

    2013년 하버드교육대학원에서는 음악 교육이 단순한 지능지수(IQ) 말고 인지 능력 향상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펴봤지만 여기서도 특별한 차이를 발견하지 못했다.

    음악치료 반세기, 기퍼즈의 기적

    그렇다고 음악에 단순히 기분을 좋게 만드는 것 외에 긍정적인 효과가 없는 건 아니다. 특히 음악치료의 영역에서 여러 가지 유익한 효과들이 보고된 바 있다. 

    아직까지 생소한 영역이긴 하지만 음악치료의 역사는 60년이 넘었다. 1940년대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부상자들의 치료에 많은 노력이 투입되면서 시작된 음악치료는 미국에서는 심지어 보험처리도 되는 의료의 영역으로 자리 잡았다. 

    음악치료라고 하면 커다란 스테레오를 가져와서는 노래 몇 곡 틀어주고는 돈을 받아가는 것처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 음악치료는 단순히 노래를 들려주는 것보다 훨씬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진다. 때로는 직접 악기를 연주하도록 가르치기도 하는데 여기서도 목적은 ‘치료’를 위한 것이지 특정한 주법을 익히게 하는 것과는 다르다. 이를테면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아동에 대한 음악치료를 할 때 아동에게 색깔이 칠해진 건반악기를 연주하게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시각과 신체의 움직임, 그리고 청각을 같이 동원해 집중력을 자극하기 위해서다. 

    음악치료를 받아보지 않은 사람도 운동을 할 때 음악이 주는 영향은 경험해 봤을 것이다.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 힘든 운동도 좀 더 수월하게 되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던가. 실험에서도 어느 정도 확인된 사항이다. 2011년에 나온 한 논문은 여러 연구에서 음악치료를 병행했더니 신체 재활 프로그램에서 신체적, 심리적, 인지적, 감성적 기능이 개선됐음이 발견됐다고 정리했다. 

    불안감을 다스리는 데도 도움이 된다. 임상시험에서도 대장내시경이나 혈관조영술, 무릎 수술을 받는 환자들이 시술 전에 음악을 들을 경우 불안감이 완화되고 필요한 진정제의 양도 줄었다는 보고가 있다. 수술실에서 음악을 들은 사람들은 수술 중에 불편함을 덜 느꼈으며 수술 후에도 음악을 들은 사람들은 진통제를 덜 필요로 했다. 

    음악치료의 가장 흥미로운 효과는 심각한 뇌 손상으로 인해 말하는 능력을 상실한 사람에 대한 치료에서 찾을 수 있다. 뇌졸중이나 두부의 외상으로 말하기를 담당하는 좌뇌 부분에 손상을 입게 되면 이런 경우가 생기는데 이를 음악치료로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다. 

    가장 널리 알려진 사례는 미국 하원의원이었던 가브리엘 기퍼즈의 경우로, 기퍼즈 의원은 2011년 애리조나 총기난사 사건으로 머리에 총상을 입고는 뇌수술을 받았다. 총알이 좌뇌를 관통하는 바람에 뇌손상을 피할 수 없었고 수술 이후 의식과 인지 능력 등은 되찾았지만 발화 능력을 잃었다. 

    뇌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난 뒤 재활치료에 들어가면서 기퍼즈가 발화 능력을 회복할 수 있었던 데에는 음악치료의 도움이 컸다. 말하는 능력은 좌뇌가 담당하지만 노래를 부르는 능력은 우뇌가 담당하는데 바로 이를 통해서 좌뇌가 손상됐더라도 말하는 게 가능하다. 이 경우 음악치료사는 환자가 자신의 생각을 노래로 표현하게 한 다음 거기에서 멜로디를 빼도록 유도한다. 

    나중에 언론에 공개된 기퍼즈 전 의원의 재활 장면을 보면 ‘빛(light)’이란 단어를 아무리 애를 써도 발음하지 못하는 기퍼즈가 치료사가 ‘빛’이란 단어가 포함된 노래를 부르자 이를 따라 부르는 모습이 나온다. ‘말’로는 하지 못해도 ‘노래’로는 가능했던 것이다. 

    이리하여 기퍼즈 전 의원은 총격을 당한 지 2년 후에 상원 법사위원회 청문회에 깜짝 등장해 총기 폭력에 대해 증언하기도 했다. 미리 준비한 노트를 보면서 마치 로봇처럼 뚝뚝 끊어지는 발음이긴 했지만 목소리는 명료했다. 올해 8월에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연설을 했는데 스피치 전문 치료사와 수개월 간 연습을 하긴 하지만 매우 유려한 연설을 들려줬다. 

    치매 환자의 경우에도 음악에 대한 감각은 마지막까지 남는 편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치매 환자의 기억력 회복이나 심리 안정, 의사소통의 보조, 신체적 조응을 개선시키는 데도 음악치료가 많이 사용된다. 

    최근 영국에서는 치매 진단을 받은 80대의 전직 음악 교사 폴 하비의 사연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줬다. 치매가 진행되면서 조금씩 기억을 잃으면서 가족과의 연결이 끊기기도 하는 아버지이지만 피아노를 연주할 때는 다시 옛날의 모습으로 돌아온다는 그의 아들의 이야기 덕분이었다. 11월 초에는 그가 BBC 오케스트라와 같이 연주한 곡이 영국 차트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바이노럴 비트의 효과

    [Getty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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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가하면 전혀 음악 같지 않은 소리를 가지고 집중력이나 기억력 증진 등에 활용하는 기법도 연구 대상이다. ‘바이노럴 비트’라고 하는 것인데 양쪽 귀에 조금 다른 주파수의 음을 들려줘 특정한 주파수의 음을 듣는 것으로 착각하도록 만드는 기법을 말한다. 

    귀에 소리를 들려주는 것과 집중력, 기억력 등이 대체 무슨 관계가 있을까? 양쪽 귀에 각기 다른 주파수의 음이 들어가면 뇌는 그 차이만큼의 주파수의 음을 듣는 것으로 인식하게 된다. 다시 말해 300Hz와 400Hz의 음을 각기 양쪽 귀에 들려주면 뇌는 100Hz의 음으로 인식하게 된다. 

    흥미로운 것은 뇌가 이렇게 인식된 주파수를 따라가려는 성향을 보인다는 사실이다. 이를 ‘주파수 추종 반응(FFR)’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특정 상태의 뇌파에 해당하는 주파수의 바이노럴 비트를 들려주면 뇌를 그러한 상태로 유도할 수 있으리라는 가설을 세웠다. 

    예를 들어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을 때의 뇌파는 15~20Hz의 베타파가 되는데 역으로 바이노럴 비트로 15~20Hz의 음을 인식하게 만들면 뇌를 집중 상태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잠을 잘 때의 델타파(1~4Hz)나 명상 상태의 알파파(8~13Hz)도 마찬가지다. 

    그럼 바이노럴 비트에 대한 연구 결과들은 어떨까? 보다 많은 연구가 필요하긴 하지만 기억력 증진이나 휴식, 고통의 경감 등에서는 상당히 주목할 만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바이노럴 비트에 대한 연구가 주로 이 분야에 대해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델타파, 알파파 등의 낮은 주파수의 바이노럴 비트는 휴식과 고통 경감 효과를 주는 것으로 보이며 베타파나 감마파(32~100Hz)는 기억력을 증진시켜주는 것으로 여겨진다. 

    근래에는 한 안마의자 업체가 바이노럴 비트 기능을 채용한 제품을 내놓았는데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에는 그 효과가 의심된다. 양쪽 귀에 미세하게 다른 주파수의 소리가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온라인에 각종 바이노럴 비트 앱이 있으니 직접 시연해볼 수 있다. 아이폰(iOS)용으로는 ‘Binaural’이란 앱을, 안드로이드용으로는 ‘myNoise’를 추천한다. 바이노럴 비트는 평소 갖고 있는 신경질환이 없고 너무 큰 볼륨으로 듣지 않는 이상 전반적으로 안전하다고 평가된다. 다만 일부 연구에 따르면 노인에게는 고주파의 효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수능 시험 전까지는 머리에서 계속 맴도는 일명 ‘수능 금지곡’ 감상은 피하고 가사 없는 음악을 듣는 것이 유익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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