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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족은 아파트 청약 꿈도 꾸지 말라?!

미혼 싱글족에게 불리하고 중년 가족에게 유리한 청약 가점제도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싱글족은 아파트 청약 꿈도 꾸지 말라?!

지난해 12월 15일 서울 송파구 장지동에 마련된 아파트 본보기집을 찾은 방문객이 단지 모형을 둘러보고 있다. [동아DB]

지난해 12월 15일 서울 송파구 장지동에 마련된 아파트 본보기집을 찾은 방문객이 단지 모형을 둘러보고 있다. [동아DB]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청약통장을 개설해 돈을 모아온 보람이 전혀 없다.” 

직장인 양모(31) 씨의 말이다. 그는 빠른 내 집 마련을 위해 20대 초반부터 청약통장을 만들어 돈을 모아왔지만 아파트 청약 당첨은 다른 세상 이야기였다. 서울에서 아파트 청약에 당첨 가능한 점수가 가파르게 올라 혼자 사는 30대 싱글족에게는 청약 당첨의 기회가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양씨는 “지금 만나는 사람과 집 문제를 해결하고 결혼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6개월간 부동산을 돌아본 결과 지금 서울에서 집을 사는 것은 무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전세를 알아보고 있는데, 이렇게 전세를 전전하는 동안에도 집값은 오르고 있다. 평생 서울에 내 집 한 칸 마련하지 못할까 두렵다”고 말했다. 

현행 주택청약제도는 혼자 사는 무주택자보다 이미 집이 있더라도 결혼해 아이가 있는 사람에게 유리하다. 당초 주택청약제도는 투자 목적으로 집을 구입하는 사람이 아닌, 실수요자를 배려하고자 나온 정책이다. 목적으로만 본다면 소형주택은 신혼부부나 사회초년생에게, 대형주택은 가족이 많은 가정에게 가는 것이 합당하다. 하지만 서울 및 수도권의 소형아파트가 좋은 투자처로 떠오르면서 부양가족이 많은 중장년층도 소형아파트 분양에 뛰어들었다. 현재 무주택 기간보다 부양가족이 많은 쪽이 청약 가점이 높다 보니, 서울의 작은 집도 대부분 중장년층의 손에 들어가게 됐다.


가입 기간, 무주택 기간, 부양가족

주택청약제도상 가점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청약통장 가입 기간, 무주택 기간, 부양가족 등 세 가지다(표1 참조). 청약통장 가입 기간은 가입 직후 2점을 시작으로 매해 1점씩 가산되며 총 17점 만점이다. 20세에 청약통장에 가입했다고 가정하면 35세 때 만점이 된다. 무주택 기간은 만 30세 이후부터 1년마다 2점씩 가산된다. 무주택 기간 관련 점수는 집을 사는 순간 사라진다. 이후 집을 팔면 그 순간을 기점으로 매해 2점씩 오른다. 부양가족은 본인도 부양가족에 포함돼 5점에서 시작, 가족이 늘어날 때마다 5점씩 상승한다.




싱글족은 아파트 청약 꿈도 꾸지 말라?!
20세에 청약통장에 가입한 35세 미혼 남녀라면 청약 가점은 청약통장 가입 기간 만점에 무주택 기간 5년, 부양가족 기본점수를 포함해 32점(표2 참조). 한편 결혼해 아이가 한 명 있는 같은 조건의 직장인이라면 배우자와 아이까지 10점이 가산돼 42점이다. 게다가 결혼하면 무주택 기간이 만 30세가 아니라, 혼인신고 시점으로 바뀐다. 만 30세 전에 결혼했다면 청약 가점은 더욱 높아진다. 즉 후자인 기혼 1자녀 가정이 이미 주택이 있더라도 미혼 무주택 독거가구보다 청약 가점이 높은 것이다.


싱글족은 아파트 청약 꿈도 꾸지 말라?!

강남 청약 당첨자 90% 이상이 40, 50대

30대에 청약으로 서울 아파트를 마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게티이미지]

30대에 청약으로 서울 아파트를 마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게티이미지]

물론 서울과 수도권 등 투기과열지구에서는 다주택자에 분양 자체가 제한된다. 현재 투기과열지구는 서울 전역과 경기 과천시, 광명시, 성남시 분당구, 하남시, 세종특별자치시, 대구 수성구 등이다. 투기과열지구의 전용면적 85㎡ 이하 아파트는 모두 청약 가점제로 당첨자를 선정한다. 하지만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기존 주택 매각을 조건으로 청약에 참여할 수 있다. 

실제로 청약시장에서 30대는 연전연패하고 있었다. 부동산시장에서 노른자로 꼽히는 서울 강남 청약 당첨자의 90% 이상이 40, 50대였다. 지난해 12월 말 분양된 서울 강남구 개포프레지던스자이(개포4단지 재건축)의 당첨자 201명(특별 공급이 있는 전용면적 39㎡ 제외) 가운데 40대가 133명(66%)이었다. 50대까지 합하면 점유율은 91%까지 오른다. 소형이라 경쟁률이 낮았던 전용면적 45㎡, 49㎡에서는 총 5명의 20, 30대 당첨자가 나왔다. 이외에는 전용면적 85㎡ 초과 물량 추첨에서 30대 6명이 당첨됐다. 그런데 이 유형의 분양가는 최소 18억2000만 원 선. 분양가 9억 원 이상이라 중도금 대출 규제를 받는다. 즉 10억 원대 자금력이 있어야 노려볼 수 있는 곳이었다. 

그나마 9%의 분양에 성공한 30대가 나온 이유는 추첨제 물량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100% 가점제로 분양한 서울 서초구 르엘신반포센트럴의 경우 30대 당첨자가 한 명도 없었다. 굳이 강남이 아니더라도 서울권에서 30대 미혼의 청약 당첨은 불가능에 가깝다. 청약 당첨 평균 점수를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온라인 종합부동산포털 부동산114가 지난해 9월 금융결제원의 아파트 당첨 가점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1~8월 서울 아파트의 평균 당첨 가점은 43점. 강남 등 인기 분양지역은 평균 점수가 60점대를 상회한다. 30대 미혼이 서울권 신축 아파트 청약에 당첨될 확률은 없는 셈이다. 이 경우 41세가 돼야 무주택 기간 11년이 인정돼 44점으로 당첨이 가능하다. 결혼했다면 이 기간을 3년가량, 아이가 있다면 5년 단축할 수 있다. 

물론 평균 청약 당첨 점수가 40점대 미만인 서울권 아파트도 있었다. 지난해 1월 분양한 서울 광진구 e편한세상광진그랜드파크는 당첨자 최저점이 14점에 불과했다. 평균 점수는 22점. 청약통장 만기만 잘 채워도 당첨 가능한 점수다. 이는 청약 경쟁률이 상당히 낮았기 때문이다. 당시 분양가가 주변 시세에 육박하는 3.3㎡당 3370만 원이었고, 물량이 대부분 분양가 9억 원을 초과해 일부 평형은 1순위 청약 미달된 상태였다.


강북 인기 지역은 청약 가점 60점은 넘어야

청약이 아니더라도 서울에서 아파트를 구하는 일 자체가 어려워졌다. [동아DB]

청약이 아니더라도 서울에서 아파트를 구하는 일 자체가 어려워졌다. [동아DB]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입주 시 시세 차익이 크지 않은 아파트를 노리면 30대 독거가구도 청약 당첨 가능성이 꽤나 높았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분양가 상한제 도입으로 이마저도 쉽지 않아졌다. 분양가가 낮아진 만큼 경쟁률이 올랐기 때문. 실제로 서울 아파트의 평균 청약 가점도 올랐다. 부동산 정보포털 리얼투데이가 지난해 12월 집계한 바에 따르면 1~11월 서울 1순위 평균 청약 가점은 52점이었다. 부동산114의 집계 이후 석 달 만에 10점가량 오른 것이다. 

전문가들도 청약 가점 50점대로는 서울 입성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서울 강남권은 65점이 넘어야 청약 당첨을 기대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은 “강북 인기 지역도 60점이 넘어야 청약 도전에 의미가 있다”고 봤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분양가 상한제 시행 이후 처음으로 청약을 접수한 르엘신반포센트럴의 평균 청약 가점 점수는 70.3점, 최저점은 69점이었다. 69점은 4인 가족이 채울 수 있는 청약 가점의 최고점이다. 그렇다고 서울을 포기하고 지방으로 내려가기도 쉽지 않다. 지방에 집을 덜컥 사버리면 무주택 기간 점수에서 큰 손해를 보기 때문. 사실상 청약으로 서울 재입성은 불가능하다. 

구축 아파트로 고개를 돌리는 30대도 많다. 하지만 구축 아파트는 청약에 비해 가격이 비싸고, 시설이 노후화됐다는 단점이 있다. 게다가 서울 강북지역 아파트는 이러한 수요가 늘어 가격이 빠르게 오르고 있다. KB국민은행 리브온의 월간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서울 아파트의 중위가격은 8억5715만원이었으나, 올해 1월 13일에는 9억1216만 원이 됐다. KB국민은행이 통계를 작성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올해 결혼할 예정인 직장인 박모(34) 씨는 “대학 다닐 때만 해도 좋은 직장에 들어가 착실히 돈을 모으면 40대쯤 은행에서 돈을 빌려 서울 근교에 집을 하나 살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 있었는데, 올해 그 희망이 절망이 됐다. 지금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50세가 넘을 때까지 전세를 전전하다 은퇴할 때쯤 겨우 집 한 채를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주간동아 2020.02.21 1227호 (p14~16)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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