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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세분화 노리는 디카페인 커피

  • 한여진 기자 119hotdog@donga.com

시장 세분화 노리는 디카페인 커피



개인의 기호식품을 넘어 대한민국 일상의 한 부분으로 굳건히 자리매김한 커피. 아침에 눈뜨자마자 모닝커피로 일과를 시작하고 식사 후 ‘커피 수혈’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시대다. 커피문화가 자리 잡던 초창기에는 아메리카노, 라테, 카푸치노처럼 커피 종류를 따지더니 핸드드립, 머신드립, 사이폰드립, 프렌치프레스드립처럼 어떻게 뽑는 커피인지가 유행처럼 지나갔다. 그 뒤 에티오피아, 케냐, 과테말라, 콜롬비아 등 원두 종류까지 고르며 전 국민이 커피마니아로 등극, 대한민국이 ‘커피공화국’으로 거듭났다. 

최근 커피 트렌드는 디카페인이다. 커피의 향과 맛은 즐기면서 건강을 생각해 각성 작용을 하는 카페인 섭취는 줄이고자 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1월 16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디카페인 커피 원두 수입액은 2020만 달러(약 238억9660만 원)로 전년 대비 42.8% 늘었고, 수입 중량은 2487톤으로 전년 대비 44.2% 증가했다. 전체 커피 수입액 성장률이 3.8%였던 것과 비교하면 높은 성장인 것이다. 디카페인 커피를 찾는 이가 급증하면서 2017년 스타벅스를 시작으로 2019년 투썸플레이스, 올해 1월 맥도날드도 디카페인 커피를 출시했다. 커피업계 역시 디카페인 커피믹스뿐 아니라 캡슐커피을 선보이고 있으며, e커머스에서도 디카페인 커피 원두를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 맥도날드 디카페인 커피의 공통점은 커피 맛이 물에 빤 것 같다는 거예요. 물에 헹군 커피 원두로 내린 맛이랄까. 풍미가 없어도 하루 3~4잔 이상 커피를 마셔야 할 때는 카페인 양이 걱정돼 디카페인 커피를 마셔요. 특히 오후 3시 이후에는 꼭 디카페인 커피만 골라 마시고 있어요.”-박성주(43) 

“최근 메니에르 증후군으로 고생하면서 디카페인 커피를 마시고 있어요. 한동안 커피를 끊었는데, 일하다 보면 커피를 안 마실 수 없어 디카페인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죠. 디카페인 커피는 카페인 커피보다 풍미는 덜하지만, 여러 잔을 마셔도 부담이 없거든요.”-이은경(46·여) 



“스타벅스 디카페인 아메리카노는 산미와 아로마가 약한 느낌이에요. 투썸플레이스 디카페인 커피는 투썸플레이스 커피 특유의 쓰고 묵직한 탄 맛이 강한 편이고요. 맥도날드 디카페인 커피가 가장 부드러워요.”-정재은(43·여) 

“1월 출시된 맥도날드 디카페인 커피는 ‘가성비’가 갑이죠. 스타벅스나 투썸플레이스는 디카페인 커피를 주문하면 일반 커피 가격에 300원이 추가되는데, 맥도날드 디카페인 커피는 추가비 없이 1500원으로 같아요. 일반 아메리카노와 맛 차이가 없어 자주 마시고 있어요.”-강일범(32) 

“나이가 드니 부드러운 커피가 좋더군요. 디카페인 커피는 일반 커피보다 쓴맛이 적고 부드러워요. 풍미는 덜하지만 자극적이지 않아 즐겨 마시고 있어요. 하루에 3~4잔을 마셔도 카페인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고요. 회사에서 미팅이나 회의가 많을 때는 꼭 디카페인 커피를 찾는 편이에요.”-이성희(51·여)


오후에는 디카페인 커피를

스타벅스에 따르면 2017년 8월 디카페인 커피를 출시한 이후 2년간 2100만 잔 판매를 기록, 2019년에는 전년 동기 대비 40% 이상 판매가 증가했다고 한다. 이는 카페인 부담 없이 ‘건강하게’ 커피를 즐기려는 트렌드가 반영된 것이다. 시간대별 판매량을 살펴보니 일반 커피는 오전 7~11시, 디카페인 커피는 오후 3시 이후에 판매 비중이 높았다. 디카페인 커피가 가장 많이 판매되는 시간은 오후 3~4시였으며, 오후 7~9시가 그다음이었다. 30대, 40대, 20대 순으로 디카페인 커피를 많이 찾았는데, 이는 나이가 들면서 건강까지 챙기고자 하는 성향이 반영된 결과라 할 수 있다.


커피 쓴맛의 10~30% 차지하는 카페인

시장 세분화 노리는 디카페인 커피
일반 커피 한 잔(120ml)에는 카페인이 60~100mg 들어 있는 반면, 디카페인 커피는 5mg 이하로 함유하고 있다. 함유율을 따져보면 일반 커피는 1~5%, 디카페인 커피는 0.3% 이하인 것이다. 

디카페인 커피콩은 따로 재배되는 것이 아니라 일반 커피콩에서 카페인을 제거한다. 이 작업은 로스팅 전인 생두 단계에서 이뤄진다. 대표적인 방법으로 물을 이용한 ‘워터 프로세스’와 ‘액화 탄산가스 추출법’이 있다. 1933년 스위스에서 개발된 워터 프로세스는 물을 이용해 카페인을 제거하는 방법이다. 생두를 뜨거운 물에 불려 카페인과 향미를 내는 분자를 포화 상태가 되도록 녹인 다음 카페인과 맛을 잃어버린 생두는 버린다. 그 물에 새로운 생두를 담그면 카페인만 녹아 나오고 향미 분자는 이미 포화 상태이기 때문에 대부분 잔존하게 된다. 액화 탄산가스 추출법은 생두에 강한 압력으로 탄산을 주입해 카페인을 녹여내는 방식이다. 물에 잘 녹는 카페인의 성질을 이용한 것으로, 커피콩을 용매에 직접 접촉시키는 대신 물과 접촉시켜 카페인을 없앤다. 

그렇다면 생두에서 카페인만 제거한 디카페인 커피는 왜 풍미가 떨어질까. 카페인은 커피에서 대표적인 주요 성분으로 각성 작용을 담당하며, 커피 쓴맛의 10~30%를 낸다. 그만큼 카페인을 제거하면 풍미가 떨어지는 것이다. 무엇보다 현재까지 맛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카페인을 제거하는 방법이 개발되지 않았다, 또한 디카페인 커피콩은 대부분 팔리고 남은 묵은 생두로 만들어져 태생 자체가 좋지 않은 경우도 많다. 앞으로 좋은 커피콩을 사용하고 향미를 유지하면서 카페인만 제거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된다면 지금보다 한층 맛있는 디카페인 커피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주간동아 2020.02.21 1227호 (p50~52)

한여진 기자 119ho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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