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01

2015.08.17

요동치는 중국 증시 공략법

시장보다 개별 종목으로 접근하고, 적립식 투자로 변동성에 대비하라

  • 이상건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상무 sg.lee@miraeasset.com

    입력2015-08-17 16: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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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동치는 중국 증시 공략법
    중국 증시 투자자들의 마음이 편치 않다. 중국 증시가 폭락하더니 이번에는 전격적으로 위안화 절하를 발표하면서 글로벌 통화 전쟁의 전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중국 증시가 국내 투자자들에게 희망과 공포를 동시에 안겨줬던 경우는 모두 2번 있었다. 처음은 2004년 무렵이다. 이때부터 중국 증시가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 시계(視界)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모든 주가 폭등기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은 ‘스토리’다. 그 스토리는 쉽게 이해 가능해야 하고, 또 상식적 판단으로도 수긍돼야 한다. 2000년대 중국 증시는 ‘성장(成長)’이란 스토리가 있었다. 세계 최대 인구 대국이 잠에서 깨어나 고속으로 질주하는 스토리는 상식적인 사람이면 수용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 구조를 갖고 있었다. 성장에 대한 기대감은 증시 폭등으로 이어졌다. 상하이종합지수는 2005년 6월 998.22포인트로 바닥을 찍고 2년 넘는 기간 고공행진을 이어갔다(그래프1 참조). 2007년 10월 정점을 찍었는데, 바닥 대비 약 6배 오른 6124.04포인트를 기록했다.

    중국 펀드는 당시 가장 핫(hot)한 투자처였다. 중국 펀드로 앞다퉈 돈이 몰리기 시작했다. 2005년 말 3583억 좌(Tip 참조)에 불과하던 중국 펀드는 2006년(연말 기준) 3조억 좌를 돌파하더니 2007년 18조 좌, 2008년 20조 좌를 넘어섰다(그래프2 참조). 하지만 2008년 이후 증시가 급락세를 보이기 시작하고 2014년 말까지 줄곧 감소세를 기록했다.

    매력적인 ‘후강퉁’

    중국 증시가 다시 인기 투자 아이템으로 떠오르기 시작한 것은 2014년에 들어서면서부터다. 2014년 4월 중국 정부는 ‘홍콩 증권거래소와 상하이 증권거래소 간 교차 거래(후강퉁)’를 발표했다. 외국인에게 더 큰 폭으로 중국 본토 주식의 문호를 개방한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는 일정 한도만 배정받아 중국 주식에 투자할 수 있었지만 이젠 홍콩 증시를 출입구 삼아 본토 주식을 살 수 있게 됐다.



    후강퉁도 매력적인 이야기 구조를 갖고 있었다. 중국이 드디어 외국인 투자자에게 문을 열고, 증권시장 선진화 쪽으로 한 걸음 더 내디뎠다는 것이다.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 기업과 후강퉁의 결합은 투자자에겐 매력적인 이야기가 아닐 수 없었다. 2000포인트에서 게걸음을 하던 상하이종합지수는 가파르게 상승하며 2년도 안 되는 시기에 5000포인트를 돌파했다. 2008년 이후 계속해서 감소세를 보이던 중국 펀드는 다시 주목받으며 투자 자금이 유입됐다. 그러나 증시 급락으로 투자자들은 또다시 고민에 빠졌다. 지금이라도 환매해야 하는지, 아니면 버텨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다.

    당장의 의사결정에 앞서 중국 같은 고성장 국가의 증권시장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성장과 주가의 관계를 보기 위해 우리나라 증시를 들여다보자. 지금 우리나라는 저성장 공포에 떨고 있지만 1970년대 이후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초고속 성장 국가였다. 1980년대만 해도 평균 경제성장률이 10%대를 기록했다. 10%대 경제성장률이면 약 7년 단위로 경제 규모가 2배로 커진다.

    오늘날 코스피라 부르는 옛 종합주가지수가 태동한 때는 1980년. 당시 지수 100포인트로 시작한 코스피는 20여 년간 1000포인트 박스권에 갇혀 있었다. 모두 4번의 폭등기가 있었는데, 4번 모두 1000포인트를 돌파했다 곧 급랭했다. 지수는 20여간 1000포인트 박스권에 갇혀 있었지만 국민소득은 늘었고, 기업도 성장했다. 성장 스토리가 개인과 기업에겐 유효했지만 증시에는 그렇지 못했던 셈이다. 증권 분석가들이 말하는 ‘경제 성장과 주식시장의 불일치’를 보였던 것. 단정할 수 없지만 중국 증시도 우리나라와 비슷한 패턴을 보이는 면이 있다. 급등세에 이은 급락세가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장기투자이론의 권위자로 인정받는 제레미 시겔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는 “빠른 성장이 반드시 좋은 수익률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얘기한다.

    요동치는 중국 증시 공략법
    10루타 종목을 찾아라

    요동치는 중국 증시 공략법
    그러나 고성장 국가에는 매우 매력적인 면이 있다. 실제 삼성전자처럼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는 기업들이 있다는 점이다. 증시는 박스권이었지만 삼성전자 주가는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짐에 따라 계속 올랐다. 월가의 전설 피터 린치의 표현을 빌리자면, 삼성전자 같은 ‘10루타 종목’을 저성장 국가에서 더 많이 발견할 수 있다. 10루타란 린치가 10배의 수익을 내는 종목을 야구에 비유해 표현한 말이다. 우리나라의 경험, 그리고 국가 경제성장률과 증권시장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를 통해 우리는 몇 가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첫째, 한 나라의 높은 경제성장률이 곧 수익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는 달리 표현하면, 시장 전체가 아닌 개별 종목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뜻이다. 개별 기업의 수익률과 증권시장 전체 수익률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고성장 국가에 대한 투자는 거시적 접근보다 개별 기업에 현미경을 들이대는 미시적 접근이 더 효과적이다.

    둘째, 투자 방법에서 변동성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고성장 국가의 증시는 변동성이 높다는 점을 투자의 전제로 삼아야 한다. 개인투자자가 변동성을 관리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우면서도 강력한 방법은 적립식 투자다. 게다가 적립식은 낮은 변동성보다 높은 변동성을 보일 때 더 유리하다. 변동성이 있어야 주식 매입 단가를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상당수 투자자는 증시 상승기에 목돈을 일시에 투자하곤 한다. 그러다 주가가 급락하면 오도 가도 못 하는 고민에 빠지게 된다. 적립식 투자는 너무 간단한 투자법이다 보니 투자자들이 그 효과를 과소평가하는 듯하다. 그러나 변동성이 높은 증시에서 편안하게 투자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적립식만한 것을 찾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중국 주식은 어느 정도 포트폴리오에 담아둬야 한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거나 내수기업이라 해도 대규모 소비시장에서 압도적 지위를 차지할 수 있는 기업이 등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자칫 변동성의 덫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한 대비책은 종목 분석 능력을 키우거나, 그렇지 못하다면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것이다. 때론 간단한 투자법이 휘황한 분석 능력보다 힘이 센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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