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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런 ‘금수저’도 다 있네

뮤지컬 배우, 오디션 스타, 해군 소위, 콘돔 사업…톡톡 튀는 재벌가 자제 행보

이런 ‘금수저’도 다 있네

이런 ‘금수저’도 다 있네
누구에게나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은 유독 타인의 선택에 관심이 많다. 특히 그 선택의 주체가 일명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는 재벌가 자제이고, 이들이 ‘가업을 이어받는다’는 뻔한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신인 뮤지컬 배우 함연지(23)는 올해 초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개막한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주인공 스칼렛 오하라 역의 얼터너티브로 캐스팅되면서 정식 데뷔했다. 통상적으로 국내 뮤지컬계에서 주연은 수년간 앙상블 기간을 거치거나 아이돌 멤버 또는 배우가 캐스팅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신인 배우가 데뷔작부터 얼터너티브일지언정 주연을 꿰차는 건 일종의 사건이었다. 상대역은 뮤지컬계 황태자인 임태경이었고, 또 다른 스칼렛 오하라 역은 가수 바다와 서현이 맡았다. 뮤지컬 마니아들의 관심이 쏠린 것도 당연했다.

뮤지컬계 혜성, 알고 보니 소녀 주식 부자

함씨는 오뚜기 창업주인 함태호 명예회장의 손녀이자 함영준 회장의 장녀다. 그는 2006년 14세이던 당시 12억 원에 달하는 오뚜기 주식 1만 주를 소유하며 ‘소년소녀 주식부자’에 이름을 올렸다. 2013년에는 배당금으로 1억8000만 원을 받았고, 올해 3월에는 1억6000만 원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100억 원 이상 20대 주식부호 19위(지분가치 155억 원)에 올랐다. 현재 함영준 회장은 오뚜기 주식 52만8986주(15.38%)를, 함씨는 4만 주(1.16%)를 보유하고 있다.

아직 ‘뮤지컬 배우 함연지=오뚜기 회장 딸’이라는 보도가 나온 적이 없음에도 그를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하면 연관검색어에 오뚜기가 뜬다. 함씨가 뮤지컬 배우 임태경, 마이클 리와 함께 오뚜기 카레 광고를 찍었기 때문이다. 광고 사이트에도 임태경, 마이클 리와 함께 이름이 올라와 있어 신인치고 파격적인 대우를 받는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런 ‘금수저’도 다 있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제작사에 따르면 함씨는 지난해 9월 오디션에서 300 대 1 경쟁률을 뚫고 얼터너티브에 뽑혔다. 당시 제작사 측은 함씨를 ‘뛰어난 실력과 스칼렛 오하라를 연상케 하는 매력으로 단번에 오디션에 합격해 뮤지컬 첫 주역을 스칼렛 오하라로 시작하는 행운을 거머쥐었다.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주목되는 신예’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첫술부터 너무 과한 밥상을 받았던 것일까. 공연 기간 중 그가 출연한 것은 총 10회도 되지 않았으나, 대중의 기대치를 충족하지는 못했다. 공연 사이트에서는 배우들 이름을 줄여 부르는데 그를 지칭하는 말은 ‘뚝(오뚜기의 줄임말)’ 또는 ‘함칼렛(함연지+스칼렛)’이다. 검색해보면 ‘선배들만큼 몰입도나 아우라가 있지는 않지만 생신인인데도 색다른 노선을 보여줘 재미있게 봤다’는 평과 ‘첫 무대 주연에 저 정도면 괜찮다’는 반응도 있지만 ‘너무 관대한 평가다’ ‘딕션이나 발성 자체에 문제가 있다’ ‘앙상블부터 못 하겠으면 조연부터라도 차근차근 시작하길 바란다’는 쓴소리도 많았다.

그러나 그간의 행보를 살펴보면 뒤늦게 ‘뮤지컬이나 한번 해볼까’ 싶어 뛰어든 경우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함씨는 미국 뉴욕대 티시예술학교 연기과를 졸업했다. 2008년 중학교 3학년 때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트 판에 브로드웨이 뮤지컬 ‘인어공주’의 넘버 Part of Your World’를 부른 영상을 올리고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은데 실력을 봐달라’고 올린 글이 아직도 남아 있다. 데뷔 전에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배우 브래드 리틀이 대표강사로 있는 스파크 뮤지컬 아카데미에서 배우반 수업을 들었다.

함씨는 6월 개막한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에서는 여자 주연인 마리아 역에 캐스팅됐다. 8월 23일까지 총 85회 공연 가운데 9차례 출연한다. 6월 19일 함씨의 첫 공연 때는 오뚜기 직원들이 단체관람했다는 팬들의 후기도 있다. 뮤지컬 홍보사 관계자는 “함씨가 아직 필모그래피가 많지 않은 신인이라 인터뷰는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뮤지컬업계 관계자는 “처음에는 신인이 가창력을 요하는 마리아 넘버를 제대로 소화할 실력을 갖추고 있을지 의문이 들었으나, 현장에서 굉장히 밝고 긍정적으로 열심히 연습에 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오뚜기 관계자는 “함씨가 뮤지컬에 관심과 열정이 많다. 오뚜기에서 따로 단체관람을 기획하거나 공연에 투자하지는 않았다”며 함씨가 출연한 뮤지컬 형식의 광고를 본인이 기획했느냐는 물음에는 “광고 기획에는 관여하지 않았다. 해당 광고는 뮤지컬 배우 임태경 씨와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팀이 함께 찍은 것”이라고 답했다.

어릴 적부터 예술가의 꿈을 키워온 것은 함씨만이 아니다. SBS ‘일요일이 좋다-서바이벌 오디션 K팝스타 시즌4’(K팝스타4) 출신인 가수 박윤하(17)는 굴지의 출판그룹인 민음사 박맹호 회장의 손녀이자 박근섭 민음사 대표, 김세희 민음인 대표 부부의 차녀다. 민음사는 비룡소, 황금가지, 사이언스북스, 민음인 등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2013년 기준 민음사의 매출액은 168억 원. 박 회장은 2월 3일 ‘오늘의 작가상’ 개편과 관련한 기자간담회에 앞서 “(손녀가) 외모는 아버지를 닮았는데 끼는 엄마를 닮았다. 요즘엔 나보다 더 유명해 이제 윤하 할아버지 행세를 해야겠다”고 말했다.

이젠 회장님보다 손녀가 유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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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는 당시 ‘K팝스타4’에 나와 “음악적인 재능은 엄마한테 물려받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어머니 김씨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그는 톱6까지 올랐으나 톱4 결정전에서 탈락했다. 5월 11일에는 인피니트 멤버 김성규의 두 번째 솔로앨범 ‘27’ 쇼케이스에서 그와 듀엣곡 ‘답가’를 불렀다. 김성규는 “여자와 처음으로 듀엣을 해봤는데 녹음하고 팬이 됐다. 목소리가 정말 좋다”고 칭찬했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박윤하는 고음에서 폭발적인 성량을 보여주거나 가창력을 뽐내는 가수는 아니지만, 낮은 음에서 높은 음까지 매끄럽게 올라가기에 듣는 사람에게 편안함을 준다. 다소 심심하게 느껴지는 창법은 가수로서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말했다.

이색 행보를 보인 원조 재벌가 자제로는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차녀이자 노태우 전 대통령의 외손녀인 최민정(24) 해군 소위가 있다. 그는 재벌가 첫 여성 장교다. 편안한 삶 대신 군생활을 택해 많은 이에게 충격을 안겼다.

1월부터 한국형 구축함 충무공이순신함(4400t급)에서 전투정보보좌관으로 근무해온 최 소위는 6월 23일 해군 청해부대 19진으로 부산 해군작전사령부에서 중동 아덴만으로 떠났다. 7월 중순 중동 아덴만 해역에 도착하면 왕건함과 교대해 6개월간 선박 호송과 해적 퇴치, 해양안보작전 참여 등 작전 임무를 수행한다. 해군 관계자는 “현재 충무공이순신함은 스리랑카를 지나 아덴만으로 향하고 있다. 교대는 12월 중순쯤이 될 것이다. 최 소위는 전투 정보를 수집하고 위협이 되거나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표적 등을 탐지해 보고하며 작전관을 보좌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의 장남인 박서원(36) 오리콤 크리에이티브총괄(CCO) 부사장 겸 빅앤트 인터내셔널(빅앤트) 대표도 대표적인 이색 재벌가 인물 가운데 하나다. 박 부사장은 2005년 미국 뉴욕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School of Visual Arts)를 졸업하고 이듬해 광고회사 빅앤트를 설립했다. 지난해 10월부터는 두산그룹 계열 광고회사 오리콤에 합류해 광고 캠페인을 총괄하고 있다.

이런 ‘금수저’도 다 있네
해적 소탕하고, 콘돔 사업하는 재벌가 자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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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부사장은 사회공헌활동(CSR)에 관심을 둔 혁신적인 발상으로 늘 대중의 관심을 끌고 있다. 빅앤트에 있을 당시인 지난해 6월에는 미혼모를 방지할 목적으로 콘돔 브랜드 ‘바른생각’을 만들었다. 당시 “두산이 콘돔사업에도 나서느냐”는 오해를 받았으나 박 부사장은 “두산그룹과는 관계없다. 이번 프로젝트는 빅앤트와 컨비니언스, 동화약품의 합작”이라고 인터뷰한 바 있다. 현재 ‘바른생각’ 판매를 담당하는 빅앤트는 2014년 12월 아동보육시설 선덕원과 정기 후원협약을 맺었고, 수익금 일부는 유익하고 이해하기 쉬운 성교육 콘텐츠 제작에 쓰인다. 오리콤에서는 2월 떨어지거나 상처가 나 상품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과일로 만든 잼 ‘이런쨈병’을 출시했다. 낙과를 바라보는 농민의 안타까운 ‘이런 젬병’ 같은 상황을 위트 있게 표현한 제품으로 수익금은 동삼동지역아동센터 옹달샘 외에 고아원 3~4곳에도 전달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박 부사장이 콘돔, 잼 이후 무엇에 손을 댈지 관심이 높았다. 그는 최근 여성구두에 관심을 갖고 청년 2명이 창업한 여성 수제구두 브랜드 ‘아그레또’의 디자인과 브랜딩에 참여했다. 아그레또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박 대표가 디자인과 브랜드 컨설팅 등을 도와줬고 4월부터 신제품이 출시됐다. 아직은 소규모라 나중에 판매 수익이 누적되면 박 대표가 브랜드 이름으로 기부할 계획”이라며 “장기적으로 4~5년은 박 대표와 일을 진행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오리콤 관계자는 “회사 차원의 프로젝트는 아니지만 청년 사업에 관심이 많은 박 부사장이 개인 시간을 내서 지원활동을 하고 있다. 박 부사장은 빅앤트 아카데미를 운영하며 광고인을 꿈꾸는 학생들의 멘토로도 활동 중”이라고 말했다.

‘이재용이 삼성이라고 삼성 라이온즈 멤버로 뛰는 거 봤느냐.’ 취재 도중 접한 한 커뮤니티 ‘재벌 3세’ 관련 글에 붙은 댓글이다. 일부에서는 이처럼 “돈이면 뭐든 되는 것이냐”며 이들의 행보에 비판적인 시선을 보내지만, 부모 세대와 다른 길을 걷는 자녀들의 모습이 신선한 것도 사실이다. 대중은 이들이 흔한 드라마 속 재벌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기대할 것이다.



주간동아 2015.07.13 996호 (p34~36)

  •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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