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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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 방지, 건강 테마주를 찾아라

제약·의료기기·의료서비스 등 헬스케어 소비 10년 만에 두 배로

  • 이상건 미래에셋 은퇴연구소 상무 sg.lee@miraeasset.com

    입력2015-02-09 10: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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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화 방지, 건강 테마주를 찾아라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의료 관련 지출도 함께 증가한다.



    “죽음은 틀림없는 성장산업이다.”

    인구통계 전문가 클린트 로렌의 말이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예정된 일이다. “인간이 피할 수 없는 두 가지가 있다. 그것은 죽음과 세금”이라는, 미국 건국의 아버지 가운데 한 명인 벤저민 프랭클린의 말처럼 죽음을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우리는 보통 죽음이란 단어에서 어린아이보다 노인을 떠올린다. 그러나 노인의 죽음이 인구통계에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과거 인간 수명에 큰 영향을 미친 건 노화나 노화에 따른 만성질환이 아니었다. 20세기가 시작될 무렵만 해도 전염병에 의한 영·유아 사망이 노화로 인한 사망보다 더 흔한 풍경이었다. 일례로 미국의 경우 결핵이 1923년까지는 주요 사망 원인 3위에, 53년까지는 10위 안에 들었다. 우리나라 영아 사망률도 이와 다르지 않다. 1950∼55년 평균 영아 사망률은 1000명당 138명이었다. 다시 말해 1000명의 영아 중 138명이 죽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지금은 1000명당 2.9명(2012년 기준)에 불과하다. 오늘날 한국인의 사망 원인 앞자리에는 암, 심혈관 질환 등 노화와 관련한 질병이 차지하고 있다.

    사망통계에서 노인 비중이 높아진 건 50∼60년 전부터 일이다. 여기서 더 주목해야 할 것은 노화로 인한 죽음이 이제 시작이라는 점이다. 인류는 역사상 가장 큰 규모로 사람들이 늙어가는 시대에 살고 있다. 노인이 많아지는 세상은 어느 외계 별나라 일이 아니라 지구의 문제고, 대한민국의 문제다. ‘출생→소년→청년→중·장년→노년’이란 인생 사이클에서 50∼60년 전만 해도 짧은 기간에 불과하던 노년기가 급격히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노인이 많아지는 세상

    수치상으로도 노년층 증가 속도는 가파르다. 세계적으로 65세 이상 인구는 2010년 기준 6억3000만 명이지만 20년 뒤인 2030년에는 11억7000만 명으로 5억4000만 명이 늘어난다. 2050년에는 19억 명이나 된다. 2014년 발표된 ‘세계인구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총인구는 72억4400만 명이다. 시간차는 존재하지만 이 수치와 단순 비교할 경우, 2050년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현재 세계 총인구의 약 27%에 해당된다.

    인구 고령화에 따른 노년층 증가는 선진국에 국한한 현상이 아니다. 선진국은 이미 고령화 행렬이 시작된 지 오래고, 신흥개발국이자 인구 대국 중국과 인도에서도 노년층이 급격히 늘고 있다. 중국은 65세 이상 비중이 2010년 9.4%에 불과했지만, 2030년이 되면 사정이 크게 변해 18.7%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20년 동안 약 1억2000만 명의 노인이 늘어나는 셈이다. 인구 1억 명이 사는 일본에 모두 노인만 있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인도도 2012년부터 2032년까지 5200만 명가량이 노인 대열에 합류할 것이다.

    노년 인구 증가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서는 상당한 논란이 있다. 먼저 부정적인 견해다. 이들은 노년층은 청·장년 세대보다 소비력이 크지 않기 때문에 소비시장 확대에 크게 기여하지 못할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최근에는 반대론이 더 힘을 얻고 있다. 앞으로 노인 세대에 합류하는 사람은 이전 세대와 달리 경제 성장으로 수혜를 본 세대로, 연금을 비롯한 여러 소득원을 갖고 있어 왕성한 소비력을 보여줄 것이라는 주장이다. 어느 쪽 얘기가 맞을지는 시간이 판명해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은 노년 인구 증가를 새로운 기회로 삼은 곳과 그렇지 않은 곳에 커다란 격차가 발생할 것이라는 점이다.

    또 하나 확실한 건 고령화는 인간의 노력으로 막을 수 없는 도도한 흐름이란 점이다. 나이 들어 돈을 쓰지 않는다 하더라도 필수적으로 지출할 수밖에 없는 분야는 존재한다. 대표적인 것이 의료 관련 분야다. 나이가 들면 밥보다 약을 많이 먹는다는 말처럼 노화 방지와 건강 유지를 위한 지출은 줄이기 어렵다.

    통상 제약, 의료기기, 의료서비스 등을 헬스케어 산업이라 한다. 인류의 고령화에서 가장 수혜를 입을 분야 중 하나가 바로 헬스케어 산업이다.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 등 주요 리서치 기관의 조사를 보면, 전 세계 헬스케어 소비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2010년 약 3조6000억 달러에서 2015년 5조 달러, 2020년 6조9000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10년 사이 2배 가까이 시장이 커지는 셈이다(표 참조).

    중국, 헬스케어 핵심시장 부상

    노화 방지, 건강 테마주를 찾아라
    특히 일본, 한국에 이어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를 보이는 중국은 헬스케어 분야에서도 핵심 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다. 일례로 중국은 이미 전 세계 건강보조식품 시장에서 2위로 올라섰다. 1인당 국민소득이 아직 7000달러가 안 되는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소득이 더 늘면 건강 관련 지출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시대적 흐름을 타고 최근 헬스케어 펀드가 약진을 거듭하고 있다. 국내 주식형 펀드는 제자리걸음을 하는 가운데 헬스케어 펀드는 국내, 해외펀드를 가리지 않고 최근 1년 수익률이 20%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투자 규모는 크지 않지만 서서히 고령화라는 시대적 맥락에서 새로운 성장을 찾아 나서는 투자자가 늘고 있는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식시장은 성장에 목마른 상태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성장의 꿈이 사라진 시대에 자리를 차지한 것은 배당주, 자산주 등 현실 자산과 수익을 제공한 기업들이었다. 그러나 주식시장이 영원히 성장만 갈구하며 머물러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시대가 변하면 새로운 성장 테마를 찾아 나서는 게 시장이다. 그 성장을 미리 예견할 수 있다면 큰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거의 신의 영역이라 할 수 있다. 다행스러운 점은 미래를 예측할 수 없지만 현재에도 진행되고 있고 미래에도 계속될 자명한 흐름을 찾아낼 수는 있다는 것이다. 그중 하나가 헬스케어 시장의 확대일 터다.

    헬스케어 테마가 어느 정도 수익을 안겨줄지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다. 하지만 자산운용 관점에서 생각할 수 있는 건 자신의 포트폴리오에 헬스케어 관련 산업을 편입하는 것이 그렇지 않은 것보다 안전한 길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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