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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청약 광풍은 착시 효과! 주택시장 퇴조

기존 주택시장 수요 일시 이동…아파트 공급과잉 후폭풍 불 듯

  •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부동산학 박사

청약 광풍은 착시 효과! 주택시장 퇴조

청약 광풍은 착시 효과! 주택시장 퇴조

포스코건설이 부산시청 바로 옆에 조성하는 ‘부산 더샵 시티 애비뉴Ⅱ’가 10월 17일 부산 수영구 수영역 9번 출구 앞에 모델하우스를 오픈한 가운데 방문객들이 상담을 하고 있다.

“요즘 아파트 청약만큼 돈 되는 상품이 있나요. 사람들이 몰리는 건 당연하죠.”

부산과 경남 창원, 대구에서 시작된 아파트 청약 열풍이 수도권까지 불고 있다. 거의 광풍 수준이다. 열풍 이유에 대해 한 주택건설업체 임원은 “청약밖에 돈 되는 상품이 없기 때문”이라며 “그러니 당연히 사람이 그쪽으로 모여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아파트 분양이 손실은 거의 없고 수익만 높은 일종의 ‘무위험 고수익 상품’이 돼버렸다는 주장이다.

이런 상황은 위험과 수익은 서로 비례 관계라는 투자의 일반 원칙이 아파트 분양시장에서만큼은 예외가 되기 때문에 벌어진다. 높은 수익을 올리려면 그만큼 많은 위험을 부담해야 하는데 분양시장은 위험이 없고 수익만 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인 것. 청약 광풍이 불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반면 또 다른 시장인 기존 주택매매시장은 찬바람이 분다. 분양시장은 기존 주택매매시장과 따로 노는 별천지 시장이 돼버렸다. 도대체 아파트 분양시장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왜 모델하우스에만 사람이 몰리나

요즘 모델하우스는 문만 열면 사람으로 북새통이고 청약 경쟁률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이제 청약 경쟁률 100 대 1은 예사다. 청약 열풍은 서울은 물론 경기, 부산, 광주, 대구, 대전 등 지역에 관계없이 전국적으로 불고 있다. 분양시장이 너무 뜨겁다 보니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이처럼 분양시장만 뜨거운 것은 주거 트렌드 변화와 규제 완화 등 여러 요인이 맞물려 나타난 현상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자.



먼저 주거 트렌드 측면에서 소비자의 새 아파트 편식 현상이 심해졌다. 소비자는 이왕 집을 장만할 거면 새집을 구하겠다는 경향이 강하다. 소득 수준 향상으로 주거 공간 소비의 기대 수준이 올라갔기 때문이다. 과거 1인당 국민소득 5000달러 시대에 지었던 ‘헌 아파트’는 3만 달러 시대를 사는 사람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다. 이러다 보니 공간 구조와 마감재, 편의시설을 혁신한 새 아파트를 선호한다. 한 경제신문이 10억 원 이상의 자산을 가진 은행 계좌 보유자 441명을 대상으로 선호 주택을 물었더니 응답자의 28.4%가 분양 아파트를 꼽았다. 그동안 선호했던 재건축 대상 아파트(16.2%)보다 크게 높아 선호가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셈. 새 아파트 선호 경향은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더 심하게 나타난다.

미래의 손실이나 불확실성을 회피하려는 시장 구성원의 움직임도 청약 열풍의 한 원인이 됐다. 부동산시장 호황 국면에서는 새 아파트보다 재건축 또는 재개발 대상의 낡은 아파트가 선호 대상이었다. 완공한 지 12~17년을 분기점으로 그 후부터는 오히려 재건축 대상 아파트값이 올라가는 기현상이 나타난다. 재건축이나 재개발은 미래의 기대를 먹고 자라는 생물체다.

하지만 불황기에는 재건축이나 재개발을 해도 돈을 번다는 보장이 없다. 재건축이나 재개발 조합원이 청약통장으로 일반 분양을 받는 사람보다 더 비싸게 새 아파트를 배정받는 경우도 수두룩하다. 아예 현물(아파트)보다 현금으로 달라는 조합원의 요구(현금청산)도 크게 늘어난다. 이처럼 불확실한 미래가 계속되면 사람들은 미래보다 현재를 선호하는 ‘현상유지편향(status quo bias)’을 보인다. 당장 입주해 주거 효용을 누릴 수 있는 새 아파트를 선택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경향이 된다.

청약 규제 완화도 한몫하고 있다. 특히 지방은 지속적인 인구 감소로 아파트 구매 실수요자가 줄어드는 반면, 주택 공급은 오히려 증가해 경제학 법칙으로 보면 청약률이 저조해야 정상이다. 그럼에도 유독 지방에서 청약 경쟁률이 고공행진을 하는 이유는 청약 1순위 자격이 수도권은 통장 가입 2년 이상인 반면, 그 외 지역은 6개월로 짧기 때문이다. 청약에 당첨된 뒤 청약저축에 다시 가입해 반년만 지나면 1순위 청약 대열에 다시 낄 수 있다. 게다가 전매제한 규정도 거의 없고, 재당첨 제한 조항도 없어졌다.

지방에서 불어닥친 청약 열기가 점차 수도권으로 확산되고 있다. 수도권에서도 대폭적인 전매제한 완화와 청약제도 변경이 열풍의 배경이 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체 주택매매 거래가 줄어드는 부동산 불황 국면에서 분양시장이라는 황금어장에 그물을 던지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한 취급을 받는다. 청약통장을 ‘조자룡이 헌 칼 쓰듯’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성 청약이 대거 몰려 시장이 혼탁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 위례신도시 같은 곳에서는 심지어 “로또 사듯 청약했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온다.

수도권에서 청약 열풍은 더 거세질 전망이다. 2015년 3월부터 서울·수도권 거주자의 경우 청약통장에 가입한 지 1년이 지나면 청약 1순위 자격을 얻는다. 현재는 가입 2년이 지나야 1순위가 될 수 있다. 또한 그때부터는 청약예금과 청약부금으로도 청약 허용 규모보다 작은 아파트를 청약할 수 있다. 예치금보다 큰 주택도 예치금만 더 내면 곧바로 청약 가능하다. 그동안은 주택 규모를 변경하려면 가입 2년이 지나야 했다. 이 같은 주택청약 개편 내용을 담은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안이 시행되면 신규 분양아파트 청약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청약 광풍은 착시 효과! 주택시장 퇴조

11월 23일 오전 경기 김포에 위치한 e편한세상 캐널시티 모델하우스로, 오픈 이후 사흘 동안 1만7000여 명이 방문해 둘러봤다.

공급 과잉 미분양 부메랑 맞을라

문제는 신규 분양시장의 활기가 오히려 기존 주택시장에선 구축 효과를 조장할 수 있다는 측면이다. 전체 주택시장이 실수요로 재편된 상황에서 신규 분양으로 쏠린 수요는 기존 주택시장의 수요가 이동한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부동산시장이 호황세를 보이던 2000년대만 해도 분양시장과 기존 주택시장이 상생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지금은 두 시장이 철저히 분리되는 각개전투 시장이 됐다. 이러다 보니 청약으로 수요가 쏠리면 쏠릴수록 기존 주택시장은 오히려 위축되는 이상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민영주택 재당첨 제한 도입을 검토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2012년 9월 25일 민영주택 재당첨 제한을 투기 과열지구가 아닌 곳에 대해 폐지했다. 하지만 정부는 민영주택 재당첨 제한 부활은 분양시장에 미치는 역기능이 너무 크다는 이유로 주저하는 상황이다. 정부 관계자는 “기존 매매시장과 분양시장 간 괴리가 큰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현재로서는 투기적 수요에 대응하는 카드 정도로 갖고 있다”고 말했다.

분양시장이 호황세를 보이면서 건설업체들은 앞다퉈 밀어내기에 나서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4년 아파트를 비롯한 주택 인허가 물량은 48만여 가구로 연초 예상 물량에 비해 10만 가구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2014년 정부의 전국 주택인허가 목표 물량은 37만4000가구다. 정부는 크게 줄어든 주택 수요 등 시장 상황을 감안해 장기주택공급계획을 세웠지만 전망이 크게 빗나간 것이다. 청약 규제 완화 등을 고려할 때 2015년에도 공급이 러시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분양시장이 호조를 보이자 각 건설업체는 분양가를 슬슬 올리고 있다. 인터넷 부동산 정보 사이트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2014년 서울 지역 아파트 평균 분양가격은 3.3㎡당 2164만 원으로 2013년(1839만 원)보다 325만 원(17.7%)이나 올렸다. 분양시장 열풍으로 단기적으로 건설업체들의 배만 불리는 꼴이다. 분양가가 올라가는 만큼 소비자의 잉여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건설업체도 분양가를 계속 올렸다가는 언젠가 미분양 부메랑을 맞을 수 있다. 분양시장에 영원한 승자는 없기 때문이다. 우려되는 대목은 지금 분양하는 아파트가 대거 입주하는 2~3년 뒤 입주 물량 충격을 받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물량 앞에 장사 없는 법이다. 기존 주택시장이 더 깊은 불황의 늪으로 빠지지 않도록 지금이라도 공급 물량 조절의 지혜가 필요하다.



주간동아 968호 (p38~39)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부동산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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