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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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 “초이노믹스 실감 안 나”

양극화 해소·실질가계소득 증대 후속 대책 마련 필요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입력2014-09-15 09: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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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초이노믹스(Choinomics)’가 주식·부동산 시장에서 특히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정작 정책적 배려가 시급한 저소득층에게는 가장 낮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동안 초이노믹스에서 저소득층이 배제됐다는 지적을 받아오긴 했지만 정부의 경제 활성화 정책에 대한 저소득층 여론이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주간동아’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8월 22~24일 실시한 ‘한국인 의식조사’(전국 만 19세 이상 1000명, 온라인 서베이 방식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를 분석한 결과다.

    따라서 초이노믹스가 우리 경제 전반에 온기를 제대로 전달하려면 저소득층의 실질적인 가계소득 증대로 이어질 수 있는 추가 대책이나 양극화 해소 방안, 민생법안의 국회 통과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윗목에는 퍼지지 않는 온기

    최 경제부총리의 ‘담보대출 완화 등 부동산 정책’에 대해 묻는 질문에 월평균 소득 200만 원 미만 저소득층(올해 4인 가구 최저생계비는 163만820원)은 가장 낮은 5.37점을 줬다. ‘매우 반대’(0점)에서 ‘매우 찬성’(10점)까지 점수를 수치로 표시하게 한 결과 평균점수는 5.64점. 반면 △700만 원 이상 고소득자는 평균 6.06점으로 후한 점수를 줬고 △500만~700만 원 미만 소득자는 5.83점 △200만~500만 원 미만 소득자는 5.53점을 줬다(그래프1 참조). 소득이 높을수록 대출완화 등 부동산 정책에 높은 점수를 준 것.

    경제 회복세를 뒷받침할 통화정책인 금리 인하에 대해서도 고소득자일수록 높은 점수(△700만 원 이상 6.17점 △500만~700만 원 미만 6.04점 △200만~500만 원 미만 5.64점)를 줬지만, 200만 원 미만 저소득층은 5.63점으로 가장 낮은 점수를 줬다. 평균점수는 5.80점이었다.



    이는 최 경제부총리의 부동산 규제 완화로 8월 한 달간 주택거래량이 90% 이상 폭증하고, 주택담보대출은 1~7월 평균 대출액인 1조5000억 원의 3배 이상(4조7000억 원) 늘었지만, 정작 내 집 마련이 어려운 저소득층에게는 직접적 혜택이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KB국민은행 부동산알리지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은 3.3㎡당 1574만 원. 전용면적 85㎡ 아파트 매입비용은 평균 4억545만 원, 평균 전셋값은 2억5160만 원이다. 현재 전세 아파트를 매입하려 해도 1억5385만 원의 추가 비용이 드는 만큼 저소득층에게는 먼 나라 얘기인 셈이다.

    저소득층 “초이노믹스 실감 안 나”
    금리 인하는 전·월세 대란과 맞닿아 있다. 초이노믹스에 부응해 8월 14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p 인하하면서 은행들이 일제히 예·적금 금리를 내리고 우대금리나 수수료 면제 혜택을 축소했지만, 마땅한 투자처를 잃은 집주인들이 월세를 선호하면서 전세로 내놨던 집도 월세로 전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래서 경제 활성화 정책이 서민의 전·월세 대란만 가중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부동산 경기 부양과 함께 초이노믹스의 또 다른 축인 가계소득 증대 방안에 대해서도 반응은 마찬가지. 정부는 근로자 임금이 증가한 기업에 대해 증가분의 10%(대기업은 5%)를 세액공제해주고, 고배당 주식의 배당소득 원천징수세율을 인하(14→9%)하며, 기업 내 유보금 과세(일정 기간 내 투자하지 않을 경우 일정 부분을 투자, 임금 증가, 배당에 활용하도록 유도하는 기업소득환류세제)도 도입하기로 했다. 소득 증가→소비 촉진→경기 활성화의 선순환을 기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가계소득 증가 대책에 대해서도 저소득층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기업유보금 등 세제 정책에 대해 월평균 소득 △200만 원 미만 소득층은 5.82점 △200만~500만 원 미만은 6.41점 △500만~700만 원 미만은 6.18점 △700만 원 이상은 6.49점을 줬다. 평균 6.29점이었다.

    이동열 리서치앤리서치 팀장은 “경기부양책은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중산층 이상에게, 세제 정책은 세금을 내는 소득자에게 혜택이 주어지는 만큼 저소득층에게는 기대감을 심어주지 못했다”면서 “가계소득 증가와 부(富)의 낙수효과를 위해 저소득층에 대한 세심한 정책 개발과 배려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양극화 해소를 위해 경제민주화와 복지 등을 앞세운 ‘근혜노믹스’(박근혜 대통령의 경제 정책)와 달리 초이노믹스는 부동산 경기 부양과 함께 대기업이 쌓아둔 현금을 배당, 임금으로 풀게 해 내수경기를 살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따라서 초이노믹스가 효과를 보려면 대기업이 쌓아둔 현금이 하청업체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로 흘러가도록 실질적인 서민 정책, 양극화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만형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의 설명이다.

    “경기 부양 정책은 특정 영역(부동산 건설경기)의 경제를 살리는 전통적 방식과 서민의 구매력을 높이는 방식이 있다. 현 정부가 경기 침체 원인을 내수 부진으로 봤다면, 복지정책과 함께 서민의 실질적인 구매력을 높일 수 있는 정책을 써야 한다. 예컨대 2009년 1월 출범한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캐시 포 클렁커스(cash for clunkers) 프로그램’(연비가 뛰어난 새 자동차를 구매할 경우 최고 4500달러의 연방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을 도입해 서민의 구매력을 높여 돈이 기업으로 들어가게 했다. 돈이 기업으로 들어가 기업 투자가 활성화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그런 방식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저소득층과 양극화 해결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세심한 정책 개발이 필요하다.”

    국회에 묶여 있는 국민생활보장법

    허 교수의 지적처럼 이번 주간동아와 리서치앤리서치 조사에서도 국민은 한국 사회의 갈등 유형 중 ‘빈부갈등’(8.18점)을 가장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극복하기 힘든 갈등 유형’을 묻는 질문에도 ‘빈부갈등’(46.7%)이 가장 높았고 ‘이념갈등’(24.0%), ‘지역갈등’(22.1%), ‘세대갈등’(7.2%)은 그다음이었다. 특히 월평균 소득 200만 원 미만 저소득층의 ‘빈부갈등’ 응답(53.0%)이 가장 높았다(200만~500만 원 미만 46.9%, 500만~700만 원 미만 46.6%, 700만 원 이상 39.2%)(그래프2 참조).

    한편 정부는 10월부터 주택급여제도(저소득층 임대료가 소득의 일정 수준을 넘을 경우 임대료 일부를 정부가 쿠폰 형태의 교환권으로 지원해주는 제도)를 시행할 계획이지만, 이번에는 국회가 발목을 잡았다. 근거법인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이 국회에 묶여 있기 때문. 주택급여법이 시행되면 가구별 월평균 지급액은 8만 원에서 11만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국토교통부는 내다보고 있다.

    TIP! 초이노믹스(Choinomics)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경제 정책. 최 부총리의 성 ‘Choi’와 경제를 뜻하는 Economics의 ‘nomics’를 결합한 합성어로, 박근혜 정부 2기 경제팀이 최경환을 중심으로 꾸려지면서 등장한 단어다. 초이노믹스는 정부의 재정 투입과 기업 지출 자극을 통한 가계소득 부양, 그리고 내수경기 활성화, 경제 혁신으로 요약된다. 정부는 7월 24일 경기 부양을 위해 내년까지 총 40조7000억 원의 재정, 금융, 외환 자금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또 기업 이익의 가계 유입을 유도하는 가계소득 증대 세제 3대 패키지를 신설하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8월 1일부터 각각 70%와 60%로 단일화하면서 DTI의 소득 인정 범위를 추가 확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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