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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2인자 생존법 04

‘또라이’ 아닌 ‘젖은 낙엽’ 조직 성취와 살길 찾는 者

2인자는 조직에서 자기 입지 확고히 구축…유연하고 수평적 태도도 지녀

‘또라이’ 아닌 ‘젖은 낙엽’ 조직 성취와 살길 찾는 者

2인자는 ‘루저(loser)’와 다르며, 2등을 뜻하지도 않는다. 2인자는 승패나 등수와 관계없는 개념이다. 2인자는 1인자와 단지 하는 일이 다를 뿐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2인자의 상징은 승리를 뜻하는 브이(V)다. 브이를 만들려면 손가락 2개가 필요하다. 이것이 엄지만 사용하는 1인자, 즉 넘버원과 다른 점이다.

1인자가 되려는 이는 다른 모든 사람을 경쟁자로 여긴다. 또 성과를 강조한다. 문제는 성과를 앞세우고 1인자를 우선시하는 조직에서는 이른바 ‘또라이’가 리더로 활개 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성과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이러한 리더는 장기적으로 조직원 개개인을 괴롭게 할 뿐 아니라 조직을 망친다. 이러한 조직에서는 소수만 뛰어난 사람으로 규정되고, 나머지 사람은 열패감에 빠진다.

1인자가 되려는 사람도 항상 불안과 고독, 그리고 강박적 완벽주의에 시달릴 수 있다. 비교우위에 서야 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이다. 1등에 오른다 해도 그 자리를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곧 밀려날 자리를 지키려고 비이성적, 비합리적 수단을 선택하거나 정상적인 인간의 행태에서 벗어나게 된다. 이것이 바로 ‘또라이’다.

지위 중심 아닌 내 일 중심 사고

2인자는 이러한 1인자의 단점을 극복하면서 자기 입지를 확고히 구축하는 사람이다. 그들은 항상 유연하고 덜 강박적이며 수평적 태도를 유지한다.



유능한 2인자는 또 화려하게 나풀거리다 이리저리 휩쓸리는 낙엽보다 젖은 낙엽의 자세를 유지하는 사람이다. 젖은 낙엽은 빗자루로 쓸려 해도 쓸리지 않는다. 이는 외적 조건에 흔들리지 않는 특징을 뜻한다. 유능한 2인자는 자신만의 가치관과 지향점을 갖고 있다. 위치적으로 바닥에 있어 남들 눈에 잘 보이지 않을지라도 흔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보통 1인자는 화려하게 여기저기 나서다 결국 쉽게 쓸려나간다.

지위에 대한 태도에서도 2인자는 다르다. 1인자는 지위 중심이다. 어떤 일을 할 때 그 일에서 만족을 얻기보다 자신이 어떤 자리에 올라가는지에 더 큰 관심을 둔다. 그러나 2인자는 자신이 하는 일에 더 관심을 두기에 당장의 지위나 명예에 연연하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공자의 말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매진해 무적이 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일본 쇼후 공업의 말단사원이던 이나모리 가즈오는 남들이 다 버리고 떠난 회사에 남아 홀로 연구에 몰두한 결과, 파인 세라믹 재료인 포스테라이트를 개발하고 ‘교토 세라믹’을 창업해 일본 3대 기업가가 됐다.

이처럼 2인자가 성공하는 또 다른 이유는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1인자는 항상 화려하게 조명받고 ‘대박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기에 다양한 시도나 혁신적인 행위를 하기 어렵다. 스스로 이를 제한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2인자는 실패에 대한 위험을 어느 정도 감수하며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다양하게 실험하곤 한다.

1인자는 앞만 보고 달리므로 주위를 분간하기도 쉽지 않다. 이른바 터널 시야(tunnel vision) 현상에 빠지는 것이다. 반면 2인자는 상황을 전체적으로 조망하고 판단할 수 있다. 한발 물러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초연한 관심’(Detached Concern)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상생과 협조로 집단 성취 추구

이러한 2인자가 되려면 페이스 안배를 잘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이는 래프팅 타기와 통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아메리칸 강에는 ‘악마의 웅덩이’가 있는데 이곳 래프팅 가이드는 만약 보트에서 떨어져 급류에 휘말리면 절대 급류와 싸우지 말고 그냥 발을 뻗은 채 떠내려가라고 조언한다. 2인자가 겪게 되는 상황은 이런 급류와 같다. 수많은 이가 1인자가 되려고 경쟁하는 격한 압박 속에서 맞서 싸우면 오히려 위험하다. 그러나 구명조끼에 몸을 맡기고 발을 밀어내면서 머리를 보호하면 유유히 빠져나갈 수 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1인자가 되려는 레이스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1인자형 리더십을 추구하는 사람과 거리를 둬야 한다. 아랍 속담에 ‘현명한 사람도 사악한 사람과 어울리면 바보가 된다’는 말이 있다. 조직 내에서 그런 문화와 거리를 두기가 어려울 경우 아예 다른 조직을 찾아보는 것도 좋다.

유능한 2인자는 혼자 승리하려 하지 않고 상생과 협조의 틀을 만들어낸다. 예컨대 신 앞에 우월한 사람은 없으며 인간은 모두 불완전하다는 생각으로, 경쟁과 승리보다 협업과 보완을 통한 집단의 성취를 우선시한다. 이 과정에서 스스로도 완벽주의에서 자유로워진다.

1인자는 큰 성과를 내려 하기에 아예 성취를 못 하기도 한다. 그러나 2인자는 큰 성취보다 작은 성취를 중요하게 생각해 차근차근 이뤄나간다. 그것이 하나씩 쌓여 실력이나 전문 능력으로 나타난다. 성취했을 때 그 결과에 자만하지 않고, 다시 위기가 올 수 있음을 인식하는 것도 2인자의 특징이다.

무엇보다 2인자는 시간 흐름에 자신을 띄울 줄 안다. 1만 시간의 법칙처럼, 원하는 결과가 나오려면 절대시간이 필요함을 알고 적당한 타이밍이 오기까지 ‘전략적 인내’를 잘 구사한다. 말하자면 둔감력(鈍感力)이라 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이 어떤 비난을 가해도 자신의 호흡과 로드맵에 따라 움직여 나가는 것이다. 그것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며 초연한 자세로 오류와 실패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평적 자세로 나 자신을 넘어 우리의 살길을 모색하는 자세를 견지하는 것이다.



주간동아 2014.06.02 940호 (p22~23)

  • 김헌식 미래문화전략연구소 연구위원·문화평론가 codes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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