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31

2014.03.31

“너도 고양이카페 가봤니?”

서울 명동 등 전국 60~70곳 성업…출입 조건 까다로워도 인기

  • 박은경 객원기자 siren52@hanmail.net

    입력2014-03-31 11: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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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도 고양이카페 가봤니?”

    고양이 70여 마리가 사는 고양이카페 ‘커피 파는 고양이’ 실내.

    결혼 후 남편과 함께 고양이를 기르던 김지연(39) 씨는 6년 전 첫딸이 태어나면서 어쩔 수 없이 고양이를 다른 곳으로 입양 보냈다. 시부모와 친정부모 모두 “아기 있는 집에서 동물을 키우면 좋지 않다”며 종용했기 때문이다. 딸이 좀 더 크면 다시 집 안에서 고양이를 기를 생각인 김씨는 아쉬움을 달래려고 틈날 때마다 혼자 또는 딸을 데리고 집 근처 고양이카페를 찾는다. 그는 “카페 고양이 가운데 러시안블루종인 ‘단비’가 있는데 우리 딸과 이름이 같다”며 신기해했다.

    김씨 모녀를 만난 곳은 서울 강서구 목동에 있는 카페 ‘커피 파는 고양이’다. 2011년 9월 문을 연 이곳에는 고양이 70여 마리가 산다. 웹디자이너와 웹마스터로 일하다 그만두고 이 카페를 연 곽현주(39) 사장은 “혼자 살면서 위안 삼아 고양이를 기르기 시작했는데 차츰 수가 늘어 30마리가 됐다. 주변 사람들이 ‘차라리 고양이카페를 하라’고 하고, 나도 고양이들에게 좀 더 넓고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어 직장을 그만둔 뒤 카페를 열었다”고 말했다. 이후 지인들이 유기된 고양이를 구조해 데려오거나, 사정상 집에서 키우지 못한다며 맡겨오는 등 갖가지 사연으로 고양이 수가 점점 늘어났다.

    고양이에 빠진 20, 30대 여성

    “너도 고양이카페 가봤니?”
    고양이 매력에 빠진 사람은 이들만이 아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 카페 ‘고양이라서 다행이야’는 회원 수가 35만9000여 명에 이른다. 이들은 고양이가 깔끔하고 독립심이 강하며 ‘시크(chic)’하다고 말한다. 박시후, 아이비, 유진 등 연예인이 트위터에 자신이 기르는 고양이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뮤직비디오에 함께 출연하면서 고양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한국사회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가정에서 기르는 고양이 수는 약 116만 마리였다. 전년도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이런 흐름을 주도하는 층은 20, 30대 여성이다. 지난해 한국리서치가 반려동물을 키우는 1489명을 조사한 결과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 가운데 20, 30대가 42%를 차지했고 그중 62%가 여성이었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하나둘 생기기 시작한 고양이카페는 현재 전국적으로 60~70곳에 이른다. 그 가운데 절반 정도가 서울 명동, 홍대, 신촌, 강남에 몰려 있다.

    고양이를 좋아하지만 한 번도 집에서 동물을 길러본 적 없어 직접 기를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박혜진(29) 씨는 시간이 날 때마다 고양이카페를 찾는다. 박씨는 “카페에 갈 때마다 책을 들고 가는데, 가만히 읽고 있으면 어느새 고양이가 탁자 위에 올라와 나를 빤히 쳐다본다. 좀 익숙해지면 슬쩍 다가와 앞발로 팔을 톡톡 건드리기도 한다. 그런 모습이 무척 귀엽고 앙증맞다. 보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했다.

    박씨처럼 고양이카페를 찾는 사람이 많지만 초행자에게 고양이카페는 다소 까다롭다. 애견카페와 달리 입장이 번거로울 뿐 아니라 지켜야 할 규칙과 출입제한 조건 등도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먼저 슬리퍼로 갈아 신고 세정제로 손을 씻어야 한다. 테이블에 앉을 때는 옷이나 가방 등을 가게에서 준비해놓은 비닐팩이나 서랍장에 넣어야 한다. 고양이가 오줌을 쌀 수 있기 때문이다.

    고양이카페 테이블에는 ‘주의사항’도 붙어 있다. △고양이가 음료를 엎지르거나 고양이털이 들어갈 수 있으니 반드시 음료 뚜껑을 닫아라 △고양이는 만지는 걸 싫어하니 함부로 안거나 꼬리를 잡지 말라 △고양이가 잠잘 때 깨우지 말라 △사진을 찍을 때는 플래시를 사용하지 말라 △사람이 먹는 음식을 주지 말라 △ 큰 소리로 떠들거나 뛰지 말라 등이다.

    고양이카페마다 유사한 주의사항을 손님 눈에 잘 띄도록 곳곳에 붙여놓은 이유는 고양이의 예민한 성격 때문이다. 고양이는 스트레스를 잘 받는다. 질병 종류도 개보다 많아 주의해야 한다.

    고양이카페 중에는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를 데려오지 못하도록 한 곳이 많다. 영역 구분이 확실한 고양이 특성상 낯선 고양이가 들어오면 카페 주인으로 군림하는 고양이와 갈등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기르는 고양이를 데려올 수 있게 한 카페도 보통 ‘중성화수술과 예방접종을 마친 고양이’라는 조건이 달렸다.

    “너도 고양이카페 가봤니?”

    고양이카페 ‘커피 파는 고양이’ 벽에 붙어 있는 고양이 설명서(위)와 애묘를 안고 있는 곽현주 사장.

    고양이에 의한 고양이의 놀이터

    사람들이 순전히 ‘고양이에 의한, 고양이를 위한, 고양이의 집이자 놀이터’인 공간에 기꺼이 불편을 감수하고 들어가는 이유는 뭘까. 명동에서 5년째 고양이카페를 운영하는 ‘고양이 다락방’ 김동성(36) 대표는 “요즘 애니멀 세러피가 유행이다. 동물이 외로움이나 우울증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혼자 찾는 이도 종종 있다”고 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고양이 다락방’의 방문자 수는 주말 평균 150~200명 선. 많을 때는 300명도 넘는다.

    고양이카페를 찾는 손님은 20, 30대 젊은 층이 많다. 하지만 한 50대 남성은 “2~3주에 한 번씩 ‘커피 파는 고양이’를 찾는다”며 “고양이들을 보고 있으면 하룻동안 회사에서 쌓인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했다. 주부 가운데 쇼핑이나 볼일을 보러가면서 자녀를 고양이카페에 몇 시간씩 맡겨두는 이도 있다. 저녁시간이나 주말에 가족 단위로 고양이카페를 찾는 이도 최근 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이 집에서 고양이를 기르지 않고 카페를 찾는 이유는 다양하다. “털이 너무 많이 날려서” “고양이를 싫어하는 가족이 있어서” “사료 값과 병원비 등 경제적 부담 때문에” 등이다. 때로는 “집에서 고양이를 기르지만 다른 종은 어떤지 궁금해서” “고양이를 길러볼까 하고 탐색 차원에서” 고양이 카페를 찾는 이도 있다.

    김동성 대표는 “최근 고양이카페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아져 명동 본점 외에 체인점을 8곳 두고 있다. 부산과 인천에도 카페가 있다”며 “최근 고양이카페를 하고 싶다며 문의전화를 걸어오거나 직접 상담하러 찾아오는 사람도 많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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