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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석의 비경 트레킹 | 단양 구봉팔문

연화지 명당 ‘구인사’의 겨울바람 소리

노적가리처럼 솟은 아홉 봉우리 장관… 온달산성 남문은 전체 조망 최고 전망대

연화지 명당 ‘구인사’의 겨울바람 소리

연화지 명당 ‘구인사’의 겨울바람 소리

온달산성 남문에서 바라본 소백산 구봉팔문. 국망봉에서 내려온 산줄기가 부챗살처럼 구봉팔문을 펼쳐놓는다.

소백산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부드러운 산등성이를 품은 산이다. 이름에 소(小) 자가 들어가 작고 만만한 산으로 느끼지만, 소백산은 크고 높은 산이다. 소백산을 제대로 알려면 이름에서 느끼는 편견을 깨야 한다. 소백산의 키워드는 소(小)가 아니라 백(白)이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밝음(白)’을 숭상했기에 신령스러운 산에 백(白) 자를 넣었다. 백두대간의 시원 백두산을 비롯해 함백산, 태백산, 소백산이 그러하다. 여기서 백은 밝음의 뜻만이 아니라 ‘높음’ ‘거룩함’의 의미도 내포한다.

조선시대 도인이자 천문교수였던 남사고는 “사람을 살리는 산”이라며 넙죽 절을 했고, ‘택리지’의 저자 이중환은 “물이 흐르듯, 구름이 가듯 살기가 없다”고 기록했다. 하지만 소백산에도 험준한 곳이 있다. 구인사를 품은 구봉팔문(九峰八門)이 바로 그곳.

덕평문봉 중심으로 八字 모형

구봉팔문은 봉우리 9개와 그 사이에 형성된 골짜기 8개를 법문에 비유해 부르는 이름이다. 소백산 국망봉이 북서쪽으로 뻗어내려 남한강을 만나기 직전, 충북 단양군 영춘면과 가곡면 일대에 봉우리 9개를 부챗살처럼 펼쳐놓는다. 신기한 것은 노적가리처럼 솟은 아홉 봉우리가 모두 비슷하게 생겼고, 5봉인 덕평문봉을 중심으로 정확하게 한자의 팔(八) 자 모형을 이룬다.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불교에 입문한 한 불제자가 이곳을 법문(法門)으로 오인해 오르려고 애를 쓴 곳이라 한다. 여기서 유래해 법월팔문(法月八門)으로도 부른다. 후세에 이 법문을 넘은 사람이 나타났는데, 그가 구인사를 세운 상월원각 스님이다.



구인사는 4봉 뒤시랭이문봉과 5봉 덕평문봉 사이 연화지(蓮華地)에 자리 잡고 있다. 정확하게는 뒤시랭이문봉 앞의 영주봉(수리봉)이 두 팔 벌려 구인사가 선 협곡을 감싸 안은 형국이다. 이곳 지형이 워낙 복잡해 GPS(위성항법장치)로 확인해본 결과, 소백산 신선봉이 민봉을 거쳐 아홉 봉우리로 갈라지지만, 그 중심은 뒤시랭이문봉을 거쳐 영주봉으로 이어진다. 특히 영주봉은 구인사의 모산으로, 아홉 봉우리의 기운을 이어받으면서도 강한 바람은 적절히 막아주는 수호신 구실을 한다.

구봉팔문 감상은 구인사 구경과 겹치고, 구인사는 구봉팔문을 빼놓으면 알맹이가 빠진 것과 같다. 구인사에서는 상월원각 스님 무덤이 있는 적멸궁까지 오르는 것이 좋다. 적멸궁 바로 위 영주봉 정상에 구봉팔문 전망대가 있다. 구인사 입구에서 적멸궁까지는 약 2km로 1시간쯤 걸린다.

구인사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일주문을 지나면 곧 천왕문에 닿는다. 구인사는 여러모로 파격이 많다. 먼저 일반적으로 너른 터에 자리 잡은 다른 사찰과 달리 구인사에는 평평한 곳이 없다. 마치 성 정문처럼 우뚝한 천왕문은 구인사 입구 가장 협소한 곳에 버티고 있다. 워낙 중요한 자리라 그런지 사천왕 얼굴이 근엄하면서도 험악하다.

천왕문을 지나면 오른쪽으로 육중한 5층 건물인 인광당이 버티고 섰다. 사람들이 구인사에서 가장 놀라는 것이 건물이다. 거대한 콘크리트 건물 50여 채가 협곡을 가득 메운다. 인광당은 승려와 신도 교육을 위한 시설이 모인 건물이다. 이어 종무소와 우체국 등이 자리한 장문당실을 지나면 5층 건물인 대법당에 이른다.

적멸궁 가는 지그재그 길

연화지 명당 ‘구인사’의 겨울바람 소리

온달산성에 오르면 유장한 남한강과 태화산을 비롯한 산줄기가 첩첩 펼쳐진다.

대법당은 국내 최대 규모 법당이다. 티베트, 중국 등에서 성지 순례를 마치고 돌아온 상월원각 스님이 1946년 구봉팔문 연화지에 세운 삼간초암 자리다. 그는 여기에 억조창생 구제중생 구인사(億兆蒼生 救濟衆生 救仁寺)라 이름 붙였다. 초가가 이런 대가람으로, 변모했으니, 이곳이 명당임은 틀림없다.

대법당을 지나면 장독이 늘어선 관음전을 지나 향적당에 닿는다. 여러 좋은 향기가 모였다는 뜻의 향적당은 사찰 부엌이다. 구인사의 김장 모습은 장관으로 유명하다. 승려들이 직접 재배한 배추 2만여 포기로 300여 명이 4박 5일에 걸쳐 김치를 담근다.

향적당부터 시작한 긴 계단길이 끝나는 지점에 6층 규모 광명전이 버티고 있다. 이 건물을 오른쪽으로 우회해 오르면 상월원각 스님을 모신 대조사전이 황금빛으로 번쩍인다. 27m 높이에 3층 구조의 목조 건물인 대조사전은 구인사에서 가장 좋은 터에 자리 잡았다.

대조사전 오른쪽 솔숲으로 이어진 오솔길이 적멸궁 가는 길이다. 길은 시멘트 포장을 했지만, 호젓한 옛길이 군데군데 이어져 걷는 맛이 그런대로 괜찮다. 지그재그 길을 20분쯤 오르면 적멸궁에 닿는다. 상월원각 스님의 묘소인 적멸궁은 영주봉 바로 아래에 있다. 적멸궁에서 100m쯤 울창한 소나무숲 사이를 따르면 시야가 갑자기 열리면서 매서운 바람이 몰아친다. 이곳이 구봉팔문 전망대다.

소백산의 웅장한 품속에 솟구친 아홉 봉우리 중 1봉 아곡문봉, 2봉 밤실문봉, 3봉 여의생문봉, 4봉 뒤시랭이문봉, 5봉 덕평문봉, 6봉 곰절문봉이 펼쳐진다. 그중 가까이 보이는 4봉과 5봉은 험준하기 그지없다. 구인사 초장에 저 봉우리들을 바라보면서 정진했을 승려들을 떠올려본다. 소백산 칼바람을 온몸으로 두들겨 맞으며 구봉팔문을 하염없이 바라봤을 승려들. 그들이 도달하고자 했던 법문은 무엇이었을까.

구봉팔문이 좀 더 넓게 잘 보이는 곳은 영춘면의 온달산성이다. 이곳은 1400여 년 전 고구려군과 신라군이 치열한 전투를 벌인 현장이다. 산성에는 ‘바보 온달’로 알려진 온달 장군과 평강 공주의 슬픈 사랑 이야기가 전해온다. 산성 입구에서 20분쯤 가파른 길을 오르면 작은 돌을 촘촘히 쌓아 만든 석성이 보인다. 산성 길이는 불과 683m. 20분이면 한 바퀴 돌 수 있는 작은 규모지만, 삼국시대 산성 중 보존 상태가 가장 좋다.

연화지 명당 ‘구인사’의 겨울바람 소리

구봉팔문 연화지 협곡에 웅장한 건물들이 들어찬 구인사. 우리나라 천태종의 총본산이다.

자연과 법문이 어우러진 풍경

남문에 오르자 통쾌한 조망이 펼쳐진다. 유장한 남한강이 굽이굽이 흐르고, 그 너머 영월 태화산이 우뚝하다. 그 풍경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니, 저절로 주먹에 힘이 들어가면서 “어딜 넘보느냐, 올 테면 와봐라!” 쩌렁쩌렁 울리는 온달 장군의 기개 넘치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대부분 남한강 조망에 만족하고 발길을 돌리지만, 온달산성의 진가는 구봉팔문 조망에 있다. 산성에서 가장 높은 남문 뒤쪽으로 산줄기가 첩첩 펼쳐진다. 백두대간 소백산 구간이 하늘에 마루 금을 그리고, 국망봉에 내려온 산줄기는 부챗살을 펼치듯 구봉팔문을 빚어놓는다. 특히 겨울에 눈이 쌓이면 산과 골이 더욱 뚜렷하게 보인다. 아홉 봉우리는 마치 소백산 늑골처럼 보이고, 자세히 보면 4봉 뒤시랭이문봉 아래 숨은 구인사를 확인할 수 있다. 온달산성에서 바라보는 소백산 구봉팔문 모습은 자연과 법문이 어우러진 우리 산악의 명풍경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행정보

연화지 명당 ‘구인사’의 겨울바람 소리

장다리식당의 푸짐한 평강 마늘정식.

● 교통

자가용은 중앙고속도로 북단양IC로 나와 단양읍, 가곡면을 거쳐 구인사에 이른다. 버스는 청량리→단양은 06:40~21:13, 1일 7회 다니며 2시간쯤 걸린다. 동서울터미널→단양은 06:59~18:00, 약 1시간 간격으로 2시간 30분 걸린다. 단양→구인사는 09:20~20:50, 약 1시간 간격으로 오간다.

● 맛집

구인사 향적당의 점심공양 시간은 11:30~ 13:30이다. 음식은 단출하지만, 승려들이 직접 농사를 지어 마련한 고마운 밥상이다. 구인사 앞 식당가에서는 금강식당(043-423-2594)의 산채도토리쟁반국수가 유명하다. 마늘돌솥밥은 단양의 대표 별미 중 하나로 돌솥에 마늘을 비롯해 흑미, 기장, 찹쌀, 백미, 밤, 대추, 은행, 콩 등을 함께 넣고 짓는다. 장다리식당(043-423-3960)의 평강 마늘정식(1인분)은 1만2000원.



주간동아 2013.12.30 919호 (p66~68)

  • 진우석 여행작가 mtswam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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