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02

2013.08.26

협력사와 상생경영 ‘레인보 약속’

현대모비스, 협력업체 밀어주고 끌어주고 ‘아름다운 동행’

  • 김지은 객원기자 likepoolggot@nate.net

    입력2013-08-23 17: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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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력사와 상생경영 ‘레인보 약속’

    현대모비스가 국내외 주요 공장을 협력사에 전격 공개해 협력사 관계자들이 관련 부분의 시스템을 벤치마킹할 수 있게 됐다.

    “협력업체에 안방을 다 보여줘라.”

    자동차 산업은 보안에 극도로 민감하다. 기술과 영업비밀 유출은 곧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동차 회사는 협력업체에게도 안방이나 다름없는 공장 내부를 잘 보여주지 않는다.

    현대모비스는 협력업체의 경영환경 개선과 품질 향상을 돕는 상생경영의 일환으로 공장 설명회를 가졌다. 지난해 10월엔 146개에 이르는 1·2차 우수 협력업체를 선정해 국내 아산공장(모듈)과 진천공장(전장품), 포승공장(핵심 부품), 중국 베이징공장(모듈)을 개방했다. 각 협력업체의 생산 제품과 연관된 국내외 주요 공장에 협력사 직원들을 초청해 공장 관리-공정 개선-품질 보증 시스템에 이르는 전 과정을 공개하고, 우수 개선 사례를 공유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품질 노하우 등 아끼지 않는 지원

    현대모비스 구매본부장인 현형주 전무는 “그동안 축적해온 생산 관련 선진 노하우를 해당 협력사와 공유함으로써 협력사의 생산관리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려는 행사였다”면서 “협력사는 외부인이 아닌 한 가족이라는 상생정신에 따라 이런 행사를 갖게 됐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현대모비스는 부품협력업체들의 생산과 품질 노하우 전수, 수출·자금·정보·문화교류 지원 등을 아끼지 않는다. 2012년 2월 북미 완성차 회사 빅3 가운데 한 곳인 크라이슬러 본사 건물(미시간 주 디트로이트 소재) 테크센터에서 자사와 협력사의 전장·핵심 부품 총 195개를 전시하고 기술을 소개하는 기술전시회를 개최했을 때 일이다. 당시 현대모비스는 자사 전시관 바로 옆에 동일한 규모의 전시관을 마련, 15곳에 이르는 국내 부품협력사가 우수 제품을 전시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이를 계기로 국내 협력사들은 크라이슬러 같은 해외 자동차 업체를 대상으로 한국산 자동차 부품의 우수성과 기술력을 직접 설명할 수 있었다.

    현대모비스와 함께 전시회에 참가한 협력사 ‘명화공업’의 유영석 상무는 “제품 경쟁력에는 자신 있어도 독자적으로 해외 완성차 회사들을 대상으로 수주상담을 진행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모비스가 구축한 브랜드 이미지와 신뢰도를 바탕으로 이번 전시회에 참가하는 기회를 갖게 돼 해외 수출활로를 개척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감회를 밝혔다.

    현대모비스는 2002년부터 미국, 유럽, 일본 등 해외에서 개최하는 자사의 부품 수주상담회에 부품협력사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했으며, 이를 통해 부품협력사들이 올린 수출 성과는 8억 달러를 넘어선다.

    해외에 동반 진출한 협력업체들에 대한 지원도 적지 않다. 현대모비스는 특히 협력업체가 생산하는 부품의 품질 향상에 큰 도움을 준다. 최첨단장비를 갖춘 중국 현대모비스 기술시험센터에 대한 지원이 그 예다. 중국 내 생산물량의 품질시험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고 중국에 진출한 협력업체들에게 기술시험센터를 전격 개방한 것. 자체 시험장비를 갖추지 못한 중소 협력업체들이 전자시험실, 재료시험실, 측정실, 내구시험실, 성능시험실 등 각종 시험실과 140여 종에 이르는 최첨단 시험장비를 갖춘 기술시험센터에서 품질시험과 인증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실제로 중국 현대모비스 기술시험센터에서 진행된 연간 1만여 건의 시험 가운데 절반은 협력업체들이 한 것이었고, 결과적으로 협력업체들의 현지 생산부품 품질 경쟁력이 눈에 띄게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모비스의 협력업체 지원은 기술과 수출 지원 분야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현대모비스는 상대적으로 자금운영 능력이 떨어지는 협력업체들의 원활한 경영활동을 위해 글로벌 위기 상황에서도 1000여 개 중소 협력업체와의 거래대금을 전액 현금으로 지급하는 파격적인 정책을 도입했다. 이는 자동차 부품업계 최초로 실시하는 것으로, 현대모비스는 이 정책을 시행하면서 협력사들에게 2차 협력사에도 가급적 거래대금을 현금으로 지급할 것을 요청해 현금 지급 혜택이 2·3차 협력업체 수천여 곳으로까지 파급되고 있다.

    자생력 키워 윈윈 파트너십 구축

    협력사와 상생경영 ‘레인보 약속’

    중국 기술시험센터에서 전석모듈 부품을 테스트하는 모습.

    이에 대해 현형주 전무는 “거래대금 현금 지급 정책을 도입해 연간 2조4000억 원 규모의 거래대금을 현금으로 지급해야 하지만, 협력업체의 경영개선이 상생협력으로 이어져 서로의 경쟁력이 모두 높아지는 윈윈(win-win) 효과가 실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년 정기총회를 통해 회사의 사업계획과 정책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세미나를 열어 협력업체에 필요한 해외 선진업체 동향과 세계 부품시장 추이 같은 고급 정보를 정기적으로 제공하는 것도 상생경영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이렇듯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상생경영이 가능했던 이유는 2010년 마련한 상생협력 추진 계획 ‘일곱 가지 아름다운 약속’을 지키고 확대 실천하려는 현대모비스의 강한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현대모비스는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상생 활동을 위해 본부별로 운영하던 상생협력 프로그램을 통합, ‘일곱 가지 아름다운 약속’이라는 상생협력 추진 계획을 수립했다. 이를 통해 현대모비스는 협력사에 더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동시에 장기적인 안목으로 협력사가 자생력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하면서 윈윈 파트너십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

    현대모비스의 첫 번째 약속은 협력업체 지원자금 조성이다. 이를 위해 자금 약 565억 원을 상생펀드, 네트워크론 같은 명칭으로 협력사에 지원해줘 연구개발과 운영자금, 설비투자 등에 사용할 수 있게 했다. 또한 기존 금융권에서 대출이 어려웠던 영세업체도 현대모비스의 지급보증을 통해 대출이 가능해졌다.

    두 번째 약속은 중소 협력사의 기술력 제고를 위해 연구개발(R·D)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에 현대모비스는 R·D 자금 지원과 기술 이전, 시험장비 지원, 공동연구 강화 같은 활동을 펼친다. 이를 통해 협력업체의 상황에 실질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맞춤형 기술 이전’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세 번째는 2·3차 협력사에 대한 지원 확대다. 2·3차 협력사를 지원하는 1차 협력사를 포상하고 협력사 평가에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의 제도를 시행해온 현대모비스는 협력사의 품질 경쟁력 향상을 위해 ‘협력사 품질인증 시스템 MSQ(Mobis Supplier Quality)’ 제도를 시행하고 품질전문가 양성교육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그 외 협력사 대상 교육지원 프로그램 강화, 협력사와의 소통을 위한 세미나 개최 및 해외연수 프로그램 지원, ‘협력사 기술 사용료 심의제’, 1·2차 협력사 간 공정거래 자율 준수 프로그램(Compliance Program·CP) 도입을 통해 윤리경영과 협력사 간 공정거래 문화 정착은 물론, 성과 공유 및 협력지원 확대 등 다방면에서 상생협력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일곱 가지 약속을 이행하려고 구매본부장 산하에 ‘상생협력 프로그램 운영협의회’를 구성해 각 본부별로 프로그램 이행 상황을 수시로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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