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89

2013.05.27

인민무력부장엔 ‘군령권’ 없다

정규 무력 제외한 부서 지휘…南 국방부와 달라 인사 놓고 오해 불러

  •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연구위원 donavyk@hanmail.net

    입력2013-05-27 10: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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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군 수뇌부의 잦은 인사교체를 두고 쏟아져 나오는 기사는 주로 새로 등장한 인물의 면면에 관심을 쏟는다. 북한군을 ‘전투하는 군대’로 변화시키려고 야전 지휘관(1군단장) 출신인 장정남을 인민무력부장에 임명했고, 최근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감행한 이유도 개편된 인민무력부 지휘부 성격과 관련 깊다는 식이다. 그러나 이러한 분석에는 설득력이 없다. 인민무력부장에게는 실제로 군대를 움직이는 지휘권, 이른바 군령권이 없기 때문이다.

    전투근무지원 주축인 ‘후방사업’ 담당

    1969년 김일성은 인민무력부장의 전신인 민족보위상에 대해 “큰 부대를 움직이는 것 같은 군사행동에 대해서는 민족보위상이 명령할 수 없고 당중앙위원회 군사위원회나 최고사령관의 명령에 의해서만 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정규군에 대한 지휘권이 없는 인민무력부장 교체를 대남·대외 강경정책과 관련해 해석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셈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분석이 여전히 대세를 이루는 이유는 단 하나다. 북한군의 구조와 지휘체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1948년 북한 정권이 수립될 때 민족보위성으로 출범한 인민무력부는 72년 12월 사회주의헌법을 채택했을 당시 현재 명칭으로 바뀌었다(1998~2000년 인민무력성으로 부르기도 했다). 82년 4월에는 정무원 산하에서 중앙인민위원회 직속으로 소속이 바뀌었다가 90년 이후에는 국방위원회의 지도와 통제를 받고 있다. 여전히 군의 대외적인 대표 기능을 수행하지만 과거에 비해 위상과 기능이 많이 약화됐고, 특히 후방사업(전투근무지원)을 주로 담당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후방사업이란 군인들에게 식품, 의류, 유류, 의료 등을 공급하는 사업 전체를 가리키는 북한식 용어다. 인민무력부 산하 부서 가운데 핵심부서 역시 후방총국으로 보급품이나 군수물자의 지원, 전시 대비 비축물자 확보 및 조달업무를 담당한다. 후방총국 외에 인민무력부 산하 주요 부서로는 15국(기술총국), 검수국, 종합계획국, 대외사업국, 군사건설국, 군사검찰국, 군사재판국 등이 있다. 명칭만 봐도 알 수 있듯 이들은 주로 실제 전투지휘와 관련 없는 지원 분야로 한정됐다.



    인민무력부장엔 ‘군령권’ 없다
    우리식 체계에 꿰맞춘 해석

    인민무력부에 처음부터 정규 무력에 대한 지휘권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정확한 시점은 특정하기 어렵지만 통상 오진우 부장이 사망한 1995년 이후 총정치국과 총참모부를 통제하지 못해 지금 모습으로 바뀌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제로 최용건, 김광협, 김창봉, 최현, 오진우를 거쳐 97년 2월 사망한 최광에 이르기까지 역대 민족보위상·인민무력부장은 북한 군부 내 최선임자였다. 현재까지 민족보위상·인민무력부장 총 11명 가운데 6명이 총참모장을 거쳐 임명됐다. 그러나 이렇듯 책임자의 계급만으로 인민무력부와 총정치국, 총참모부 사이의 지휘체계를 유추하는 일은 더는 근거나 설득력을 갖기 어려워졌다.

    북한에서는 인민무력이라는 말을 ‘당과 혁명, 조국과 인민을 보위하며 혁명의 전취물을 원수로부터 수호하기 위해 노동자, 농민, 청년학생들을 비롯한 근로인민대중의 아들딸로 조직된 무장력’이라고 정의한다. ‘정규적인 무력에 상대해 이르는 말’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른다면 민족보위성과 달리 인민무력부는 정규 무력, 즉 실질적인 북한군을 제외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1972년 개칭 이전부터 이미 정규 무력에 대한 지휘권에서 배제됐다고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얼마 전 국내 언론에서는 국방부 장관 책상에 ‘라이벌’인 북한 인민무력부장 사진이, 합참의장 책상 위에는 북한군 총참모장 사진이 놓여 있다는 기사가 나온 바 있다. 이런 틀에서 보면 최근 김격식 인민무력부장의 총참모장 재임용은 국방부 장관이 다시 합참의장이 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남북국방장관회담을 할 때 인민무력부장이 국방부 장관의 카운터파트가 된다고 해서, 군정권과 군령권을 모두 가진 우리 국방부와 북한 인민무력부를 동일한 수준으로 볼 수는 없다. 조직 기능과 권한, 위상 면에서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북한 군사지휘체계에 대한 이러한 오류와 오해는 국방위원회, 인민무력부, 총참모부, 총정치국 등 군사기구의 기능과 위상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우리 지휘체계의 틀에 이들을 그대로 대입하려고만 하기 때문이다.

    국방위원회는 명목상 최고 국방지도기관이지만, 실제적으로 정책을 결정하는 기구는 아니다. 당중앙위원회와 당중앙군사위원회에서 결정한 정책과 방침을 집행하는 국가기구다. 따라서 국방위원회 산하 인민무력부는 총정치국, 총참모부와 외견상 수평관계를 유지하지만, 제한된 권한과 상대적으로 낮은 위상을 차지한다. 군내 정치사업과 군 간부들에 대한 인사권 등 주요 군정권은 사실상 총정치국이 행사하고, 총참모부는 정규 무력 전반을 지휘하는 군령권을 행사한다. 인민무력부는 군수, 재정 등 제한된 군정권만을 행사하면서 형식적으로 대외적인 대표성을 지닐 뿐이다. 이는 같은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 국방부가 동원이나 병역 등 군사력 건설에 관한 군정업무만 담당하는 국무원 직할기구로, 명목상 국방 대표기구에 불과하다는 점과도 유사하다.

    북한의 군사지휘체계는 최고지도자인 수령을 정점으로 당, 국가, 군이라는 3개 계선으로 나뉘어 작동한다. 당 총비서와 당 중앙군사위원장의 당적 통제, 최고사령관의 작전지휘 통제, 국방위원장의 군사행정 및 국방경제 통제가 그것이다. 김정은 역시 조선노동당 제1비서와 당중앙군사위원장 직함으로 주요 군사정책과 군 간부 인사를 결정하고, 군대의 최고직책인 최고사령관 직함으로 군대를 직접 지휘 혹은 지도하며,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직함으로 국가 군사기구인 인민무력부를 지도한다. 총정치국, 총참모부, 인민무력부의 특성과 관계를 명확히 이해할 때만이 최근 북한군 수뇌부의 연이은 교체에 담긴 속뜻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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