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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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지주 회장이 뭐기에

정관계 물밑서 치열한 자리싸움 선임 작업 길어져

  • 박신영 한국경제신문 금융부 기자 nyusos@hankyung.com

    입력2013-04-29 10: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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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금융지주는 우리금융지주와 달리 지배구조로 보면 민간 금융회사다. 국민연금이 전체 지분의 8.6%를 갖고 있긴 하지만 이를 견제할 만한 외국인 투자자와 국내 기관투자자의 층이 두텁다. 이 때문에 금융지주 회장을 선임할 때 관치 혹은 낙하산 인사에 대항할 수 있는 요건이 부족하지 않은 편이다.

    반면 우리금융지주는 정부 혹은 정권의 직할통치권에 들어가 있다. 정부 산하기관인 예금보험공사(예보)가 지분의 58%를 보유하기 때문이다. 1998년 외환위기 직후 예보가 공적자금 12조8000억 원을 우리금융지주에 쏟아부은 데 따른 것이다.

    KB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의 이 같은 차이는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우리금융은 정치화됐다. 관치가 없으면 정치가 되는 것이며, 정치가 없으면 호가호위하는 사람들의 내치가 되는 것”이라고 힐난한 데서 잘 드러난다. 우리금융지주를 바라보는 관(官)의 시각이 어떠한지를 직설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런 가운데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최근 사의를 표명했다. 후임 회장 선임이 목전에 다가온 상황에서 신 위원장, 나아가 박근혜 정부가 어떤 내용의 ‘관치’ 내지는 ‘정치적’ 인사를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관치 인사냐, 낙하산이냐

    벌써부터 청와대와 금융위원회가 우리금융지주 회장 인사를 챙기기 시작했다는 정황이 여러 곳에서 포착된다. 우리금융지주는 4월 23일 정기이사회에서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구성 방안을 의결할 예정이었지만, 이날 오후 갑자기 관련 안건을 제외해버렸다. 청와대와 금융위원회가 우리금융지주와 대주주인 예보 측에 회장후보 선임 작업을 서둘러 진행하지 말라는 뜻을 전달했기 때문이다. 그 대신 4월 26일 임시이사회를 통해 회추위 구성을 결의하기로 했다.



    회추위 구성이 지연된 배경을 둘러싸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먼저 우리금융지주 차기 회장후보에 대한 정부 내 의견 조율이 이뤄지지 않았을 개연성이 높다는 관측이 있다. 정권 창출에 기여한 권력 핵심이라면 누구나 눈독을 들일 만한 자리인 만큼 내부 경쟁이 치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정부 고위관계자는 “정치권 인사와 금융당국 출신 인사들이 복수로 거명되는 상황에서 이들의 물밑 신경전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양상”이라며 “그래도 회추위 구성 날짜가 결정된 건 어느 정도 후보군이 정리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 같은 경합 구도는 역대 최고경영자(CEO) 인맥 구성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동안 우리금융지주 회장직에는 금융당국과 정권 창출 공로자가 번갈아가며 앉았다. 2007년 3월부터 2008년 6월까지 사령탑을 맡았던 박병원 전국은행연합회장이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응모할 당시 금융권에서는 ‘이미 끝난 인사’라는 평이 나왔다. 모피아(기획재정부 출신이 산하기관을 장악하는 것을 마피아에 빗댄 표현) 출신으로 당국의 지지 세력을 등에 업은 만큼 회추위를 여나마나 결과는 빤하다는 것. 실제 결과도 그랬다.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뭐기에
    이후 취임한 이팔성 회장은 이명박 정권 창출에 관여한 인물이다. 강만수 전 산은지주회장,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함께 ‘4대 천왕’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였다.

    하지만 두 세력(?) 모두 금융권에서 반가운 존재는 아니다. 먼저 낙하산 인사가 야기하는 조직 불안정과 미래 불확실성을 들 수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사람이 바뀌는 일이 반복되면서 조직 내부에서 줄을 서거나 외압을 끌어들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전문성도 문제다. 그동안 외부 입김에 의해 금융지주 회장에 오른 이들은 그 나름대로 금융 관련 경력을 전문성으로 내세웠지만 이에 대한 금융권의 시선은 차갑기만 했다. 금융계 한 인사는 “그 사람이 낙하산인지 아닌지를 가늠하려면 ‘정권의 도움이 없었더라도 그 자리에 오를 수 있는 인물인가’라는 질문을 해보면 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출신이라고 전문성 문제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정책 전문가가 시장 내지는 경영 전문가라는 등식이 항상 성립한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금융지주 회장 후보 하마평에 오른 진동수 전 금융위원장, 임종룡 전 국무총리실장도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 요직을 거친 엘리트 관료이지만, 금융시장 전문가인지에 대해선 의구심을 제기하는 이들이 있다. 이번에 우리금융지주 회장직에 오르는 인물은 민영화라는 막중한 임무를 처리해야 하는데, 행정부에서 잔뼈가 굵은 이들이 이런 큰 비즈니스를 제대로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이다.

    그래서인지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 등 내부 출신 인사도 회장 후보로 자주 거론된다. 우리금융지주 차기 회장후보로 이덕훈 전 우리은행장, 이순우 현 행장, 이종휘 전 행장(신용회복위원회 위원장)으로 압축됐다는 소문이 나돌 정도다. 우리금융지주 민영화를 최대한 빨리 완료한다는 정책적 목표를 세워놓은 금융위원회가 껄끄러운 관료 출신을 배제하려고 우리금융지주 내부 출신을 선호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내부 출신에 대한 시선도 곱지 않아

    하지만 이들에게도 각각 약점이 있다. 이종휘 위원장의 경우 과거 황영기 우리금융지주 회장 시절 부채담보부증권(CDO)과 신용부도스와프(CDS) 등 파생상품 투자 손실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부담이 있다. 예보는 2009년 9월 임시위원회를 열어 우리은행 파생상품 금융 부실 책임을 물어 당시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에겐 직무정지 3개월 상당의 징계를, 이종휘 우리은행장에겐 경고조치를 각각 내렸다. 이 위원장은 2004~2007년 황 전 회장 재임 시절 우리은행 수석부행장으로서 리스크관리위원회 의장을 담당했다. 하지만 2006년 2분기에도 예보로부터 성과급 과다 지급과 관련해 경고를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낙하산’ ‘금융당국 출신’ ‘내부 인사’ 같은 경계선을 그어놓고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인선한다는 것 자체가 한국 금융의 후진성을 보여준다는 비판도 제기한다. 우리금융지주를 경쟁력 있는 금융회사로 만들 수 있는 인물이 누구인지를 가려야 하는데 출신만 따진다는 것.

    우리금융지주 회추위는 사외이사 3명, 대주주인 예보가 추천하는 1명, 외부 전문가 3명 등 7명으로 꾸려진다. 회장후보 선임 절차가 늦춰지면서 차기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윤곽도 5월 말에나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은행의 한 부행장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CEO 리스크로 조직이 흔들리니 경쟁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며 “금융당국, 정치권 등의 세력 다툼으로 회장 선임 작업이 길어질수록 결국 손해보는 이들은 우리금융지주 임직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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