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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시청자에 덤터기 씌우나

‘지상파 방송 재전송료’ 다시 갈등…지상파 31% 요구에 유료방송 사업자 난색

  • 권건호 전자신문 통신방송산업부 기자 wingh1@etnews.com

또 시청자에 덤터기 씌우나

또 시청자에 덤터기 씌우나

3월 20일 플랫폼사업자공동대책위원회 기자회견 모습.

지상파 방송 재전송료(CPS)를 놓고 방송계가 분쟁을 겪고 있다. 재전송료를 올리려는 지상파 방송사와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유료방송 사업자가 충돌하는 것. 수년째 평행선을 달리던 양측 다툼은 결국 법정으로 갔고, 최근 대법원은 지상파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지상파 방송사가 재전송료 인상을 요구하면서 다시 갈등이 불거졌다. 지상파 방송사는 프로그램 제작비가 상승해 재전송료를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유료방송 사업자는 1년 만에 30% 이상 높아진 재전송료를 수용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경쟁관계인 케이블TV와 IPTV, 위성방송 사업자가 이례적으로 공동 전선까지 구축했다.

수년간 방송계 시한폭탄

전문가들은 보편적 서비스인 지상파 방송사가 과도한 재전송료 인상을 요구하는 데는 문제가 있으며, 특히 재전송료 인상이 유료방송 요금 인상으로 이어져 국민 부담이 늘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나서서 합리적인 지상파 방송 재전송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재전송료 산정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수년간 이어온 지상파 방송 재전송 분쟁은 언제 다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존재다. 폭탄이 터질 때마다 피해는 시청자에게 돌아온다. 2011년 4월 MBC와 SBS가 KT스카이라이프에 수도권 지역 HD방송 송출을 중단했다. 반대로 그해 11월에는 케이블TV 사업자들이 디지털케이블 가입자에게 지상파 HD방송 송출을 중단한 바 있다. 또 지난해 1월에도 케이블TV 사업자들이 KBS2 TV 송출을 전면 중단했다.



이후 사업자 간 협상으로 재전송 계약을 속속 체결하면서 논란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하지만 최근 재송신 문제가 현안으로 급부상했다. 지상파 방송사가 유료방송 사업자에게 지난해보다 31% 인상된 재전송료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유료방송 사업자들은 지상파 방송사가 아무런 근거 없이 높은 인상액을 요구한다며 반발했다.

지상파 방송 3사는 지난해까지 가입자당 재전송료를 월 280원씩 받았다. 그러다 올해 재전송료 협상에서 방송 3사 모두 대폭 인상된 월 350원을 요구했다. 일부 유료방송 사업자에는 월 400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상파 방송사 요구대로 하면 유료방송 사업자는 지난해 월 840원을 내던 지상파 방송 재전송료를 올해부터는 월 최대 1100원까지 내야 한다. 케이블TV 가입자당 월매출액(ARPU)이 1만 원대임을 감안한다면 지상파 방송 재전송료 비중이 10%를 훌쩍 넘는다. 반면 미국은 지상파 방송 재전송료가 케이블TV ARPU에서 그 비중이 0.4~0.8%다.

결국 케이블TV, 위성방송, IPTV 사업자 등 유료방송 사업자는 지상파 방송 재송신 협상에 공동 대응하겠다고 나섰다. 3월 20일 케이블TV, 위성방송, IPTV 사업자 대표가 모여 ‘플랫폼사업자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를 발족했다. 공대위에는 티브로드, CJ헬로비전 같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협의회를 비롯해 스카이라이프, KT미디어허브,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전체 유료방송 사업자가 참여했다.

공대위는 앞으로 지상파 방송사와의 재전송 협상에 공동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또 CPS 방식을 철회하고, 의무재송신 범위를 확대해 KBS 2TV와 MBC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합리적인 재전송 대가 산정을 위한 정부 주도의 사회적 합의체 구성도 요구했다.

정호성 케이블TV방송협회 SO협의회장은 “공공재인 전파를 쓰는 지상파 방송사가 재전송 대가 기준으로 CPS 방식을 요구하는 것은 아무런 논리적 근거가 없다”면서 “지상파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유료방송 사업자를 압박해 계약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공동으로 재송신 대가 틀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시민단체도 지상파 방송사의 재전송료 인상 움직임을 비판했다. 학계와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케이블TV시청자협의회는 “국민으로부터 수신료를 받고 전파 사용료도 면제받는 공영방송은 케이블TV에 무료로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정부가 나서 조율해야

또 시청자에 덤터기 씌우나

2011년 11월 28일 오후 2시부터 케이블TV 종합유선방송 사업자들이 KBS2, MBC, SBS 3개 채널의 HD방송을 중단했다.

유료방송 사업자는 CPS 방식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임성원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정책팀장은 “CPS는 최신 영화나 성인채널 등 프리미엄 채널에 적용하는 것으로, 가입자의 채널 선택에 따른 대가 일부를 방송사에 주는 방식”이라면서 “보편적 서비스인 지상파 방송은 시청자 선택과 관계없이 모든 유료방송 상품에 포함되므로 CPS를 적용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단가 산정 기준이 없는 것도 문제다. 지상파 방송사는 지난해까지 받은 채널당 월 280원에 대한 산출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사업자 간 협상만으로는 양측 갈등을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지상파 방송사가 막강한 힘을 지녔기 때문이다. 정부가 나서서 문제가 되는 CPS 방식과 단가 산정, 의무재전송 범위 등에 대한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지상파 방송에 대한 보편적 접근을 위해서라도 정부가 나설 필요가 있다.

주정민 전남대 교수는 “공영방송의 모든 채널을 의무재전송에 포함해 재전송료를 받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담은 재송신법 전체를 손봐야 한다”면서 “재전송료 산정도 합리적 수준에서 다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 교수는 “지상파 재전송료를 사업자 간 협상을 통해 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양측이 실제로 얻는 이익을 중립적 기관에서 계산해 이를 토대로 재전송료를 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주 교수는 규제기관 산하에 중립적인 재전송료산정위원회 같은 정책결정기구를 구성해 재전송료를 산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종관 미디어미래연구소 박사는 “정부가 금액을 정하기는 어렵지만, 어떤 방식으로 대가 산정을 해야 한다는 지침만 주면 분쟁을 해결할 수 있다”면서 “유료방송 사업자가 지상파 방송 재전송을 하지 않을 때 지상파 방송사가 손해 보는 광고비용과 직접 수신을 높이려고 투자할 비용을 감안한 기회비용 방식, 지상파 방송사가 방송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드는 원가와 유료방송 사업자가 송출하는 데 쓰는 원가를 계산하는 원가 방식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880호 (p34~35)

권건호 전자신문 통신방송산업부 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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