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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곤의 ‘망달당달’(망가지느냐 달라지느냐, 당신에게 달려 있다)

달리기보다 걷기? 힘들어야 살 빠진다

  • 김원곤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 wongon@plaza.snu.ac.kr

달리기보다 걷기? 힘들어야 살 빠진다

달리기보다 걷기? 힘들어야 살 빠진다
몇 년 전 국내 일간지에 “걷기가 달리기보다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라는 내용의 기사가 실렸다. 해외 연구결과에 근거를 둔 이 기사는 걷기 같은 저강도 운동이 달리기 같은 고강도 운동에 비해 지방 연소율이 월등히 높기 때문에 살을 빼기 위한 목적의 유산소운동이라면 뛰기보다 걷기가 낫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꼭 이 기사 영향 때문만은 아니겠으나, 그즈음 주위에서 살을 빼려고 걷기를 실천하는 사람이 눈에 띄게 늘었다. 헬스클럽에서도 러닝머신 위에서 걷는 사람이 많아졌다. 그러다 보니 걷는 방법도 진화해 ‘파워워킹’ ‘양손에 아령 들고 걷기’ 같은 적극적인 방법이 속속 등장하면서 다양한 필요에 부응했다.

걷기가 훌륭한 운동이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무엇보다 부상 위험이 거의 없어 안전하다는 게 큰 장점이다. 아무리 좋은 운동이라도 운동 중에 부상을 당하면 그야말로 ‘혹 떼려다 혹 하나 더 붙이는 격’으로, 그것처럼 허망한 일도 없다. 그런 점에서 걷기는 남녀노소 누구나 안전하게 오래 지속할 수 있는 운동이다.

걷기는 상대적으로 힘이 덜 든다는 장점도 지닌다. 소기 성과를 달성할 수만 있다면 가급적 편하게, 가급적 힘들이지 않고 하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이 같은 장점이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오랫동안 걷기를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다. 걷기의 무시할 수 없는 또 다른 장점은 매우 경제적이라는 점이다. 내키면 아무 신발이나 신고 평상복 차림으로 집을 나서기만 하면 되니 말이다.

고강도 운동이 지방 연소도 높아



그러나 걷기의 이런 본질적 우수성에도 ‘걷기가 달리기보다 다이어트에 낫다’는 주장은 과학적 사실을 잘못 해석한 것으로 틀린 얘기다. 이 주장의 근거가 되는 이론은 비교적 간단하다. 우리 몸은 유산소운동을 할 때 탄수화물과 지방 두 에너지원을 연소해 사용한다. 다이어트를 위해서는 지방을 많이 연소하는 것이 중요한데, 바로 이 지방 연소 비율이 달리기 같은 고강도 운동에서보다 걷기 같은 저강도 운동에서 더 높다는 것이다.

먼저 ‘저강도 운동에서의 지방 연소율이 고강도 운동에서보다 상대적으로 높다’는 얘기가 과학적으로 틀린 것은 아니다.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우리 몸은 유산소운동을 할 경우, 최대 운동 능력의 약 60%까지는 에너지원으로 탄수화물과 지방 가운데 지방을 사용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이 때문에 일부 러닝머신에는 최대 운동 강도의 60% 전후(구체적인 범위는 제품마다 조금씩 다르다)에 해당하는 영역에 ‘지방 연소 영역(fat burning zone)’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런 사실이 ‘살을 빼기 위해서는 저강도 운동을 해야 한다’는 논리의 타당성과는 전혀 관계없다는 점이다. 여러 이론이 있지만, 살빼기를 계산방식으로 나타내면 아주 간단하다. 즉, 섭취 칼로리가 소비 칼로리보다 많으면 살이 찌고, 반대로 섭취 칼로리가 소비 칼로리보다 적으면 살이 빠진다.

다시 말해, 운동할 때 에너지원으로 지방을 더 많이 사용하느냐, 탄수화물을 더 많이 사용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많은 칼로리를 사용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따라서 고강도 운동이 더 많은 칼로리를 사용하는 만큼 체중 감량에도 더 효과적이다.

그럼에도 지방 연소율이 높으면 다이어트에 더 좋지 않겠느냐는 신념을 고집하는 사람에게 결정적 오류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쉬운 예를 하나 들어보자. 다이어트에 걷기가 최고라는 얘기를 들은 A씨가 1시간 동안 열심히 걷기를 해서 300kcal를 소비했다고 하자. 이 경우 전형적인 저강도 운동이니 지방 연소율이 70%로 매우 높아 운동으로 태운 지방량은 300×0.7=210kcal라는 계산이 나온다.

달리기 애호가인 B씨는 똑같이 1시간을 들여 열심히 뛰었다고 해보자. 그는 고강도 운동을 했으니 전체 소비 열량은 600kcal로 높지만, 지방 연소율은 40%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낮은 지방 연소율에도 실제 운동으로 태운 지방량은 600×0.4=240kcal로 A씨보다 많다. 다시 말해, B씨는 A씨와 같은 시간 동안 운동했지만, A씨보다 전체적으로 더 많은 칼로리를 소비했으며 지방 연소율이 낮음에도 순수 지방 연소량은 A씨보다 높았다.

이 같은 결과는 운동으로 소비하는 칼로리 총량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방금 살펴본 간단한 예야말로 저강도 운동으로 지방을 더 태울 수 있다는 그럴듯한 이론이 얼마나 잘못된 오해를 낳을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다시 말해, 지방을 연소하는 데도 운동으로 소비하는 총 칼로리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달리기보다 걷기? 힘들어야 살 빠진다
꾸준한 운동 실천이 가장 중요

고강도 운동의 장점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고강도 운동을 하면 운동이 끝난 후에도 일정 정도의 지방 연소가 추가로 일어나는 이른바 후연소(afterburn) 현상이 나타난다. 이를 전문용어로는 ‘운동 후 추가 산소 소비(EPOC·Excess Post-exercise Oxygen Consumption)’라고 하는데, 정확한 지방 연소량은 아직 과학적으로 규명되지 않았지만 그 현상의 존재는 입증됐다.

그 밖에도 현재 진행 중인 한두 가지 연구를 포함하면 살을 빼는 데는 고강도 운동이 저강도 운동보다 더 효과적이라는 점은 틀림없다. 그렇다고 ‘고강도 운동을 하지 않으면 다이어트를 할 수 없다는 뜻인가’라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힐 필요는 없다. 사실 고강도 운동의 가장 큰 단점은 글자 뜻 그대로 힘들다는 것이다. 힘든 만큼 전문 운동선수가 아닌 일반인으로서는 지속하기 어렵고 부상 위험도 크다.

그 때문에 살을 빼려고 운동 강도를 결정하는 데는 단순히 계산공식으로 산출한 표면적인 숫자보다, 얼마나 꾸준히 평생에 걸쳐 자기에게 맞는 운동을 해나가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다. 즉, 몇십 칼로리를 더 태우느냐 덜 태우느냐는 문제는 과학적 진실 규명을 위한 논쟁에서는 중요할지 몰라도, 일상생활에서는 거의 가치가 없다고 할 수 있다. 어차피 운동 능력과 시간에 한계가 있는 일반인 처지에서는 고강도 운동이든 저강도 운동이든 그 차이가 미미하기 때문이다.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사실이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하는 달리기는 고강도 운동군에 속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제대로 된 고강도 운동은 전문 운동선수들이 하는 인터벌 운동이나 스프린트 훈련 같은 것을 의미하지, 단순히 걷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도가 높은 달리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우리가 하는 보통의 건강 달리기는 저강도 운동의 한 방법이다.

이런 점들에 비춰 본다면, 걷기든 달리기든 건강을 위해서라면 당장 신발 끈을 매고 밖으로 나가 꾸준히 운동을 실천하는 것만이 그 어떤 이론보다 소중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오늘 주제처럼 어떤 잘못된 이론을 듣고 그것이 금과옥조 진리인 양 맹목적으로 매달리는 일만은 피해야 할 것이다.



주간동아 874호 (p108~109)

김원곤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 wongon@plaza.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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