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64

2012.11.26

스케이트 타면서 노래 부르는 모습 장관

뮤지컬 ‘황태자 루돌프’

  • 구희언 여성동아 기자 hawkeye@donga.com

    입력2012-11-26 10: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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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케이트 타면서 노래 부르는 모습 장관
    뮤지컬 ‘황태자 루돌프’는 마니아 사이에서 초연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제6회 더 뮤지컬 어워즈에서 ‘올해의 뮤지컬’로 뽑힌 뮤지컬 ‘엘리자벳’ 속 등장인물인 오스트리아 루돌프 황태자의 생애를 그린 작품이기 때문이다. 작품은 1889년 오스트리아 빈 근교의 메이얼링 별장에서 연인 마리 베체라와 숨을 거둔 황태자의 사랑, 삶을 다룬다.

    1888년 빈. 자유주의 사상을 가진 오스트리아 황태자 루돌프는 절대왕정을 펼치는 아버지 요제프 황제와 대립하면서 사랑 없는 정략결혼, 측근의 끝없는 감시와 계략 때문에 머릿속이 복잡하다. 이 시기 자유를 부르짖는 ‘줄리어스 펠릭스’가 쓰는 칼럼이 민중에게 공감을 얻고, 운명적인 사랑을 꿈꾸는 마리 베체라 역시 그를 동경한다.

    어느 날, 줄리어스 펠릭스가 바로 황태자 루돌프라는 사실을 알게 된 마리. 서로의 생각과 마음이 같다는 것을 안 두 사람은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어놓을 운명적 사랑은 그렇게 시작된다. 한편 줄리어스 펠릭스에 대한 감시망을 좁혀가던 타페 수상은 반역 세력의 중심에 루돌프가 있음을 알아챈다. 황실에서 그의 입지는 좁아져 가고, 연인 마리마저 위기에 빠진다.

    방대한 유럽사를 3시간 안에 압축해 보여주려다 보니 황태자의 고뇌와 첨예한 정치적 갈등보다 사랑에 초점이 맞춰져 아쉽다. 역사적 맥락을 모르고 작품을 접한다면 루돌프의 절박한 고민이 사소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연말에 연인이 보기엔 더없이 좋은 선택이다.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몬테크리스토’의 작곡자 프랭크 와일드혼이 빚어낸 선율은 귀를 즐겁게 하고, 역경 속에서도 서로를 향한 마음의 끈을 놓지 않은 채 마지막을 함께하는 두 사람도 아름답게 보인다. 주인공 커플이 함께 부르는 넘버 ‘알 수 없는 그곳으로’ ‘사랑이야’도 인상적이다.

    고뇌하는 황태자 루돌프 역은 안재욱과 임태경, 박은태, 마리 베체라 역은 옥주현과 최유하, 김보경이 맡았다. 특히 ‘황태자’라는 수식어가 붙은 가수 임태경은 이번 작품에서 기품 있는 황태자를 연기하며 ‘딱 맞는 옷’을 입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뮤지컬 ‘엘리자벳’을 봤다면 루돌프의 어머니 엘리자벳과 그의 암살자 루케니를 연기한 옥주현과 박은태가 절절한 연인으로 변신한 모습이 색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타페 수상을 연기하는 민영기와 조휘, 라리쉬 백작 부인 역의 신영숙, 스테파니 황태자비 역의 오진영까지 가창력과 연기력을 겸비한 배우가 대거 뭉쳤다.



    국내 무대에 오른 작품 중에서는 드물게 전 출연진이 스케이트를 타면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나온다. 요즘 뮤지컬 배우는 춤과 노래는 기본이고 스케이트까지 잘 타야 하나 싶어 대단해 보인다. 극 중 사랑의 징표로 쓰인 커플링과 목도리가 공연을 본 커플 관객에게 인기를 끌 것 같은 예감이 든다. 2013년 1월 27일까지, 서울 충무아트홀 대극장.

    스케이트 타면서 노래 부르는 모습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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