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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절차 무시한 교회 세습 누가 쉽게 수긍하겠는가”

취임 1주년 온누리교회 이재훈 담임목사

  • 이윤진 객원기자 nestra@naver.com

“절차 무시한 교회 세습 누가 쉽게 수긍하겠는가”

“절차 무시한 교회 세습 누가 쉽게 수긍하겠는가”

● 1998년 대한예수교장로회 합신교단 남서울노회 목사 안수
● 2005~2008년 뉴저지 초대교회 담임목사
● 현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
● 현 온누리교회 양재캠퍼스 담당목사

서울 서빙고동 온누리교회 2층 이재훈(44) 담임목사실에 들어서는 순간 도서관을 방불케 하는 어마어마한 장서가 눈에 들어왔다. 천장까지 들어찬 책을 재빨리 눈으로 훑었다. 대부분 종교 관련 서적이고 책에 묻은 손때에서 열심히 읽은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

그 순간 ‘공부 정말 많이 하는 목사님’이라고 한 지인의 말이 떠올랐다. 그 말 때문에 기자는 인터뷰 전 몇 가지 선입관을 갖고 있었다. 하나는 ‘말이 통하겠다’는 생각이었다. 기독교 교리를 유일한 진리로 내세우며 신심(信心) 가득한 대화를 강요하는(어떤 이들에게는 이런 화법이 폭력으로 다가온다는 사실을 모르는 양) ‘머리 굳은’ 목사와 달리 유연한 대화가 가능할 것 같다는 기대감이었다. 한편으론 ‘딱딱한 목사면 어쩌지’ 하는 우려도 있었다. 지성으로 무장한 신학자와의 대화는 기독교적 지식을 갖추지 않은 이들에겐 지루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재훈 목사와의 인터뷰는 기대 반 우려 반의 혼란 속에서 시작됐다. 다행히 기대는 맞았고 우려는 빗나갔다. 그는 논란이 될 만한 질문엔 신중하게 말을 고르는 학자적 태도를 견지했지만, 중간중간 적절한 비유와 농담을 섞어가며 시종일관 웃음이 떠나지 않도록 대화를 주도했다.

카리스마 있는 목회자로 유명했던 고(故) 하용조 목사의 뒤를 이어 그가 온누리교회 담임목사가 된 것은 지난해 10월 27일이다. 평소 교회 세습이나 후계자 지명에 부정적이던 하 목사의 뜻에 따라 한국 교회에선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신도들의 직접투표로 담임목사에 선출됐다. 투표권은 18세 이상 세례교인 모두에게 주어줬다.

세례교인 투표로 담임목사 선출



그가 담임목사로 선출되자 교계 안팎에선 뜻밖이라는 반응이 우세했다. 당시 43세 젊은 나이에 신도가 7만5000여 명이나 되는 대형 교회 수장을 맡은 것도 놀라운데, 더구나 온누리교회가 소속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교단에서 목사 안수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 비교적 젊은 나이에 대형 교회 수장이 된 것에 대해 부담감은 없나.

“없을 수 없다. 어느 조직에서든 그렇겠지만 뛰어난 전임자의 뒤를 잇는다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다. 이를 극복하려면 단순히 ‘열심히 하겠다’는 혼자만의 각오로는 불가능하고, 공동체 전체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사실 목회자가 신도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도 있지만 신도가 목회자를 완성시키는 부분도 있다. 신도에게서 배운다는 자세로 부담을 덜었다.”

▼ 담임목사 취임 1주년을 맞은 소감은.

“큰 나무는 쓰러져봐야 그 깊이를 안다는 말이 있는데, 하 목사님께도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탁월한 담임목사가 목회를 이끌어갈 때는 잘 운영되던 교회가 후임자를 맞은 후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우리 교회는 큰 변화나 갈등 없이 1년을 잘 넘겼다. 이건 하 목사님이 성도를 하나로 이어주셨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렇게 성숙한 성도가 모인 공동체의 담임목사인 것에 감사할 뿐이다.”

이 목사는 1996년부터 2005년까지 온누리교회에서 전도사로 사역하다 미국으로 건너가 트리니티복음주의신학교에서 신학 석사학위를 받고, 고든 콘웰신학교에서 목회학 박사학위 과정을 이수한 뒤 뉴저지초대교회에서 목회활동을 했다. 뉴저지초대교회 담임목사를 지내는 동안, 6년마다 담임목사를 재신임하는 제도를 도입했으며 교회 재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교회정관을 만들었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투명한 교회 운영을 위해 교회정관과 재무관리 등에 합리적인 시스템을 도입했다.

▼ 미국에서의 목회활동이 한국에서 목회하는 데도 도움이 되나.

“온누리교회 울타리를 벗어나 다른 시각에서 객관적으로 교회를 볼 수 있었던 점이 큰 도움이 된다. 한 교회에만 계속 있었다면 경험하지 못했을 것이다. 비록 규모는 작지만 담임목사 경력을 쌓은 점도 도움이 된다고 본다. 4년 가까이 담임목회를 한 것이 결과적으로 사전학습이 됐다. 국제적인 안목을 기르고 이민교회 문화를 경험한 점도 한국에서의 목회활동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 이민교회 문화는 어떤 것인가.

“이민교회는 신도 개개인을 따뜻하게 품고 돌보는 목회를 필요로 한다. 온누리교회는 대형 교회라 그런 면이 부족하다. 온누리교회가 이민교회로부터 배워야 할 점이라고 생각한다.”

▼ 미국에서 돌아온 후 다소 개혁적인 성향을 보였는데, 미국 목회 경험의 영향인가.

“그렇다. 투명한 재정과 정관을 갖춘 교회에서 목회를 하면서 교회 운영에 관한 질서와 프로세스를 배울 수 있었다. 미국 교회가 가진 합리성을 한국 교회에 적용하려고 했다.”

납세는 하나님에 대한 헌금

▼ 신도들의 투표로 후임자를 결정한 것은 대형 교회로선 드문 시도였다. 교회 내부적으로 문제는 없었나.

“장로회와 당회, 신도가 충분히 의견을 조율한 덕에 투표가 평화롭게 진행될 수 있었다고 평가한다. 선출 과정의 룰을 만든 것은 장로회지만 그 과정에서 신도들과 외부인사의 의견을 적극 수용하면서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했기 때문에 모두 불만 없이 결과를 받아들였다. 하 목사님이 생전에 후계자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은 점도 영향이 컸다. 만일 특정인을 언급하셨다면 그것을 ‘하 심(心)’으로 해석해 잡음이 생겼을 수도 있지만, 후계자를 지명하지 않으셨기에 공정한 선출이 가능했고 후임자로서 일하기도 편하다.”

▼ 온누리교회 목회자는 세금을 낸다고 들었다.

“우리 교회는 창립 초기부터 모든 교역자가 소득세를 납부한다. 납세의무는 하나님에 대한 헌금과 같다고 생각한다.”

온누리교회 목회자와 교회 직원 400여 명은 소득에 대해 세금을 납부한다. 현행법상 종교시설 소유의 부동산에 대해선 재산세와 취득세를 면제해주지만 상업적으로 이용해 수익사업을 할 경우엔 구청에 신고하고 정해진 세금을 내야 한다. ‘한겨레’는 6월 온누리선교재단이 2000년대 초반부터 연면적 1000㎡ 공간에서 각종 수익사업을 해왔으나 부동산 재산세를 내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 최근 논란이 된 재산세 문제에 대해선 해명이 필요할 듯하다.

“해당 시설에서 발생하는 수입에 대해 소득세를 납부해왔기 때문에 그 밖의 세금이 문제되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관련법을 제대로 알지 못해 벌어진 잘못이다. 부과된 세금은 곧바로 납부했다.”

▼ 종교인도 세금을 내야 한다는 여론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내가 세금을 내라 마라 말하기는 곤란하다. 하지만 목회자가 의료보험 혜택을 받으려고 의료보험에 가입하는 것처럼 정부로부터 보호받고 국민으로서 권리를 누리려면 세금을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교회 규모에 따라 세금도 차등 부과하면 좋겠다.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적은 수입으로 살아가는 개척교회 목회자에 대해선 세금을 면제해주는 식으로 합리적으로 과세한다면 반발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 온누리교회는 ‘사모’ 입김이 없는 교회로도 유명하다.

“각 목회자의 사모가 누구인지 모를 정도다. 목회자 사모는 교회 직분이 아니기 때문에 교회 일에 관여하기보다 목회자의 아내, 자녀의 어머니 구실을 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게 하 목사님의 철학이셨다. 사실 사역에서 도움을 받는 것보다 평화로운 가정을 꾸리는 게 더 중요하다. 그래야 정서가 안정돼 건강한 목회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공감대 형성도 아직 멀어

▼ 왜 유독 한국 교회에서만 세습 문제가 불거지나.

“미국에선 자녀가 교회나 선교회를 이어받는 것을 오히려 환영하고 대단하게 보는 문화가 있다. 이에 대해 교단이나 언론에서 비판하는 경우는 없다. 세습을 인정하는 사람들은 미국을 예로 들면서 ‘미국도 그러지 않느냐’고 말하는데, 한국과 미국의 차이를 모르고 하는 얘기다. 미국은 세습에 대해 긍정적이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 교회 세습에 대해 사회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했다.

절차상 차이도 있다. 미국 교단은 합리적 절차에 따라 후임을 결정하는 데 반해, 한국 교회는 절차를 무시한 제왕적 리더십으로 후임을 결정하지 않는가. 최근 논란이 된 충현교회도 마찬가지다. 원로목사가 기립투표로 찬반을 가리자고 하는데 안 일어설 사람이 어디 있겠나. 권위주의적이고 비합리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통해 세습을 결정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 같다.”

▼ 세습 논란을 잠재울 방법이 있을까.

“선출 과정의 합리화와 담임목사의 성향이 중요하다. 담임목사가 평소 민주적 태도를 견지했다면 아들이 후임 목사 후보에 올랐다고 해도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을 테고, 선출인단도 별 부담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합리적인 선출 과정을 거친다면 굳이 아들을 배제하고 후임을 정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 우리 사회에서 그게 가능할까.

“세습에 반대하는 사람은 한국적 정서로는 담임목사 아들이라는 자체가 ‘보이지 않는 힘’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아무리 합리적 절차를 따른다 해도 공정하기 힘들다고 본다. 그러니 아들은 아예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 지교회를 두는 것에 대해 ‘교회의 프랜차이즈화’라는 비판이 나온다.

“프랜차이즈가 아니라 ‘멀티사이트’라고 하는 것이 정확하다. 굳이 변명하자면 더 큰 예배당을 필요로 하는 교회가 되지 않기 위해 흩어진 것이다.”

▼ 멀티사이트라는 개념에 대해 설명이 더 필요할 듯하다.

“한 지역에 A라는 교회와 B라는 교회가 있다고 치자. 그런데 A교회는 운영이 잘되는 반면, B교회는 그렇지 않고 내부 갈등을 일으켜 신도가 모두 A교회로 이동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B교회는 문을 닫게 되지만 반대로 A교회는 신도가 몰리면서 예배공간이 부족해진다. 그렇다고 A교회에서 신도들에게 ‘공간이 부족하니 다른 교회로 가시오’라고 할 수는 없다. 이때 A교회를 확장하는 것보다 사용하지 않는 B교회 공간을 활용하면 하나의 대형 교회가 아니라 두 개의 교회가 유지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것이 멀티사이트다.”

▼ 온누리교회 사례인가.

“그렇다. 목회자 스캔들로 위기에 처한 부천의 한 교회가 도움을 요청해온 적이 있다. 전세금과 부채 탓에 문을 닫지도 못하는 처지였는데, 우리 교회가 부채를 탕감해주는 조건으로 교회를 수용하면서 부천온누리교회가 시작됐다. 당시 온누리교회가 급성장하던 때라 부천, 인천에서 오는 신도가 많았다. 이들을 ‘지역으로 돌려보내자’는 취지도 있었다.”

▼ 일종의 신도 분산을 시도한 건가.

“절차 무시한 교회 세습 누가 쉽게 수긍하겠는가”
“신도들에게 무작정 ‘지역으로 돌아가라’고 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온누리’라는 이름으로 지역에 교회 공동체를 만든 것이다. 그렇게 신도들을 지역으로 돌려보내지 않았다면 서빙고동에 더 큰 본당을 건립해야 했을 것이다. 초기엔 지역 교회에서 ‘대형 교회의 수평이동’이라며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우리 교회에선 한 달에 한 번 ‘비전헌금’이라는 것을 걷는데, 서빙고와 양재를 제외한 다른 지역에선 비전헌금으로 사정이 어려운 지역 교회에 필요한 물품이나 차량을 지원한다.”

▼ 멀티사이트의 장점이 더 있나.

“목회자 혼자 개척교회를 운영하면서 겪을 수 있는 실패를 줄이고, 목회자 개인의 역량으로 교회를 키울 때 생기는 오너십도 방지할 수 있다. 처음 목회를 하는 사람 중에는 검증되지 않은 경우도 더러 있는데, 우리 교회는 지역 교회에 대한 인사권을 본당이 갖기 때문에 문제를 일으키기 전 목회자를 교체할 수 있다.”

멀티사이트 목적은 신도 보호

▼ 그런 인사권 자체가 논란이 되기도 한다.

“인사권과 재정권을 분리하지 않은 것은 교회를 산하에 두기 위해서가 아니라 신도들을 보호하려는 목적에서다. 목회자들이 문제를 일으키거나 신도들과 갈등을 빚을 경우 일반 교회에선 신도들이 직접 나서야 한다. 그 과정에서 마음에 상처를 입고 싸움이 나기도 하는데, 우리는 신도가 본부에 건의하면 본부가 판단해 조정해주기 때문에 신도들이 직접 갈등을 겪을 필요가 없다. 목회자들도 이 시스템을 알고 있어 더 열심히, 신중하게 목회에 임한다.”

▼ 기독교는 다른 종교에 대한 이해나 교류가 부족한 것 같다.

“기독교의 개교회주의 때문이다. 중앙집권적 시스템을 가진 불교나 천주교는 다른 종교와 교류할 때 의견을 개진할 종단 대표가 있다. 반면, 기독교는 조직 구속력이 약해서 종단을 대표해 나설 만한 인물이 없다. 결국 시스템적 한계라고 볼 수 있다.”

▼ 다른 종교와의 교류에 대한 개인적 생각은 어떤가.

“교리적 공유는 있을 수 없다고 보지만, 국가를 위한 봉사나 구제, 재난구호 같은 활동을 위해 교류하는 건 얼마든지 환영한다. 교리적 공유는 종교다원주의가 되기 때문에 각 종교가 가진 진리적 배타성에 위배된다고 생각한다.”

▼ 간혹 교회 지도자들이 자기 하고 싶은 얘기만 하는 것 같을 때가 있다.

“평소 말을 많이 하는 사람들이라 습관적으로 그렇게 된 부분도 있을 것이다. 설교하고 가르치는 것에 익숙하다 보니 잘 듣지 않으려는 성향도 있다. 하지만 목회자 임무엔 말하는 것뿐 아니라 듣는 것도 포함된다. 하나님의 음성, 시대의 음성, 신도, 심지어 불신자들의 목소리도 잘 듣고 받아들여야 한다. 주관적 견해에 대해서만 얘기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 좋은 목회자의 조건은 무엇인가.

“사랑과 희생이다. 마음이 따뜻한 목회자, 함께 울 수 있는 목회자가 좋은 목회자라고 생각한다.”

▼ 이 목사 자신은 그 조건에 얼마만큼 부합한다고 평가하나.

“아직 자격 미달이다(웃음). 다만 마음이 굳지 않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내가 성도들 위에 서지 않고 한 사람의 성도로서 섬길 수 있길 기도한다.”

▼ 한국 기독교에 희망이 있다고 보나.

“교회 지도자들을 보면 절망스럽지만 순수하게 기도하고 봉사하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믿음의 삶을 사는 신도가 많다. 사회에서 빛과 소금이 되는 신도들에게 한국 기독교의 희망이 있다고 본다. 현재 한국 기독교에 가해지는 지적과 비판에 귀 기울여 교회가 겸허한 모습을 회복한다면 그 희망이 더 커질 것이다.”



주간동아 858호 (p36~39)

이윤진 객원기자 nestr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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