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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호 정치풍자소설

레임덕은 없다

26회 후계자

레임덕은 없다

2010년 4월 2일, 2009년 기준 국민소득이 정확히 계산됐다. 3만7250달러. 이명박 집권 2년간 1만2000달러가량 상승한 것이다. 국민소득 3만7250달러는 세계 5위 수준이다. 일본도 추월했다. 그 이유는 엄청난 종교세 유입과 경제의 비약적 성장으로 일자리 100여만 개가 증가하고, 국가보안법으로 정리된 일자리 20여만 개가 창출되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기업이 구인난에 쩔쩔매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그렇다고 정부는 방대한 세금을 퍼주기식 복지로 낭비하지 않았다. 일부 대학생이 ‘반값등록금’을 내걸고 시위를 벌였지만 정부는 한마디로 잘랐다. “대학부터 정비하고 30% 등록금도 가능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지금은 대학 건물만 세워놓고 개나 소나 다 총장하고 대학생 행세하는 판국이다. 자격 있는 대학, 실력 있는 대학생을 가려서 시행하겠다는 의지다. 그러니 군말이 있을 리 없다. 시위대는 쏙 들어갔고 선동꾼들에게는 낙인이 찍혔다.

정치란 국민을 등 따뜻하고 배부르게, 그리고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것을 기본으로 삼는다. 이는 처음 역사가 기록된 중국 고대국가 시대부터 있었던 철칙이다. 이제 대한민국은 그렇게 됐다. 국가보안법으로 ‘불평분자’를 소탕했더니 세상이 ‘천국’이 됐다.

그때서야 국민은 그 ‘불평분자’가 ‘반역자’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민주’ ‘자유’ ‘기본권’을 부르짖었지만 그들 자신만의 ‘민주’ ‘자유’ ‘기본권’이었던 것이다. ‘인권위원회’ ‘민주화보상심의위원회’ 등에 박혔던 ‘반역자’도 소탕돼 중형을 선고받았다. 세금으로 보상금을 타먹었던 ‘간첩’들은 보상금을 게워내고 다시 수감됐다.



제대로 법을 시행했을 뿐이다. 법조계에까지 박혀 있던 ‘반역자’들이 법을 ‘무시’하고 ‘희롱’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방치됐던 것이다. 따라서 궁극적으로 모든 책임은 정치권, 즉 대통령에게 귀결된다. 이명박은 비로소 법을 시행했고 대한민국 기틀을 다시 세웠다.

# “이제 2년 남았습니다.”

세우리당 이정현 의원이 이렇게 말했을 때는 2010년 4월 5일, 국회의사당 소회의실 안이다. 마침 법안을 처리한 직후여서 의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있었는데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맞다. 끼리끼리 모였다. 이정현 주위에는 진영, 이혜훈, 유기준, 홍사덕, 최구식 등 친박 정예들이 둘러서거나 앉았다. 이정현이 말을 잇는다.

“대표님 위상이 흔들리는 게 아니지만 주위에서 뭔가 쑥쑥 올라오는 느낌이 들어서요.”

“나는 땅이 쑥쑥 꺼지면서 함정이 만들어지는 느낌이 드는데.”

그렇게 말한 사람은 유기준이다. 쓴웃음을 지은 유기준이 말을 이었다.

“물론 일부러 판 함정은 아니겠지만요. 우리가 잘못 밟으면 빠질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정리를 해야 합니다.”

정색한 이혜훈이 말을 받았을 때 홍사덕이 헛기침을 했다.

“내 경험상 2010년이 대한민국 헌정사상 가장 활발한 의정활동이 기대되는 해일 것입니다. 이제 장벽이 사라지고 목표가 분명하게 드러난 터라 우리뿐 아니라 민주당도 민생과 경제, 나아가 통일작업에 매진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어요.”

주위를 둘러본 홍사덕이 말을 잇는다.

“이런 상황에서 대권 경쟁을 시작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을 뿐 아니라 국민에게 비판을 받을 것입니다. 당분간 물 흐르는 대로 놓아둡시다.”

그러자 진영이 말을 받았다.

“큰물은 예상한 대로 흐르니까요. 그것이 대세지요.”

# 그러나 다 그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이곳은 민주당 강봉균 의원실이다. 소파에는 방 주인 강봉균을 중심으로 박주선, 이용섭, 김진표, 홍재형, 정세균 등 거물급이 둘러앉았는데 분위기가 무겁다. 강봉균이 입을 열었다.

“지금은 여야 구분이 희미해진 것 같아요. 이것이 우리한테 실보다 득이라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했지만 어두운 표정으로 말을 잇는다.

“민생과 통일 문제에 대해서 여당과 협조한다고 우리가 주도권을 빼앗기는 것이 아닙니다. 함께 참여하면서 기회를 봐야 합니다.”

그때 김진표가 나섰다.

“문제는 우리한테 경주마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경주마를 서둘러 양성해야 합니다. 이제 2년밖에 남지 않았어요.”

그러자 잠깐 방 안이 조용해졌다. 모두 공감했기 때문이다. 이윽고 그 정적을 홍재형이 깨뜨렸다.

“2년이면 충분합니다. 여권보다 오히려 우리가 더 인재풀이 넓습니다.”

주위를 둘러본 홍재형이 말을 잇는다.

“먼저 손학규 고문에다 이곳에 계신 분들도 후보로 손색없으시고, 고려시 장관이 된 정동영 고문도 다크호스가 된 상황 아닙니까? 박근혜 대표 독주 체제가 돼버린 여권보다 우리 측 흥행 효과가 몇 배나 더 높을 것입니다.”

“차기 대선은 남북한 통일 문제에 영향을 받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말한 것은 이용섭이다. 이용섭의 목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

“김정일에게 지지를 받는 후보가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말입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때 박주선이 나섰다. 이맛살을 찌푸린 박주선이 이용섭을 쏘아 보았다.

“나는 그 반대 생각입니다. 김정일이 지지하는 후보는 유권자의 거부반응을 받아 낙선할 것입니다.”

“아니, 오해하셨는데.”

손까지 저어 보인 이용섭이 정색하고 말을 잇는다.

“나는 김정일이 연방대통령을 제의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모두의 시선이 모였으므로 이용섭이 쓴웃음을 지었다.

“물론 말이 안 된다고 하시겠지만 고려시가 반년도 안 돼서 인구 280만의 ‘중립구’로 가동되는 것을 보세요. 2년 안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조용한 방 안에서 이용섭의 말이 이어졌다.

“만일 김정일이 고려연방을 제의하고 북한을 한국 경제권으로 내주었을 때 한국 대선은 연방대통령 선거가 됩니다. 그럼 북한의 2000만 표는 이명박과 김정일의 후계자에게 넘어가는 것이지요.”

그때 정세균이 머리를 끄덕이며 거들었다.

“김정일이 제 아들인 김정은의 장래만 보장해준다면 그럴 가능성도 있지요. 김정일의 건강 상태는 자신이 가장 잘 알 테니까요.”

# 같은 시각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에서 이명박이 청와대 비서실장 조순형에게 묻는다.

“여권 후보로 누가 나올까요?”

그러자 조순형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대답했다.

“먼저 박 대표에다 김문수 경기도지사, 정몽준 의원도 나설 테고 김태호 경남도지사, 이재오 의원도 나설 가능성이 있습니다.”

거기까지 말한 조순형이 심호흡을 했다. 그것만으로도 다섯 명이다. 이명박의 시선을 받은 조순형이 다시 말을 잇는다.

“임태희, 원희룡, 남경필 등 소장파 의원도 유망합니다. 다만 대통령님의 후원이 있어야만 가능하겠지요.”

“….”

“그리고 범여권이 되겠습니다만, 이회창 총리도 대통령님이 밀어주신다면 유력한 후보가 됩니다.”

“허어, 참.”

입맛을 다신 이명박이 쓴웃음을 지었다.

“내가 공작정치를 하는 것처럼 들리네요.”

“그게 정상이지요. 국민도 지지해줄 테니까요.”

“그럼 야권에서는 누가 나올 것 같습니까?”

이명박이 묻자 이번에도 조순형이 술술 대답했다.

“손학규, 김두관, 정세균, 박준영 등 인재가 많습니다. 문재인 씨도 나올 가능성이 있지요.”

“그렇겠군.”

“이제는 친북, 종북 성향 인사들이 모조리 제거된 터라 이념보다 민생, 복지, 성장, 통일에 대한 신념으로 후보가 결정될 것입니다.”

조순형이 열기를 띤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대통령님의 노선을 이어갈 후계자가 누구냐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머리를 든 조순형이 이명박을 보았다. 두 눈이 번들거린다.

“대통령님께서 여야 후보 중 누구를 지명하셔도 대통령에 당선될 것입니다.”

그러더니 덧붙였다.

“국민은 그 지명을 당연하게 받아들일 것이고요.”

# 김정은이 청와대 비서실에 합류한 것은 공식적으로 2010년 4월 14일이다. 서울에는 4월 7일에 도착했지만 그동안 주위 환경에 적응했던 것이다. 4월 14일, 김정은은 비서실 대북수석에 임명되었고, 휘하에 비서관 6명과 행정관 30명, 지원 인력 50여 명이 배치됐다. 대북수석 지위는 수석급 중 선임인 데다 대통령 특보까지 겸해 장관급이다.

또한 김정은은 북한에서 데려온 인력으로 비서관 3명, 행정관 15명, 지원 인력 20여 명을 채웠다. 남북한 동수 인력으로 대북수석실을 구성한 것이다. 언론은 연일 김정은 대북수석의 업무와 향후 남북관계 등을 보도했지만, 2010년으로 들어서부터는 교수들이 내놓는 정치평론이 거의 사라졌다.

가장 큰 이유가 학생들이 강의와 연구에 몰두하지 않고 트위터를 조몰락거리거나 언론에 등장하기 좋아하는 교수들을 배척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생들의 비난을 뚫고 서승대 고민 교수가 SBS ‘정치전망’ 시간에 등장했다.

“김정은의 비서실 합류는 남북연방의 시작이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고민이 자신 있는 표정으로 말을 잇는다.

“남북한은 김정은을 통해 수많은 합의와 실행을 할 테고, 이것으로 김정은은 급속히 경륜을 쌓게 될 것입니다. 남북한 정상은 지난 정상회담 때 김정은의 소임과 남북한의 미래까지 구상해놓은 것이 분명합니다.”

여의도 KBS 근처 삼겹살집에서 보도국장 임명수와 차장 박동민이 TV에 등장한 고민을 바라보고 있다. 오후 8시, 식당 안은 손님으로 바글바글해서 주인은 TV 볼륨을 크게 높여 놓았다. 고민의 목소리가 다시 퍼진다.

“고려시의 성장과 함께 남북한 연방제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차기 대선이 가장 중요합니다. 다음 대통령이 통일작업을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고민이 부릅뜬 눈으로 삼겹살 식당 안에 있는 손님들을 내려다보았다. 손님들도 이제는 거의 입을 다문 채 고민을 올려다보고 있다. 고민이 말을 잇는다.

“이 중대한 과업을 성취할 사람은 이명박 대통령뿐입니다. 이 대통령과 김정일인 것입니다. 저는 한민족의 숙원인 남북통일과 번영을 위하여….”

한 번 숨을 들이켰다가 뱉은 고민이 말을 맺는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 과업을 마무리했으면 합니다. 이것은 제 개인적인 소망이지만 이 과업을 마무리할 사람은 이명박 대통령뿐이라고 믿습니다.”

“이런.”

임명수가 짧게 탄식하더니 주위를 둘러보았다. 2년 전에 누가 이런 코멘트를 했다면 술병이나 음식 그릇이 TV로 날아갔을 것이다. 식당 안은 욕설과 고함으로 뒤덮였을 테고, 나중에는 식당 주인을 팼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임명수의 시선이 역시 식당을 둘러보던 박동민과 마주쳤다. 박동민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듯싶다. 시선이 마주친 순간 쓴웃음을 지은 것이다. 식당 안은 조용했다. 모두 들었을 터인데도 제각기 술잔을 들거나 젓가락으로 안주를 집고 있다. 화면이 바뀌자 이제는 다른 이야기들을 한다. 그때 박동민이 말했다.

“이 대통령이 재선에 나와도 반대할 사람이 적을 것 같아요.”

박동민은 언제부터인가 이 대통령이라고 부르고 있다.

# “어때? 견딜 만해?”

이명박이 묻자 김정은이 손으로 뒷머리를 만졌다. 얼굴에 천진한 웃음이 떠올랐다.

“예, 괜찮습니다.”

대통령 집무실 안이다. 오전 11시, 이명박이 집무실로 김정은을 부른 것인데 방 안에 조순형까지 셋이 둘러앉았다. 이명박이 부드러운 표정으로 다시 묻는다.

“어제 홍대 근처에 가보았다면서?”

“예, 조그만 카페에서 술을 마셨습니다.”

“허, 그래?”

이명박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김정은에게 말을 놓았다. 김정은도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옆에서 듣는 조순형은 두 사람이 사이좋은 부자간처럼 느껴졌다. 그때 김정은이 머리를 들고 이명박을 보았다.

“제가 평양을 빠져나가 북조선땅 여러 곳을 돌아다녔습니다.”

어느덧 김정은이 정색한 표정으로 말을 잇는다.

“물론 지도자 동지의 지시를 받았기 때문이지요. 지도자 동지께서는 북조선 인민의 실상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명박과 조순형의 시선이 마주쳤고 김정은의 목소리가 뜨거워졌다.

“비참했습니다. 그리고 이곳 남조선에 와보니까 그 차이가 엄청나서 기가 막혔습니다.”

“지도자 동지가 그래서 자네를 이곳에 보낸 거야. 시작이 반이라고 했어. 우리는 이미 절반은 온 거라고.”

“개방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색한 김정은이 말하자 이명박이 머리를 끄덕였다.

“이제 북한도 체제 위험은 없어졌어. 서로 도우면 우리가 뭘 못하겠어? 한국을 봐. 60년 전만 해도 세계 최빈국이었으나 이제는 세계 10위권에 드는 경제대국이 됐어. 북한은 한국이 있으니 더 빨리 될 거라고.”

이명박은 매일 20분씩 김정은을 불러 남북 간 대화를 나눈다. 김정일이 차기 북한 통치자인 김정은을 자신에게 보낸 목적을 잘 아는 것이다. 그것은 한국 경제발전을 배우라는 것이 아니다. 그러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그저 이해해주는 것만으로도 족하다.

김정은은 연방의 인질인 것이다. 자신과 가족은 물론 체제를 지키려는 고단위 처신이다. 타협하고 화합한 것처럼 보이면서도 자존을 잃지 않는 노회한 수단이다. 이명박은 김정일의 실사구시에 감동하고 있다.

레임덕은 없다
# 박근혜는 서승대 고민 교수의 이명박 재집권 발언을 직접 들었지만 웃지도 않고 외면했다. 그것이 박근혜의 장점이다. 행동에 품위가 있다. 제아무리 수양이 잘된 남자라도 그런 경우 박근혜 같은 반응을 보이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경솔한 측근 또는 추종자들이 박근혜가 쌓아올린 품위와 위상을 깎아먹는다. 더구나 수염 난 남자들이. 고민이 연구실에서 나왔을 때 이른바 ‘박빠’ 두 사내가 플라스틱 병에 든 오줌을 뿌렸는데, 그것을 노리던 오유어뉴스 기자가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렸다. 그것으로 이명박 재선 발언의 충격 절반은 상쇄됐을 것이다. 정치는 이렇게 변수를 탄다.

“그만두세요.”

박근혜가 말하자 이정현은 입을 다물었다. 의사당에 있는 박근혜 대표실 안이다. 소파에는 박근혜와 이한구, 김무성, 유승민, 홍준표, 이정현까지 여섯이 둘러앉았는데 방금 이정현의 이명박 성토가 중간에 끊긴 참이다. 이정현은 고민이 한 TV 발언이 청와대의 암시 내지는 교사를 받은 여론 형성용, 충격 완화용이라고 주장했다. 박근혜가 웃음 띤 얼굴로 모두를 둘러보았다.

“제가 그렇게 대권에 집착하는 것처럼 보이게 할 건가요? 앞으로는 절대로 경솔한 행동을 하지 않길 바랍니다.”

방 안에 무거운 정적이 뒤덮였고 박근혜가 말을 이었다.

“설령 이 대통령이 재선을 원한다고 해도 그것이 국가와 민족, 그리고 조국의 평화통일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면 저는 적극 도와드릴 용의도 있으니까요.”

그러고는 박근혜가 앞에 펴놓은 노트를 접으면서 말했다.

“저는 이 대통령을 믿습니다. 그렇게 말씀해주시면 좋을 것 같네요.”

# 고려시 청사 아래쪽 사거리에 오종택의 ‘고려 인테리어’ 사무실이 있다. 오전 11시 반, 같이 점심을 먹으려고 서상국이 들렀더니 낯선 사내와 이야기를 나누던 오종택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더니 사내와 악수를 나누고는 문밖까지 배웅하고 돌아왔다.

“누구냐?”

사내가 앉았던 자리에 서상국이 앉으면서 묻자 오종택은 심호흡부터 했다.

“응, 여기 주민이야.”

“네가 여기 주민을 알아? 언제부터?”

“응. 며칠 됐어.”

하더니 오종택이 상반신을 굽혀 바짝 다가앉는다. 두 눈이 번들거린다.

“F지역 주민이야”

F지역이라면 곧 들어설 유흥구이다. 고려시는 북한령이라 토지가 국가 소유지만 F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은 토지권을 인정받는다. 그러나 보상금의 90%는 국가 소유이고, 주민은 거주하는 땅에 재건축되는 건물의 등기상 주인이 되는 것이다. 서상국의 시선을 받은 오종택이 말을 이었다.

“야, 나 F지역에 룸살롱 하나 차리련다. 방금 다녀간 김씨하고 이웃에 사는 박씨 집까지 내가 사기로 했어. 그 두 채를 헐고 룸살롱을 세우는 거야. 아마 1년 안에 밑천 뽑고 3년이면 거금을 만지게 될 거다.”

오종택이 번들거리는 눈으로 서상국을 보았다.

“고려시 행정청에 후배가 있어. 그놈한테 돈을 좀 쓰면 허가를 받을 수 있을 거야. 담당관인 북한놈도 돈으로 구워삶을 수 있대.”

서상국은 어깨를 늘어뜨렸다. 여기서도 다시 시작이다.

이원호

레임덕은 없다
전북 전주에서 태어나 전주고, 전북대를 졸업했다. (주)백양에서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 무역 일을 했고, (주)경세무역을 설립해 직접 경영했다. 1992년 ‘황제의 꿈’과 ‘밤의 대통령’이 100만 부 이상 팔리며 최고의 대중문학 작가로 떠올랐다. 간결하고 힘 있는 문체, 스케일이 큰 구성, 속도감 넘치는 전개는 그의 소설에서만 볼 수 있는 매력이다. 기업, 협객, 정치, 역사, 연애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며 지금까지 50여 편의 소설을 냈으며 100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주요 작품으로 ‘할증인간’ ‘바람의 칼’ ‘강한 여자’ ‘보스’ ‘무법자’ ‘프로페셔널’ ‘황제의 꿈’ ‘밤의 대통령’ ‘강안남자’ ‘2014’ 등이 있다.




주간동아 2012.09.03 853호 (p68~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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