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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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인권 거론 좋지만 정치적 도구로 이용은 반대”

‘2012 대한민국 인도주의 페스티벌’ 마이클 던 교수와 특별대담

  • 정리 | 이종현 대한민국 인도주의 페스티벌 조직위원회 본부장 채미화 대한민국 인도주의 페스티벌 조직위원회 집행위원

    입력2012-08-13 10: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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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인권 거론 좋지만 정치적 도구로 이용은 반대”
    영국 옥스퍼드대 웰컴의학사연구소와 ㈔메디피스가 주최하는 ‘2012 옥스퍼드 청년 인도주의 아카데미’가 올해 처음으로 한국에서 열렸다. 8월 6일부터 10일까지 서울 국회도서관 강당과 연세대 의과대학에서 진행된 이 행사의 명칭은 ‘2012 대한민국 인도주의 페스티벌’.

    행사 조직위원회는 ‘주간동아’와 공동으로 특별대담을 마련했다. 대담은 강한록 대한민국 인도주의 페스티벌 조직위원회 프로그램본부장이 이번 아카데미 발표자로 내한한 옥스퍼드대 보건대학 마이클 던 교수를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던 교수는 의학윤리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로 통한다.

    강한록(이하 강) : 인도주의라는 말이 한국인에게는 다소 생소하다. 간단히 설명해달라.

    마이클 던(이하 던) : 여러 관점이 있을 수 있는데, 중요한 것은 인도주의 근본이 인종, 국적, 종교를 떠나 그 공동체 안에 존재하는 약자를 생각하고 배려하는 것이라고 본다.

    “공동체 약자 배려가 인도주의”



    강 : 쉽지 않은 개념을 가지고 이런 큰 행사를 개최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던 : 한국은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해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성공적인 탈바꿈을 했다. 한국 정부가 국제개발협력 기본법을 발의하고 체계적인 긴급구호 체계를 만들기 위해 많이 노력하는 것으로 안다.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을 받는 위치에서 이제는 인도적 개입을 실천하는 위치에 섰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때에 한국의 인도주의를 점검해보고 여러 전문가가 모여 다양한 시각을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고 봤다. 새롭게 시작하는 한국의 인도주의 실천은 그 자체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니지만 인문학, 윤리학의 시각을 담은 건설적인 비판이 덧붙여진다면 과학적인 체계를 갖춰 인도주의 실천에 더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분야의 해외 전문가들과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는 것은 덤이다(웃음).

    “북한 인권 거론 좋지만 정치적 도구로 이용은 반대”

    마이클 던

    강 : ‘한국식 인도주의’를 정의하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 그런 관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던 : 먼저 인도주의는 인권을 바탕으로 한다. 인권 외에 인도주의를 뒷받침할 수 있는 도덕적 근거(moral ground)는 찾기 힘들다고 본다. 기본 가치는 늘 동일하며, 그 가치가 왜 좋은지 말할 수 있다. 즉 우리가 단지 그렇게 하기 때문에 좋은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런 가치를 수호하는 것이 다른 이들(혹은 국가)에게 알려지고 보이기 때문에 좋은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인도주의의 가치를 결정할 수 있을까. 단언컨대, 그것은 좋은 논점이라고 보기 어렵다. 만일 우리가 겉으로 좋아 보인다는 이유로 한국 정부의 인도주의 가치가 좋다고 말했다면 그것은 가치를 낮추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각국 사회구성원들이 여러 가치에 우선순위를 매기기 시작할 때, 인도주의도 다르게 보기 시작한다. 이런 변화가 갖는 효과는 다른 사람들이 변하지 않는 보편적 권리를 갖고 있다고 인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종종 대중의 반대에 부딪힐 수 있다. 예를 들어 감옥에 있는 죄수들에게도 투표 권리가 있는데, 이는 일종의 의무이자 보편적 가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죄수들에게 그런 권리를 부여하는 것에 반대하는 이들도 분명 존재한다.

    “북한 인권 거론 좋지만 정치적 도구로 이용은 반대”

    강한록

    강 : 인도주의 활동이라고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북한 또는 중국 인권과 관련한 이슈다. 어떻게 생각하나.

    던 : 각국은 인권을 지지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정치적 도구로 사용하는 데는 반대한다. 이를테면 미국을 보자. 미국은 인권을 이용해 다른 국가가 어떻게 행동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이는 인권 지지 혹은 옹호가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질서를 잡거나 위치를 선점하기 위한 정치적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은 흔히 자신이 공동체를 소중히 여긴다고 말한다. 특히 아시아 국가에서는 공동체를 개인 권리보다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가 공동체를 소중히 여기는 것과 자율성을 갖고 자치를 행사하는 것은 상충되는 개념이 아닌데, 왜 공동체가 개인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걸까. 그것은 사람들이 공동체 혹은 자율성을 소중히 여기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단순히 이 두 가지 개념을 혼동하거나 개념이 사용되는 맥락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기 못하기 때문이다.

    풀뿌리 접근이 가장 좋은 방법

    사람들이 자신이 속한 공동체를 소중히 여기는 것, 그러한 삶을 지키려고 하는 것은 괜찮다. 문제는 우리가 옳다고 보는 공동체를 다른 이들에게 강요하고 그들이 살아온 삶의 방식마저 바꾸려 한다는 것이다. 이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자치권은 다른 가치들과 모순되거나 부딪히지 않고 오히려 다른 자유를 실현하기 위해 기초를 놓아주는 것이다.

    강 : 영국은 인도주의 역사가 오래됐다. 영국 인도주의 활동가들의 경험을 통해 한국이 배울 수 있는 교훈에는 무엇이 있는지 말해달라.

    던 : 최근 영국 정치가 크게 변하고 있는데, 그 안에 자선단체가 있다. 정치인들은 자선단체를 ‘저렴한 가격으로 정부 일을 할 수 있는’ 하나의 도구로만 보고 이용하려 든다. 이는 사실 두 그룹 사이의 균형을 찾는 방식이다. 하지만 그 사이에서 가장 힘든 점은 정부가 사람들의 권리에 별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다른 중요한 것으로 인도주의 단체들의 풀뿌리 네트워킹을 들 수 있다. 영국에서는 이러한 단체들을 어디에서나 쉽게 만날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옥스팜(Oxfarm)’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데, 그 이유는 혁신적이면서도 대중의 견해를 대변하는 큰 단체라는 이미지로 사람들에게 인식돼 있기 때문이다.

    돈을 달라는 단체들의 요구가 일반 시민에게는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풀뿌리 접근은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억지로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사회로 하여금 단체가 하는 일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비정부기구(NGO)에도 이런 점이 중요하다.

    한국 NGO들은 대부분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많은 사람이 낮은 수준의 봉급을 받으면서 일한다. 이 말은 한국 NGO 처지에서는 정치인과 사회의 다양한 리더를 끌어들이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을 뜻한다. 두 번째로는 그러한 전략을 풀뿌리 단계에서 접근하는 것이고, 세 번째는 풀뿌리 수준을 고려한 교육을 시행하는 것이다.

    “북한 인권 거론 좋지만 정치적 도구로 이용은 반대”

    인도주의를 주제로 대담하는 마이클 던 교수(오른쪽)와 강한록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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