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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능력 있는 보좌진’ 어디 없소?

19대 국회 개원 앞두고 여의도에 구인·구직자 인력시장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능력 있는 보좌진’ 어디 없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일하고 싶은데, 누구 좋은 사람 없나요?”

“○○○ 당선자 측에서 함께 일하자는 제안을 받았는데, 인품이나 성격이 어떠신가요?”

국회에는 4년에 한 번씩 총선을 전후해 큰 인력시장이 선다. 총선에서 낙선한 의원실 보좌진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나서야 하기 때문. 19대 국회 역시 정치신인이 대거 여의도에 입성하면서 보좌진의 연쇄 이동이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4·11 총선 이후 국회 주변에서는 ‘능력 있는 보좌진’을 꾸리려는 구인자(당선자), 그리고 미래가 촉망되는 정치신인과 호흡을 맞추려는 구직자(보좌진) 사이에서 정보교환이 활발하다.

국회의원 보좌 인력의 이동은 총선 이전부터 나타난다. K 의원실 J 비서관은 “각 당이 공천 심사를 발표한 직후부터 연쇄 이동이 시작된다”고 했다.

공천심사 발표 직후부터 연쇄 이동



“함께 일하던 의원이 공천에서 떨어지면 보좌진의 미래도 덩달아 불확실해진다. 몇몇 보좌진은 의원 모르게 조용히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를 접촉해 ‘함께 일하고 싶다’는 의사를 타진한다. 일찌감치 후보자와 의기투합하면 선거운동 때부터 결합해 후보의 당선을 도와 국회에 재입성한다. 그래도 대부분은 총선 이후 당선자와 접촉한다.”

18대 국회에서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초선의원을 보좌했던 L 보좌관은 4·11 총선 이후 경기지역 모 당선자를 휴일도 없이 그림자처럼 수행한다. 당초 그는 서울지역 당선자와 함께 일하기로 얘기가 됐지만, 경기지역 당선자가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활동하는 데 더 적임자라 판단하고 함께 일하기로 마음먹었다.

“정책 전문성을 인정받은 보좌진의 경우 전도 유망한 당선자를 먼저 찾아가 자신의 전문 분야에 대해 브리핑한다. 보좌진의 브리핑을 듣고 당선자가 ‘오케이(OK)’하면 그날부터 함께 일한다. 지금의 내 경우가 그렇다.”

국회의원 보좌 인력의 충원은 전적으로 국회의원 당선자의 의사에 따라 결정되다 보니 즉흥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치열한 경선과 본선을 거친 지역구 당선자들은 지역구 관리를 위한 보좌진을 먼저 채우려는 경향이 강하다.

수도권 한 당선자는 “지역구 민원 책임자로 한 명, 조직 관리 책임자로 한 명, 이런 식으로 차 떼고 포 떼는 식으로 보좌진을 채우다 보면 정책과 의정활동을 위한 보좌진은 사비를 들여 한두 명 더 써야 할 형편”이라고 했다.

호남지역 한 당선자도 “총선 공천 과정에 경선이 필수코스로 자리잡은 이후 지역구 관리를 위한 보좌진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며 “현행 국회 시스템상 의원 1명당 최대 7명까지 보좌진을 둘 수 있는데 그중 2~3명, 많게는 3~4명을 지역구 관리에 배정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능력 있는 보좌진’ 어디 없소?

2010년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 때 보좌진과 상의하는 이두아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 의원.

국회의원 보좌 인력이 새 일자리를 구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의원 추천을 받는 경우다. 총선에 불출마했거나 낙선한 의원이 새로운 당선자에게 자신과 함께 일했던 보좌진을 추천하기도 하는데, 이 같은 의원 추천이 가장 확실한 채용 보증수표라고 한다.

18대 국회에서 비례대표 의원실에서 근무했던 한 보좌진은 “17대 비례대표를 지낸 의원이 낙선한 이후 의원 추천으로 보좌진 3~4명이 한꺼번에 18대 국회에 비례대표로 입성한 의원과 함께 일했다”고 전했다.

국회의원 보좌 인력 채용의 경우 “능력보다 대인관계가 먼저”라는 원칙이 통용된다고 한다. 정책 능력은 좀 떨어져도 대인관계가 원만한 사람이 먼저 자리잡아온 경험에서 나온 얘기다.

“의원이 의정활동에서 성과를 내려면 전문성을 갖춘 보좌진의 조력이 필수적이다. 그렇지만 일상적인 의정활동에서는 정무 능력이 필요할 때가 더 많다. 그러다 보니 의원들이 정부 부처나 국회 사무처, 중앙당 등 관련 부처 사람들과 관계가 좋은 사람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첫 국정감사 지나고 또 한 번 이동

17대 국회부터 8년째 국회의원 보좌진으로 일하는 K씨의 얘기다.

“기업에서도 경력사원을 뽑을 때 평판조회를 하지 않느냐. 보좌진도 마찬가지다. 함께 일했던 의원이나 동료 보좌진의 평가가 의원이 채용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다.”

경기 고양 일산동구 유은혜 당선자는 “정치 철학과 소신이 같은 보좌 인력을 찾고 있다”며 “잠재력이 큰 보좌 인력을 만나 함께 성장하고 싶다”고 했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등 원내 다수 의석을 차지한 정당은 국회 내에 보좌관협의회(이하 협의회)를 꾸려 활동한다. 협의회 차원에서 낙선한 의원의 보좌진이 작성한 이력서를 모아 당선자들에게 보내 취업을 돕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 같은 공식적인 충원 방식보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이른바 ‘알음알음 추천’을 통해 보좌진을 채용하는 경우가 더 많다.

총선을 전후한 보좌진 이동은 임시방편적 성격이 강하다. 역대 국회를 보면 국회가 개원하고 첫 국정감사를 치른 후 보좌진의 연쇄 이동이 또 한 번 이뤄지기 때문이다.

“초선의원들에게 국정감사는 ‘빛나는 주연’이 될 수 있는 등용문과도 같다. 그런데 국정감사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의원은 다음 기회에 대비하려 능력을 검증받은 보좌진을 찾아 나선다. 그때 국회의원 보좌 인력이 또 한 차례 대거 이동한다.”

15대 국회 이후 17년째 국회의원 보좌진으로 일한 L씨의 설명이다.

현행 국회법상 국회의원 보좌 인력은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에 근거를 둔다. 의정활동 파트너이자 국회 구성의 한 축인 국회의원 보좌 인력은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비정규직인 셈이다. 19대 국회에서 국회의원 보좌 인력에 대한 신분 보장과 처우 개선이 실행될지 주목된다.



주간동아 836호 (p18~19)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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