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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익의 미식생활

대박집 쉬워요~ 방송만 나가면 돼요

맛집의 진실과 오해

  •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blog.naver.com/foodi2

대박집 쉬워요~ 방송만 나가면 돼요

대박집 쉬워요~ 방송만 나가면 돼요

오전 10시를 조금 넘은 어느 음식점 앞 풍경으로 벌써 줄을 섰다. 대부분 이 대박집에 처음 오는 손님들로, 음식점을 나오며 맛있다고 하는 사람은 없다. 참 이상한 일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의 일은 ‘돈을 벌기 위해서’라는 분명한 목적을 지닌다. 식당도 그렇다. 자원봉사의 무료 급식이 아니고서는 음식을 파는 일은 곧 돈을 벌려는 목적 때문이다. 기왕 돈 버는 일, 왕창 벌고 싶은 것이 인간의 당연한 욕심이다. 그래서 식당을 운영하는 사람은 모두 대박을 꿈꾼다.

한국에서 영업 중인 외식업체는 대략 50만 곳이나 될 정도로 엄청나다. 이 중 ‘대박집’은 물론 극소수다. 대충 따져봐도 한 지방자치단체에 서너 곳이나 될까 싶다. 그래서 대박집을 로또에 비유한다. 대박집은 되기는 어렵지만 일단 되고 나면 왕창 번다. 로또는 단번에 돈을 받지만 대박집은 잘 관리하면 대를 물릴 수도 있으니, 로또 맞는 것보다 훨씬 나을 수 있다.

식당 주인은 대박집 정보에 민감하다. 자신도 대박을 치고 싶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기저기 대박집을 다니며 그 집만의 노하우를 알아내려 한다. 대박집 소개 책자도 사서 읽는다. 외식업 잡지에 실린 기사도 꼼꼼히 챙겨 읽고 방송에서 수시로 나오는 대박집도 눈여겨본다. 그리고 이리저리 흉내도 내지만 대박집에 등극하는 일은 쉽지 않다. 마침내 대박집이란 노력만으로 되는 일이 아님을 깨닫는다.

외식업계엔 ‘운구일기’란 말이 있는데 운이 9할이고 노력이 1할이라는 뜻이다. 여타 업계가 기껏해야 ‘운칠기삼’인 것에 비하면 대박집은 정말 ‘운빨’이 중요한 셈이다. 대박집의 ‘운빨’은 어찌 오는지 대충 정리해봤다.

사람들은 인터넷 블로그 등을 통한 입소문이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절대 대박집이 될 수 없다. 대박집에 등극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운은 방송에서 온다. 그런데 방송은 식당 주인이 나가고 싶다고 출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물론 돈 주고 방송에 나가는 꼼수도 있지만 그게 다수는 아니다). 제작진이 이런저런 ‘꺼리’를 찾을 때 운 좋게 걸려들어야 한다. 유명 연예인이 등장하는 방송이면 운이 정말 좋은 것이다. 출연 연예인이 음식을 먹으면서 “아우아우 정말 맛있어. 이거 대박!” 하고 엄지를 치켜세우면 그 식당은 대박집 대열에 합류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방송에 나가면 당장 그날부터 손님이 줄을 선다. 손님 중엔 블로거도 많이 끼어 있다. 그들이 대박집에 오르는 두 번째 운을 안겨준다. 식당 구석구석을 촬영하고 ‘주례사 평’으로 방송 내용을 재확인해준다. 식당 주인이 신경 쓸 일이 있다면, 블로거들이 ‘취재’하는 데 협조하는 것이다. 그들의 악평 하나가 대박집에 오르는 길을 막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웬만큼 소문이 나면 이제 인쇄 매체, 인터넷 매체 기자와 자유기고가 등 이 분야 전문가입네 하는 사람이 거쳐 간다. 그러면서 여기저기 매체에 맛집으로 자세한 정보를 공개한다. 인터넷에서 상호를 검색해 블로그뿐 아니라 뉴스 카테고리에도 등장하면 대박집에 거의 다 오른 것이다. 이 정도에 이르면 운은 저절로 움직인다. 뜸하다 싶으면 방송이 오고, 또 뜸하다 싶으면 신문과 잡지가 오고, 또 뜸하다 싶으면 파워 블로거가 나타난다. 한번 대박집은 영원한 대박집이 되는 것이다.

식당 주인은 ‘대박집이니 기본적으로 음식이 맛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맛없다고 말하는 손님의 미각 수준을 의심하지 대박집을 의심하진 않는다. 또한 손님이 그 음식이 맛없다는 것을 깨달아도 크게 문제되진 않는다. 대박집은 한 번 온 손님이 다시 올 확률이 매우 낮다. 손님이 그 대박집을 찾는 이유는 대부분 ‘인증 샷’ 하나 남기려는 것이고, 온 국민이 제각각 그 ‘인증 샷’ 하나 건지기까지는 수십 년, 아니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기 때문이다.



주간동아 834호 (p62~62)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blog.naver.com/foodi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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