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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때 해야 할 일

초등학교 때 해야 할 일

초등학교 때 해야 할 일
아인슈타인은 “내가 상대성 이론을 발견한 것은 지능 발달이 더뎠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보통의 어른이라면 시간과 공간의 문제를 생각하느라 길을 멈추는 일 따위는 없을 것이다. 그런 문제는 어릴 적에 골몰하다 지나쳐버리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내 경우는 지능 발달이 더뎌 어른이 된 뒤에야 시간과 공간에 관해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당연히 나는 보통 능력을 가진 아이보다 더 깊이 그 문제를 파고들 수 있었다.”

하워드 가드너의 책 ‘열정과 기질’에 등장하는 대목입니다. 이 내용이 문득 떠오른 건 영재성의 기준을 ‘속도’로 여기는 듯한 우리 교육 풍토 때문이었습니다.

이번 호 커버스토리를 취재하며 전국의 수많은 영재, 그리고 영재가 되려는 이들을 만났습니다.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영어를 배우고, 몇 학년씩 단계를 뛰어넘어 수학·과학을 공부하는 아이들입니다. 이들을 사로잡은 지상명제는 ‘좀더 빨리’로 보였습니다. ‘초등학교 때 아이의 미래가 결정된다’는 슬로건은 이들을 더욱 조급하게 만드는 듯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요즘 소아정신과 병원에는 우울증을 호소하는 어린이 환자가 적지 않다고 합니다.

그런데 ‘초등학교 때 아이의 미래가 결정된다’는 말의 진짜 의미는 좀 다릅니다. 초등학교 때 공부의 재미를 깨닫지 못하면, 초등학교 때 적성을 찾지 못하면, 초등학교 때 훌륭한 인성과 풍부한 감수성을 기르지 못하면 미래의 삶이 불행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유대인 초등학교 교사는 1학년 어린이들 앞에서 히브리어 알파벳 22자를 벌꿀이 묻은 손가락으로 써나간다고 합니다. “이제부터 너희들이 배울 것은 벌꿀처럼 달고 맛있는 것”이라고 가르치는 의식입니다. 신입생 모두에게 케이크를 주는 학교도 있습니다. 새하얀 설탕으로 덮인 맛있는 케이크 위에는 히브리어 알파벳이 쓰여 있는데, 아이들은 교사와 함께 알파벳을 손가락으로 더듬어가면서 단맛을 본다고 하네요.

어린 시절, 배움이 꿀처럼 달다는 걸 깨달은 아이들은 평생 공부를 즐길 겁니다. 그게 초등학교 때 해야 할 일입니다. 성취는 그 다음입니다.



주간동아 2009.03.17 677호 (p78~78)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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