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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verseas News

호주 욕쟁이 밴드 인기 끝내주네!

‘핸섬 영 스트레인저스’ 지방축제 단골손님에다 주요 도시 잇단 공연

호주 욕쟁이 밴드 인기 끝내주네!

호주 욕쟁이 밴드 인기 끝내주네!
“야,이 사생아 놈아! 어디 갔다 왔니? 지금 무슨 맥주를 마시는 거야? 바보 멍텅구리 같은 놈아!”

갱 영화에 나오는 대사가 아니다. 호주의 전통민요 ‘호주 형용사(The National Adjec-tive)’에 나오는 노랫말이다. 노래하는 건지, 욕하는 건지 헷갈린다. 말끝마다 ‘얼치기 사기꾼 놈(Bastard)’이 등장한다. 그래 놓고는 호주에서 Bastard처럼 유용한 명사가 없다고 너스레를 떤다. 달콤한 즙을 마신 다음 그 껍질로 그릇을 만들고 모자로도 쓰는 코코넛처럼, 어디에나 갖다 붙일 수 있는 단어라고.

이 노래에는 Bastard를 설명하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호주에는 수십 종류의 놈(Bastard)이 있다. 아주 친한 놈, 조금 덜 친한 놈, 인간성 좋은 놈, 사기성이 많은 놈, 조금 덜떨어진 놈, 영악한 놈, 그래도 미워할 수 없는 놈, 꼴도 보기 싫은 놈, 안 보이면 보고 싶은 놈.” 노래 끄트머리엔 “호주에서 가장 슬픈 놈은 ‘놈이 하나도 없는 놈’이다”란 익살스런 가사가 덧붙여진다.

전통민요 노랫말에 인간미 넘치는 욕설

10월12일 저녁, 시드니 시내의 호텔 선술집(pub)에 들어가 마크 루이스(34)에게 “헤이, 바스터드!”라고 인사했더니 그는 주먹으로 한 방 먹이는 흉내를 내며 껄껄 웃었다. 그는 내게 호주 맥주 ‘빅토리아 비터’를 한 잔 샀다. “이봐, 코리안 바스터드! 이제 우린 친구가 된 거야. 이 맥주는 그 증표고. 알겠지? 이 얼간아!”



마크는 이날 선술집에서 전통민요 라이브 공연을 펼친 6인조 밴드 ‘핸섬 영 스트레인저스’(Handsome Young Strangers·이하 HYS)의 멤버다. 저녁 6시부터 시작한 공연. 무대 위에서는 온갖 욕설이 난무했다. 그런데 끈끈한 인간미가 녹아 있다고나 할까, 그 욕설들이 친근하게 느껴졌다. 오히려 통쾌하고 유쾌하기까지 했다. 우리의 풍속과 애환을 걸쭉한 육담으로 담아낸 판소리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공연 모습도 예사롭지 않았다. 리드 보컬 앤드루 돈킨은 맨발로 무대에 올랐다. 그의 손에는 맥주 병따개 40여 개를 붙여 만든 ‘라거폰(Lagerphone)’이 들려 있고, 다른 멤버들의 악기 옆에는 맥주병이 즐비했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도 없었다. 영화 ‘타이타닉’의 3등석 공연처럼 음악과 춤이 한바탕 어우러졌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호주에 밀려들어온 미국 문화의 거센 물결은 호주 전통문화를 위태롭게 했다. 짧은 역사 탓에 별다른 문화유산이 없는 호주에서 자칫 부시(bush·오지) 민요의 명맥마저 끊어질 위기에 처했다. 더욱이 1960~

90년대 호주 대중음악은 록과 펑크 이외는 외면받기 십상이었다.

그런 상황을 위기로 느낀 젊은이들이 있었다. 대중적 인기를 얻기 힘들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호주 전통음악을 연주하겠다고 나선 밴드가 바로 HYS다. 너나 없이 미국, 유럽에서 수입된 음악만 즐긴다면 호주가 문화 식민지가 될 것이라고 HYS 멤버들은 생각했다.

밴드 결성 당시 이들은 고등학생이었다. 호주 전국을 돌며 어렵사리 부시 민요를 채록해 공연을 열어도 도무지 반응이 없었다. 음반을 내고 싶어도 장사가 안 될 것이라는 이유로 거절당하기 일쑤였다. 멤버들은 음악과 학업을 동시에 해냈고, 지금은 회계사, 엔지니어, 약사, 음악 교사, 벽돌공 등이 되었다. 이들은 자기 직업을 가지면서 동시에 파트타임 연주자로 활동했다. 그리고 주말마다 자동차에 공연장비를 싣고 다니며 지방공연을 펼친다.

멤버들 모두 직업 가진 파트타임 연주자

호주 욕쟁이 밴드 인기 끝내주네!

호주 전통음악을 연주하는 6인조 밴드 HYS. 회계사, 엔지니어, 벽돌공 등의 직업을 가진 이들은 주말마다 지방을 다니며 공연을 펼친다.

호주 부시 발라드가 외진 시골에서 만들어진 음악이기 때문일까. HYS의 노래에 환호하는 청중은 늘 시골 사람들이었다. 입소문을 타면서 HYS는 지방축제의 단골손님으로 초청받기에 이르렀다. 특히 호주의 대표적 지방축제인 헨리 로슨 축제, 피트 리치 축제 등에서 HYS의 인기는 매우 높다. 2시간 공연에 1시간 앙코르가 따라올 정도라는 후한 평판을 얻은 HYS는 그 여세를 몰아 시드니, 멜버른, 브리즈번 등 호주 주요 도시에서도 공연하게 됐다.

10월12일에 열린 공연도 3시간 동안 이어졌다. 이날에는 1788년 비단손수건 4장을 훔친 죄로 7년 형을 선고받고 호주로 유배된 사라 데이비스의 스토리가 담긴 노래 ‘레이디 펜린(Lady Penrhyn)’을 시작으로 양치기, 금광 노다지꾼, 산적, 참전용사, 도박꾼, 크리켓 선수 등의 스토리가 담긴 노래로 꾸며졌다.

모든 예술은 존재의 본질을 탐구하고 삶의 의미를 담아낸다. 더불어 시대상과 역사성을 반영하는 사회적 텍스트로 자리매김한다. HYS의 노래들도 그렇다.

호주 욕쟁이 밴드 인기 끝내주네!
11월 중순 새 음반을 낸다는 HYS 멤버들은 공연을 마친 뒤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다가가서 왜 밴드 이름이 ‘젊고 잘생긴 이방자들’인지 물었다. 그들의 대답은 이랬다.

“핸섬(handsome)이란 형용사는 그야말로 호주식 위트야. 너나 없이 유럽과 미국 음악을 즐기는 시대에 호주 전통음악을 고집스럽게 지켜간다는 의미로, 우리가 오히려 이방인처럼 느껴지는 안타까운 심정을 은유적으로 담은 거지.”



주간동아 2008.11.11 660호 (p70~71)

  • 시드니 = 윤필립 통신원 phillipsy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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