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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발굴 현장 사고 반복, 주범은 法?

시공사에 발굴 책임 지운 매장문화재법…최단기, 최저가 발굴 경쟁에 무너진 안전의식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발굴 현장 사고 반복, 주범은 法?

발굴 현장 사고 반복, 주범은 法?

2016년 12월 15일 문화재 발굴 작업을 하다 인부 매몰사고가 일어난 경북 영주시 문수면 수도리 인근(위). 사고 현장을 조사하고 있는 모습. [뉴스1]

매장문화재 조사 및 발굴 현장에서 비슷한 유형의 인부 매몰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안전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않고 작업하던 인부들 위로 토사가 무너져 내린 것이다. 2016년 12월 15일 경북 영주의 문화재 발굴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도 같은 유형이었다. 업계에서는 계속되는 사고의 원인을 문화재 조사업체의 최단기, 최저가 발굴 경쟁에서 찾는다.

문화재 조사 및 발굴 사업은 인부의 안전뿐 아니라 발굴할 문화재의 보존 문제 때문에 안전관리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드는 사업이다. 이처럼 오랜 기간이 필요한 사업에 속도 경쟁이 붙은 이유는 국가가 아니라 시공사가 물어야 하는 발굴 비용 때문이다.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매장문화재법)에 따르면 각종 공사를 하다 유적이나 유물이 발견되면 해당 시공사가 발굴 비용을 지불하도록 돼 있다. 보상은 미미하고 돈과 시간만 드니 시공사 처지에선 최대한 저렴한 가격에 빨리 조사를 끝내주는 발굴업체를 쓰는 게 관행이 됐다. 



매몰사고 데자뷔

사고가 난 경북 영주시 문수면 수도리 문화재 발굴 현장은 경북도가 내성천 재해예방정비사업에 앞서 재단법인 세종문화재연구원 측에 문화재 조사 및 발굴을 발주한 곳이다. 매장문화재법 제6조에 따르면 사업 면적 3만㎡ 이상인 건설공사나 매장문화재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에서는 지표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지표조사 결과 문화재 매장 가능성이 확인되면 발굴 과정을 거쳐 해당 문화재의 보존 조치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이때 소요되는 비용은 해당 공사 현장의 시공사가 지불한다. 

사고 당일은 발굴을 시작한 날이었다. 조사 작업은 굴착기가 문화재가 나올 가능성이 있는 곳을 파두면 근로자들이 들어가 하나하나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내성천 제방을 따라 약 2m 깊이로 파놓은 구덩이 안으로 인부 4명이 투입돼 호미 등으로 문화재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을 했다. 그러던 중 제방에 균열이 생겼고 토사가 작업하던 인부들을 덮쳤다. 현장에 있던 인부 4명 중 3명이 매몰됐다. 이 사고로 강모(61) 씨와 남모(72) 씨가 숨지고 김모(74) 씨는 하반신을 다쳐 안동성소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받고 있다. 



영주소방서 관계자는 “발견 당시 사망자 2명은 머리만 겨우 보일 정도로 매몰돼 있었고 나머지 1명은 허리 부분까지 묻힌 상태였다”고 밝혔다. 사건 수사를 맡은 영주경찰서는 2016년 12월 17일 현장 감독관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했다. 현장 근로자들이 안전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않은 데다 토사 붕괴를 막을 펜스 등 현장안전장치의 설치를 소홀히 한 혐의다.

문화재 조사 및 발굴 현장에서 토사가 무너진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4년 4월 충북 청주시 흥덕구 강내면 태성리 문화재 발굴 현장에서 토사가 무너져 연모(당시 68) 씨 등 근로자 3명이 매몰되는 사고가 있었다. 연씨 등 2명은 신체 일부만 토사에 빠져 스스로 나올 수 있었지만 이모(당시 59) 씨는 경찰과 소방당국의 도움으로 30분 만에 구조됐다. 2010년 5월에는 강원 양양군 양양읍 서문리 문화재 발굴 현장에서 작업 인부 2명과 문화재관리위원 1명이 흙더미에 매몰됐다 20여 분 만에 구조됐다. 이 사고로 인부 변모(당시 66) 씨가 숨졌다.

비슷한 안전사고가 반복되는 이유는 문화재 조사업계에 뿌리 내린 오랜 관행 때문이다. 최저가 입찰 경쟁과 최단기 발굴 경쟁 탓에 안전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 문화재 조사업체 한 관계자는 “문화재 조사 및 발굴에 돈을 대야 하는 시공사 처지에서 매장문화재는 천덕꾸러기다. 공사 현장에서 매장문화재 조사 작업을 시작하면 진행 중이던 공사를 멈춰야 하고 문화재 발굴 비용도 시공사가 내야 한다. 이 때문에 시공사는 귀찮은 문화재 발굴을 최대한 빨리 저렴한 가격에 끝내줄 수 있는 업체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천덕꾸러기 땅속 문화재

발굴 현장 사고 반복, 주범은 法?

서울 송파구 문화재 발굴 현장. 공사 현장에서 문화재가 발견된 경우 발굴 비용은 전부 시공사가 부담해야 한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뉴스1]

문화재청의 ‘매장문화재 조사용역 적격심사 세부기준’을 살펴봐도 최종 입찰자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가격이다. 평가점수 기준은 100점 만점에 문화재 조사 이행 능력(50점)과 업체의 경영 상태(20점), 입찰 가격(30점)으로 구성되는데, 평가점수가 85점을 넘을 경우 최저가를 써낸 업체가 낙찰된다. 문제는 입찰에 나선 업체가 대부분 평가점수 85점을 넘어 결국 가격이 입찰의 최종 기준이 된다는 점이다. 

정창희 영남문화재연구원 조사연구부장은 “일본의 경우 문화재 조사 및 발굴 비용을 대부분 국가가 부담한다. 이처럼 문화재 발굴 비용을 시공사가 떠안지 않는다면 조사 및 발굴에 더 긴 시간과 비용을 들일 수 있어 작업 현장의 안전사고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공사 현장에서 출토된 문화재는 매장문화재법 제20조에 따라 전부 국가에 귀속된다. 국가 재산이 될 문화재를 시공업체의 돈으로 발굴하는 것이다.

물론 문화재 발굴에 대한 보상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발굴 결과 문화재가 발견되면 소정의 포상금을 지급한다. 매장문화재법 제21조에 따르면 발견된 문화재를 문화재청이 감정 및 평가한 뒤 평가액에 따라 포상금을 지급하게 돼 있다. 그러나 이 포상금에는 최대 한도액이 있다. 공사 현장에 매장된 문화재가 많거나, 발굴된 문화재가 고가라 해도 포상금은 1억 원을 넘지 못한다.

이처럼 매장문화재법이 문화재 발굴 사업을 천덕꾸러기로 만들고 있지만 법이 개정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문화재청 한 관계자는 “매장문화재법 개정 계획은 아직 없다. 그 대신 안전관리 규정에 처벌 내용을 추가해 조사기관이 안전관리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것을 막을 예정이다. 문화재청은 2016년부터 문화재 발굴 현장 안전점검을 해왔다. 이를 통해 2017년 내 문화재 발굴 현장 안전관리 내부 지침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간동아 2016.12.28 1069호 (p46~47)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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