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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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몸, 큰 열정 ‘세계 무대로’

  • ‘all of dance’ PAC 대표 choumkun@yahoo.co.kr

    입력2005-06-07 1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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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몸, 큰 열정  ‘세계 무대로’
    홍대 앞에 ‘황금투구’라는 카페가 있었다. 1990년대 말 젊은 예술가들이 열정을 표출하던 장소였다. 음악소리의 진동이 몸을 가만히 놔두지 않았고, 쾨쾨한 담배연기와 특유의 지하 냄새와 알코올의 성분이 몸속 깊숙이 파고드는 듯한 기운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기억된다. 컴컴한 카페 안은 그러나 뜨겁고 보이지 않는 환한 빛이 숨어 있었다.

    거기서 우연히 어떤 작고 연약한 여자를 알게 되었는데, 이름이 전인정(사진)이라 했다. 기억에 남는 그녀의 첫인상은 작지만 온몸에서 정열을 뿜어내고 있었고, 무엇인가 응시하는 눈빛에는 세상을 탐하는 욕구가 서려 있었다. 그렇게 첫 느낌은 단단한 차돌을 보는 듯했다. 여러 사람들이 춤을 추고 있었는데, 유독 그녀가 눈에 들어왔다. 벌써 7, 8년 전의 일이다.

    그런 그녀를 얼마 전 홍대 앞 작은 카페에서 다시 만났다. 처음의 그 느낌과는 사뭇 다른 예술에 대한 진지한 접근과 자신의 삶에 대한 자부심, 작가로서 작품을 하는 자세 등 그때의 전인정이 아닌 예술적 삶의 기운이 온몸을 감싸고 있는 사람이었다.

    주로 나눈 얘기는 어느 날 무작정 독일로 간 일, 하늘이 자신의 길을 열어준 듯 빠른 시간 안에 자신의 춤에 대해 인정받은 일, 현재 독일에서의 활동 상황, 작업에 임하는 순간순간들의 치열함, 그리고 그렇게 춤으로 살아남게 된 일 등등. 한국에서 그녀는 흔히 말하는 아웃사이더였다. 자신의 주장을 조금도 굽히지 않아 어른들에게 불편한 감정을 주기도 하고, ‘아닌 것은 아니다’고 서슴없이 말하는 통에 주위 사람들을 움찔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러니 그런 그녀를 사람들이 고운 시선으로 봐줄 리 없었다. 사람들은 모두 얼마 가지 않아 그녀가 춤을 포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런 그녀가 춤으로 살아남아 있는 것이다. 그것도 동양인 아닌 한국인으로 독일에서 인정받고 주목받아 세계 무대를 조금씩 잠식하고 있는 무용가로 성장해 있는 것이다.

    ‘몰 플랜더스’라는 영화가 있다. 아주 오래전에 본 영화인데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는 것은 그 여자주인공의 생존의 이유 때문이다. 18세기 초 영국 대니얼 디포의 소설을 영화화한 것으로 원작소설에는 “12년은 매춘부, 5번의 결혼, 12년은 도둑, 8년은 추방자의 삶으로 육십 평생 계속된 격정적 인생을 살았던 몰 플랜더스의 행복과 불행”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이러한 삶의 부침 속에서도 생의 끈을 놓지 않은 이유는 자신의 아이에 대한 사랑 때문이었다. 이 영화는 나에게 내가 사는 이유를 묻게 한 조금은 아찔한 영화였다.



    사람들이 사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니, 생존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이 삶에 집착하여 그것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게 하는 것일까? 오늘을 마감하고, 또 내일을 기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늘 나는 왜,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질문을 하곤 한다. 이것의 답을 얻는 순간이 내 생의 마지막 순간이 되지 않을까?

    춤꾼 전인정은 춤으로 살아남았다. 춤이 그녀가 살아 있는 이유인 것이다. 그녀는 행복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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