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87

2005.05.31

3300억원 공사 입찰 잡음, 결국 법정으로

  • 이나리 기자 byeme@donga.com

    입력2005-05-27 18: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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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300억원 공사 입찰 잡음, 결국 법정으로

    서울 상암동 IT콤플렉스 건립 부지.

    “설계점수, 입찰가격 모두 1등인데 탈락이라니 말이 되나.”(GS건설)

    “어쨌거나 총점이 낮은데 무슨 소리냐.”(삼성물산)

    공사비만 3300억원에 달하는, 서울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 내 ‘첨단 IT콤플렉스’ 신축 공사. 그 입찰을 둘러싼 업체 간 경쟁이 법정 소송으로 비화됐다. 입찰에서 탈락한 GS건설이 서울중앙지법에 ‘입찰절차 속행금지 가처분신청’을 낸 것이다.

    IT콤플렉스 입찰은 올 상반기 건설업계 최대 프로젝트였다. 삼성물산(건설부문), GS건설, 현대산업개발 등 국내 굴지 건설사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경쟁에 뛰어들었다. 설계점수(45%), 가격점수(35%), 수행능력평가점수(20%) 등을 합산해 1등을 가리기로 했다.

    5월3일, 결과가 발표됐다. 수행능력평가점수는 3사 모두 만점이었다. 가격점수는 GS가 1등. 그런데 설계점수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삼성이 GS를 0.31점(100점 만점 기준) 앞서 낙찰자로 결정된 것이다.



    “점수 차가 너무 작은데다 도대체 뭐가 문제였나 싶어 상황의 전말을 알아보는 과정에서 몇몇 사람에게서 황당한 얘기를 들었다. 설계 자체를 평가한 점수 역시 GS건설이 높았는데 ‘감점항목’에서 2점이나 깎여 삼성에 밀리고 말았다는 것이다.”

    GS건설 관계자의 말이다. 확인 결과 실제 삼성물산은 0.3점을 감점당한 반면, GS건설과 현대산업개발은 각각 2점씩 깎여나갔다.

    ‘감점’이란 설계도 규격, 용지 등이 형식에 어긋났을 때 발주처가 부과하는 것이다. 건설교통부 담당자는 “예를 들면 투시도를 너무 멋있게 그린다거나 하여 입찰 자료를 지나치게 화려하게 꾸미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 역시 분명 평가 대상이긴 하나 설계 및 시공 능력 자체와는 직접적 관련이 없기 때문에 턴키방식 입찰에서 1점 이상 감점은 이례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3300억원 공사 입찰 잡음, 결국 법정으로

    서울시가 운영하는 디지털미디어시티 홍보관.

    서울시립대 권기혁 교수(건축공학)는 “정상적인 설계사무소라면 2점이나 감점당할 수가 없다. 감점 항목은 미리 공개를 하는데, 그건 마치 사전 배포된 시험지의 답을 일부러 틀리게 쓰는 것과 마찬가지 아니냐”고 했다. 실제로 최근 1년간 이루어진 관급 턴키방식 입찰에서 1점 이상 감점이 나온 경우는 서울시가 추진한 ‘제2시민안전체험관건립공사’ 하나뿐이었다. 이 경우에도 입찰에 응한 두 회사에 똑같이 1점을 감점해 결과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했다.

    한편 GS건설 측은 “발주처인 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이하 진흥원)이 감점 내용을 사전 공개키로 해놓고 이를 어겼다”며 정보통신부와 진흥원을 상대로 정보공개청구서를 제출했다. 담당 판사의 석명(釋明) 요구에 따라 진흥원 측은 5월16일 감점내역 및 점수를 공개했다. 이어 20일 이루어진 가처분신청 1차 심리에서는 삼성물산 측의 설계도면(축소판)을 제출했다.

    그럼에도 GS건설 측은 여전히 “입찰 결과에 동의할 수 없다”는 태도다. GS건설 법제팀 관계자는 “공개된 자료를 보면 양사(GS건설-삼성물산)에 대한 감점 기준이 다름을 알 수 있다”며 “심사가 공정하지 못했다는 의혹이 가시지 않은 만큼 곧 본안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사실상 감점 조정을 통한 수의계약 아니냐”는 건설업계 일각의 비난에 대해 삼성물산 측은 “GS건설이 억지 주장을 펴고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진흥원 측 또한 “심사는 규정에 따라 공정하게 진행됐다. 어차피 사건이 법정으로 가게 된 만큼 그곳에서 진실을 가리면 될 일”이라며 말을 아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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