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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한류, 이제 칸을 넘보다

홍상수 감독의 ‘극장전’ 공식 경쟁 부문 진출 등 한국 영화 8편 소개 ‘역대 최다’

한류, 이제 칸을 넘보다

눈부신 햇살로 반짝이는 해변가를 따라 궁전 같은 호텔들이 늘어서 있고, 요트와 호화 유람선이 남빛 바다 위에 하얗게 정박해 있는 조용한 휴양도시 칸. 그런 곳이 국제영화제의 개막과 함께 전 세계의 영화 관계자들이 모여들면서 소란스러운 쇼 비즈니스의 중심지로 변모한다. 프랑스 정부가 생산성 증진을 위해 5월16일 공휴일을 없애버린 데 항의해 노조 단체들이 여기에서 시위를 벌인 것도 4000명이 넘는 언론인들이 모이기 때문이다.

58회 칸국제영화제가 개막한 5월11일, 프랑스 신문 영화면은 일제히 ‘태극기 휘날리며’의 프랑스 개봉을 대서특필했다. 개막 며칠 전까지 한국 영화가 부재한 줄 알았던 공식경쟁 부문에 홍상수 감독의 ‘극장전’이 깜짝 선정되어 화제였는데, 사실 더 즐거운 일은 칸영화제 사상 가장 많은 총 8편의 한국 영화가 소개되었다는 것이다.



김기덕 ‘활’ 주목할 만한 시선 개막작 영예


붉은 카펫을 밟는 영예를 안은 영화는 ‘극장전’ 말고도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이 있다. 찬사가 끊이지 않았던 우디 앨런 감독의 ‘매치포인트’와 현란한 컴퓨터그래픽 기술로 대표되는 조지 루카스 감독의 ‘스타워즈’ 신작과 나란히 공식부문 특별 상영작으로 선정되어, 영화제의 열기가 고조된 15일 밤 자정 심야 상영작으로 소개된 것은 흥행과 인기를 보장받는다는 걸 의미한다. 세계 배급시장에서의 미래가 기대되는 작품인 셈이다. 이 영화로 인해 ‘한류 열풍’은 칸에까지 닿았다. 주연배우 이병헌을 향한 아시아 언론의 관심이 뜨거웠기 때문이다.



한류, 이제 칸을 넘보다

김기덕 감독의 '활'.

김기덕 감독의 ‘활’은 또 다른 공식 프로그램인 ‘주목할 만한 시선’의 개막작이 되는 영예를 안았다. 마니아층이 형성되어 극장은 금세 초만원이 됐지만, 전작에 비해 새로움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비평도 있었다.

독립 프로그램인 ‘감독주간’에는 임상수 감독의 ‘그때 그사람들’과 류승완 감독의 ‘주먹이 운다’가 선정됐다. 한국에서는 삭제 논란과 함께 그다지 흥행을 거두지 못했던 ‘그때 그사람들’을 프랑스 사람들은 심각한 정치물로 관람하는 게 아니라 재미있는 영화로 즐겼다. 그러나 동시에 관객들은 한국 역사에 관해 어느 정도 알게 되었다는 반응이어서, 현실을 반영한다는 영화의 본질적 특성이 정치적 논의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도 증명했다. ‘주먹이 운다’는 효과적인 멜로 영화의 진면목을 보여주며 인기를 얻었다. ‘한국 영화가 재미있다’는 사실이 아시아를 넘어 세계에서 자리 잡은 계기가 됐다.

신예감독 배출이란 야심으로 영화학교 학생 단편작품을 선정하고 기성 감독 못지않은 대우를 해주는 프로그램 ‘씨네파운데이션’에는 심민영의 ‘조금만 더’가 출품되었고, ‘비평가주간’ 프로그램에는 중국 조선족인 장률 감독이 한국 제작자와 손잡고 만든 ‘망종’이 출품돼 탁월하게 미학적인 예술영화라는 평판을 얻었다.



현지 평단·매체 한국 영화 대서특필


‘칸 고전’은 역사적인 작품을 영화 자산으로서 복원·소개하는 프로그램인데, 여기에는 최인규 감독의 제자이며 임권택 감독의 스승으로 알려진 정창화 감독의 ‘죽음의 다섯 손가락’이 선보였다. 1973년 할리우드 박스오피스 1위란 전설적 기록을 남긴 이 영화가 한국에서는 망각 속에 묻힌 반면, 2004년 부산영화제에서 이 작품의 존재를 알게 된 칸영화제가 세계의 시선 속에서 이를 재조명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무시되었던 우리 영화의 가치가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갖는 중요성과 비례해 올라간다는 사실은, 영화가 엄연한 문화 상품임을 다시 깨닫게 한다.

영화 자산의 상품화에 유럽은 많은 자본을 투자하고 있다. 16일과 17일 유럽의 25개국 문화부 장관들이 칸에 모여 미국이 주도하는 온라인 영화시장에 대처, 유럽의 전략을 세우는 회의를 열었다. 극장에서 정해진 프로그램이 아니라 “책 한 권을 사듯, 인터넷으로 영화 한 편을 사서 쉽게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멋지지 않느냐”고 영국 감독 마이클 윈터바텀은 주장했다. ‘제작자 네트워크’에 참가한 LJ필름의 김소희 프로듀서는 “이제 영화의 미래가 신기술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영화의 디지털화, 온라인 상품화라는 피할 수 없는 대세에 한국 영화인들도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8편의 우리 영화가 소개되고 영화마켓에 9개의 배급사가 부스를 차렸지만, 영화 예술 면에서 한국 영화가 성공했는지는 여전히 회의적이다. 다른 나라의 영화들이 현지 평단과 매체로부터 주목을 받고 대서특필되었지만, 한국 영화는 재미있는 영화라는 모퉁이 기사의 단적인 평가에 그치고 있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가 결국 어떤 성과를 얻을 것인지가 현재 칸영화제를 취재하는 한국 영화기자들과 비평가들의 관심사로 남아 있다.





주간동아 2005.05.31 487호 (p66~67)

  • 칸=이명희/ 영화평론가 mhimages@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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