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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융합 발전’ 첫발을 떼다

2050년 1.5GW급 건설 프로젝트 가동 … 태양 메커니즘 닮은 발전 미래 에너지원

‘핵융합 발전’ 첫발을 떼다

‘핵융합 발전’ 첫발을 떼다

플라스마가 전기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는 상상도. 핵융합 발전 역시 이 같은 모습일 것이다.‘태양’은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대표적인 핵융합 발전소이다 (작은사진).

‘2050년 1.5GW(기가와트)급 상업용 핵융합 발전소 가동’.

ITER(국제핵융합실험로) 건설 프로젝트팀이 대외에 천명한 약속이다. 5월 초 ITER 건설 터가 사실상 프랑스의 카다라슈로 결정되면서 전 세계가 주목하는 핵융합로 건설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게 되었다. 이제 ITER 프로젝트 팀과 전 세계 핵융합 과학자들이 약속한 2050년을 향한 카운트다운이 시작된 것이다.

ITER는 유럽연합(EU), 일본, 러시아, 중국, 한국, 미국이 참여하는 핵융합로 건설 프로젝트. 2015년까지 100억 달러를 투입해 핵융합발전소 규모에 해당하는 핵융합로를 건설하고, 이 건설 경험과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상업용 핵융합발전소의 프로토타입[proto type·양산에 앞서 시작(試作)하는 원형] 설계에 나선다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계획이다.

건설 터를 유치한 EU가 전체 비용의 50%를 부담하고, 나머지 참여국이 각각 10%를 부담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조달하게 된다. 세계 각국이 결코 만만치 않은 금액을 투자하면서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이유는 핵융합이 미래에 가장 유용한 에너지원이 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한국도 참여 2015년까지 100억 달러 투입



사실 핵융합은 10여년 전만 해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핵융합을 일으키기 위해선 토카막(핵융합 때 물질의 제4상태인 플라스마 상태로 변하는 핵융합 발전용 연료기체를 담아두는 용기)의 온도를 적어도 1억℃ 수준으로 유지해야 하는데, 이 경우 배보다 배꼽이 더 커 경제적 가치가 전혀 없다는 시각이 팽배했다. 특히 미국이 핵융합 프로젝트를 포기하면서 핵융합의 미래는 암담해 보였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는 1997년 EU의 핵융합로인 JET의 성과가 발표되면서 반전됐다. JET는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5대 5로 혼합한 연료를 사용, 16MW(메가와트)의 핵융합 에너지를 얻는 데 성공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리고 98년 일본의 JT-60U 핵융합로가 핵융합 반응을 위해 주입된 에너지와 방출된 에너지가 같은, 이른바 에너지 분기점에 도달함으로써 핵융합을 둘러싼 경제성 문제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보통 핵융합이 상업성을 갖추려면 투입된 에너지보다 산출된 에너지가 10배에 달해야 한다고 보는데, JT-60U의 성공은 바로 이 상업용 핵융합로의 실현을 알리는 신호탄이라 할 수 있다.

핵융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태양을 떠올리면 간단하다. 지구가 혜택을 받고 있는 태양 에너지는 바로 태양 내부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핵융합의 결과물이다. 태양 내부는 약 1500만℃의 고온 플라스마 상태인데, 여기서 수소가 핵융합을 일으키면서 헬륨으로 전환돼 에너지를 방출한다.

‘핵융합 발전’ 첫발을 떼다

핵융합의 핵심 장치인 초전도 자석 시험을 위한 저온 용기 모습. 국제핵융합실험로의 단면도(작은사진).

과학자들이 만들어낸 핵융합로는 바로 이 태양의 메커니즘을 닮은 발전소다. 원자핵은 양전하를 띠기 때문에 마치 자석의 같은 극처럼 서로 밀어내는 반발력이 있다. 하여 융합은 고사하고 가까이 접근하게 하기도 힘들다. 따라서 핵융합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이 반발력을 극복할 수 있을 정도의 큰 에너지가 있어야 하는데, 이것이 인간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연구 결과 인공적으로 핵융합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자그마치 1억℃ 이상의 플라스마를 만들어야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문제는 이런 플라스마를 담을 그릇이 없다는 점이다. 녹는점이 가장 높은 금속인 텅스텐도 3410℃가 넘으면 녹아버린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과학자들이 고안한 방법은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을 가진 새로운 그릇을 만드는 것이다. 즉 플라스마를 자기장력으로 붙잡아두는 자기(磁氣) 그릇이 해답이다.

이는 플라스마가 전하를 띠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핵융합로의 중심 부분은 도넛 모양의 진공 용기인데, 과학자들은 이 도넛에 붕대를 둘둘 감듯 초전도 자석을 감아 자기장을 형성시킨다. 그러면 플라스마 입자들은 자력선과 수직 방향으로 운동의 제한을 받아 자력선을 중심으로 회전운동을 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자력선을 따라 나선운동을 한다. 따라서 플라스마는 거대한 자석 그릇의 힘에 포획되어 도넛의 용기 안에서만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저항이 생기므로 토카막은 일정 수준까지 저절로 뜨거워진다. 여기에 여러 가지 보조가열 장치를 동원해 원하는 온도까지 끌어올리는 것이다.

결국 핵융합로는 플라스마를 가두는 거대한 자석 그릇이라고 보면 무난하다. 특히 ITER가 기존의 핵융합로와 다른 점은 초전도자석을 이용해 자석 그릇을 좀더 강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초전도자석을 이용한 핵융합로는 우리나라가 건설하고 있는 K-STAR뿐이다.

초전도자석을 만들기 위해서는 절대온도(-273℃)까지 온도를 내려야 하니, 세상에서 가장 차가운 그릇에 가장 뜨거운 물건을 담는 셈이다. 이런 까다로운 기술이 적용되는데도 과학자들이 핵융합의 가능성에 기대를 거는 이유는 핵융합의 연료가 무궁무진한 중수소라는 점 때문이다.

현재 기술로는 중수소와 삼중수소로 반응을 일으켰을 때 가장 융합 효율이 좋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론적으로 이 반응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는 약 17.6MeV(메가일렉트론볼트)에 달한다. 중요한 것은 이 중수소를 바닷물에서 무한히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핵융합에 사용되는 중수소는 바닷물에 약 0.015% 분포해 있다. 바닷물 1ℓ에서 얻을 수 있는 핵융합 에너지가 휘발유 300ℓ에서 내는 열에너지와 맞먹는다.

특히 바닷물이 있는 곳이면 어디서든 구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다. 석탄에너지나 우라늄은 매장 장소가 한정돼 있는 데 반해, 중수소는 바다에 인접해 있다면 쉽게 구할 수 있어 몇몇 국가의 에너지 독점이 불가능하다. 이밖에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여러 이점이 있다. 핵융합은 화석연료가 내뿜는 온실가스나 쓰레기가 없을 뿐만 아니라, 핵분열을 이용하는 원자력발전소와 달리 방사선오염이나 핵분열폐기물도 나오지 않는다.

물론 연료로 사용되는 삼중수소가 방사성물질이기는 하나, 반감기가 짧기 때문에 원자력발전소와 같은 위험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더 나아가 상업용 핵융합로가 건설될 즈음에는 삼중수소 대신 중수소만을 사용하는 기술이 개발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핵융합로는 연료를 필요에 따라 조금씩 연속적으로 주입할 수 있기 때문에, 원자로의 노심(爐心·원자로 내부의 연료가 되는 핵분열성 물질과 감속재가 있는 부분)이 녹아내리는 비상사태는 일어나지 않는다.

안전과 경제성, 환경적인 측면에서 모두 만족할 만한 미래의 에너지라고 일컬어지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이제 ITER 건설을 위한 첫 단추가 끼워졌다. 물론 핵융합발전소에서 전기가 생산돼 가정과 공장으로 배달되기까지는 앞으로도 50년 이상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 어쩌면 그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새로운 에너지원을 찾아야 하는 것은 우리의 책무이고, 핵융합은 미래의 에너지원으로서 충분히 도전해볼 만한 분야인 것은 분명하다.



주간동아 2005.05.24 486호 (p68~69)

  • 유지영/ 과학신문 기자 jyryoo@scienc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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